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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 산 Jul 16. 2024

문자의 발명

문자를 읽다.

<회남자>의 기록에 보면, 창힐이 새의 발자국을 본 따 글자를 만들자, "하늘은 곡식을 뿌리고 귀신은 밤새 울었다."라고 전한다. 해석은 다양하지만,  창힐이 문자를 만든 사건은 하늘이 곡식을 내리고, 귀신이 통곡할 만큼, 인간의 문명을 뒤흔드는 일대 사건이었음은 분명하다. 서양에서 비견할 수 있는 사건은 아마도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전한 일 정도 일 것이다. 그렇게 인간은 문자로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를 붙들어 매어 역사를 기록하고 문명을 만들었다. 창힐의 이야기는 전설이다. 지금은 아무도 창힐이 존재했고 그가 혼자 문자를 만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세종대왕이 문자를 만들었다. 백성을 가르치는 옳은 소리라 하여 훈민정음이라 했지만, 사람들은 언문, 반글이라고 불렀다. 조선의 지배층들은 전설 속 인물이 만든 한자로 역사를 기록했을 뿐 훈민정음은 자신의 시대에는 인간의 시간을 기록하는 도구로는 선택받지 못했다. 하지만, 제자원리가 밝혀져 있는 유일한 문자인 훈민정음은 오히려 과학을 신봉하는 현재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자를 누리고 자신만의 시간을 기록하기에 꼭 맞는 매체가 되었다.


창힐이 문자를 만들었을 때, 귀신은 문자가 탄생함에 세상의 원리를 인간들이 알게 되면  더 이상 자신들을 경외하지 않을 것이라 여겨 울었다고 한다. 우리는 창힐 덕분에, 세종대왕 덕분에 세상의 이치를 알 수 있는 존재가 되었는데, 여전히 세상이 뿌였고, 어디가 땅인지 어디가 하늘인지 알 수 없다면 그것은 왜일까? 귀신들의 기우였을 뿐이었나? 세상의 이치는 어디에 있기에 귀신의 눈에는 보이고,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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