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를 읽다
비 우雨자는 자연현상 특히 날씨를 표현하는 문자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요소로 활용된다. 모든 자연 현상의 시작과 끝이 비 즉 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우뢰 뢰雷도 그와 같은
이치로 만들어졌다. 비 우자에 밭 전처럼 보이는 글자를 합쳐서 만들어진 뢰의 田 부분은 보이는 것처럼 단순히 밭 전田자가 아니다. 원래 형태는 畾이며 뢰 소리가 나는 문자이다. 그러니까 우레 뢰의 원래 형태는 靁인 것이다.
문자를 쓰다 보면 간편하게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되어 가는데 뢰자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변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데 그 과정에서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오역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고고학적 발굴이 문자를 이해하는 데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높은 고층 빌딩에, 아파트에 살고 있는 도시의 인간에게도 천둥, 번개는 두려움에 대상이 된다. 천지를 진동하는 소리에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수천만 분에 일의 확률로 일어나는 번개에 맞아 죽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몸이 수그리고 숨는다. 田이라는 글자를 세 개씩 쌓아 올리며 옛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너무 놀랍고 두렵기에 세 개나 쌓으며 그 자연 현상을 기록하고 기억했을 것인데, 田자가 하나만 남아버린 지금 우리는 간략하게 쓰는 만큼 공포와 두려움에서 벗어났는가?
여름이 끝나는 것을 알리는 비가 세차게 내린다. 불안정한
대기가 비를 뿌리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다. 사람들은 콘크리트로 만든 벽 안, 이불속에서 밤 잠을 쉬이 이루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글자는 변했지만, 그 안에 새겨진 공포와 두려움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획기적인 고고학적 발굴로 문자의 원천을 온전히 파악했다고 말이다. 마치 우리가 삶 속에서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수많은 깨달음과 이해를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