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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백 Feb 22. 2024

롤리고고 전동킥보드를 샀다

비가 오네


50만 원 정도에 쿠팡에서 구매했다.

쿠팡 후기는 어차피 안 믿고 거르지만 ㅡ물품 제공받고 쓰는 후기가 넘나 많다ㅡ유독 킥보드 관련해서는 찐 유저들로 보이는 후기가 많아서 오히려 더 선택이 힘들었다.

이지베이션 것에 마지막까지 마음이 기울었다가 롤리고고 후기가 2019년에도 있는 걸 보고 그냥

샀다.

아직 안 망한 거 보면 탈 만하겠지 해서.


사실 알아볼수록 종류가 많아서 머리 터짐.

이럴거면 전기자전거를 살까,

아니 그냥 차를 바꿀까 하며.

기계는 파고들수록 눈만 높아진다..


택배는 하루 만에 왔다.

매우 무거워서 낑낑거리며 들고 들어왔다.

몸체가 접힌 채 스티로폼 몇 개에 보호받으며 있는

제법 큰 킥보드.

상상 속에 킥보드가 있을 때는 이걸 휴대용으로 들고 트렁크에 싣고 다니며 타야지 했는데 무게가...


핸들 펴는 건 쉬웠는데 몸체를 못 펴서 30분을 헤맸다. 영상을 아무리 찾아봐도 접는 걸 가르치지 펴는 걸 가르치진 않았고, 펴는 장면이 있는 영상들도 아주 쉽게들 폈다. 하지만 나는 담날 어깨가 굳었을 만큼 힘이 많이 들었다.

무엇보다 펴는 과정의 설명서에

어느 부분에 이음새 쇳덩어리가 딱 맞춰지면 되는지 자세한 사진이 있으면 좋을 텐데 설명은 대충,

쌀 씻어서 밥 하면 밥이 됩니다 였다.


본체를 펴고 나서, 반사광(?) 테이프를 여기저기 두르고 붙였다. 헬맷에도 붙였다. 쿠팡에서 오천 원이면 산다.

15년 쯤 무사고 운전을 한 나로서는

밤길 킥보드와 밤길 자전거 이용자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기 때문에...


액정은 금이 두 개 간 상태로 배송되었는데

이래서 언박싱 때 카메라로 찍는 게 중요,

하지만 난 안 찍었고 증명 불가하므로 그냥 쓰기로 했지만 액정보호 장치가 하나도 없다는 게 참, 그랬다.


리모컨은 일체형인지 건전지를 어떻게 넣을 수 있는지 모르겠고.


배터리 충전은 4시간 이상 걸렸다.

과열방지가 되어 있다지만 불날까봐 걱정이 되어 눈앞에서 충전시켰다ㅋㅋ


충전 후 전원 버튼을 본체에서 누르면 안 되고

리모컨으로 잠금해제 버튼 누른 뒤 번개 두 번 눌러야 한다.


비가 와서 주행은 못 해보고 실내에서 잠깐 타봤는데 너무 빠르게 훅 나가서


이러다 훅 가겠구나 싶었다.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겁없이 타던 모습만 보고 그냥 쉽게 타는 건가 싶었는데 이건 킥보드 운전면허 제도를 만들어야 할 정도다.

내리막에서 브레이크 잡으면 회전하며 넘어지면서 크게 다칠 것 같다.

과속방지턱 등 돌출물들도 매우 주의깊게 봐야 한다. 이건 스쿠터보다 안정성이 없다. 보험도 어렵고.

자칫 브레이크 잘못 잡으면 핸들에 늑골 박으면서 바로 부러질 것이다.

오른쪽에 있는 게 엑셀인데

자전거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그걸 브레이크로 착각하고 긴급한 순간에 확 잡아버릴 수도 있을 듯.


아무튼 첫 느낌은

매우 무겁다,

다치기 쉽다,

내 자식한테는 절대 사줄 수 없는 물건이다, 차라리 오토바이를 사주는 게 낫다,

비오고 눈 오면 못 타고 굴곡진 길 험한 길 못 타고 킥라니 욕 먹고

자주 충전해야 하고 수리 힘들고


그런 고난과 시련의 동굴을 지나


마실용으로 1년 뽕뽑는다 생각하고 탈 생각이다.


사기 전에는 킥보드로 전국일주 이런 상상했는데

바로 내려놓는다, 그 생각.


이것은 보험 안 든 초보운전자의 차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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