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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람 Mar 08. 2024

이해와 배려, 그리고 용서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마치다 소노코, 모모, 2023)


1권을 덮을 때 ‘빨리 2권을 읽고 싶다!’ 강하게 느낀 책이었다.

그래서 당장 사버렸다. 2권은 아니고, ‘겨울 한정 에디션’이다.

1권이 너무 좋았지만 전자도서관에서 읽었던지라, 실물 책을 가지고 있지 않던 나로서는 1, 2권이 합본으로 나와 특별한 표지로 만들어진 겨울 한정 에디션이 딱!이었다.

그림이 워낙 예뻐서 더 물욕을 자극하기도 했다.



책을 받고 너무 뿌듯했다. 오랜만에 최상급의 설렘을 느끼며 펼쳐 들었다고 하면 딱 맞는 설명이 되겠다.


분량으로 따지자면 2권은 1권보다 적었다. 1권은 총 6장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지만, 2권은 3장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독자들이 이 책에 기대하는 것은 다 담겼다. 어쩔 수 없이 웃게 되는 유쾌함과 잔잔한 감동으로 선사하는 힐링같은 것들 말이다.


절대 융합될 수 없을 것 같았던 할머니와 손녀가 ‘좋아해’의 감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다시는 반짝이는 날을 맞을 수 없을 것이라 자포자기했던 대학생이 자신을 사랑하며 타인을 용서하고,

자신이 옳기에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던 소녀가 자신의 오만함을 깨닫고 용서와 배려의 힘을 배운다.


열심히 한 가지만 파는 사람도 빛나지만 다방면에 걸쳐 여러 가지를 아는 사람들도 좋아. 생각지도 못한 것을 느닷없이 알려 준다거나 하는 두근거림이 있잖아. 


멀리 돌아가는 것 같아 답답한 기분, 제자리에서 걷는 듯한 초조함. 그런 걸 모르면 자기가 누리는 감사함을 모르게 될 수도 있으니까. 당연하다는 생각에 소중하게 여기지 못할 수도 있고. 바라고 바라서 얻은 것은 말도 못 하게 반짝반짝 빛나거든.


엄마가 반성했으면 절대로 같은 실수를 하지 말라고 하더라. 원래 아이들은 실수도 많이 하고, 때로는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는 미숙한 존재라고, 그래서 처음한 잘못은 절대로 혼내지 않을 거라고. 다만, 확실히 후회하고 반성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하셨어. 사람은 그렇게 어른이 되는 거라고.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를 한 줄로 요약하라고 하면 이렇게 하고 싶다.

이해와 배려, 그리고 용서.


요즘의 세태를 한 걸음 물러서 바라볼 때마다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용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우리는 이해하기 전에 배척하고,

배려하기 전에 외면하고,

용서하기 전에 비난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만큼 여유가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에도 바쁘고 힘든 세상이니 말이다.

이런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잊고 있던 이해와 배려, 그리고 용서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 책이 보여주고 있다.

당장 나부터 페트병 하나 만큼의 배려를 타인에게 건네고, 그것이 또 이어질 수 있게 해야겠다 다짐하게 만든다. 그렇게 배려와 배려가 이어지다 보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모든 에피소드의 공간적 배경은 당연히, 편의점 텐더니스 모지항 고가네무라점이다. 그리고 이 편의점을 특별하게 만드는 사람들, 점장 미츠와 그의 형 쓰기, 여동생 주에루가 아무것도 아닌 듯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외모와 페로몬에 융합된 배려로 팬클럽을 몰고 다니는 시바 점장의 모습도 여전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권 끄트머리에 살짝 언급된 ‘니세코’와 쓰기의 얘기가 풀리지 않은 것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3권에서 풀리지 않을까 살짝 기대해 본다.

2권에서는 시바 점장과 쓰기의 여동생인 주에루에게 의미심장한 일이 벌어지는데… 이 역시 3권에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그래서 결론은, 3권 빨리 읽고 싶다!!

자꾸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마성의 소설이 아닐 수 없다.

여전히 한국판 제목이 내용과 걷돈다는 생각이지만, 이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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