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다 검색해본 후 마지막으로 읽는 소소한 여행기 그 어딘가 쯤.
1. 제주항공으로 20만 원대 결제.
수하물 부칠 게 없어서 가방 하나 메고, 크로스백 하나 들고 모바일탑승권으로 바로 심사대로 감. 제주항공 카운터에 들를 필요가 없었다.
인천공항 오랜만. 제주항공은 터미널1.
공항은 늘 건조하고 웅웅거리고 정신없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라 밖으로 나가는구나 싶어서 신기하기도 하다.
스마트패스 어플 깔고 등록하면 별도의 줄로 들어간다,고 해서 바로 등록했는데 그 별도의 줄이라는 것은 출국장 앞에서 여권과 탑승권 소지를 확인 하는 과정을 생략하는 것이고
우리나라 일하는 속도가 매우 빨라 그런지
큰 차이가 없었다.
자꾸 이런 걸 권장해서 인력을 줄이겠구나,싶다.
집 앞 다이소도 카운터 직원이 셋 넘었는데 이제 한 사람뿐이다.
공항 식당은 언제 먹어도 맛이 없다.
어느 나라 사람이 먹어도 다 무난하다 느낄 맛.
여러 업체가 같이 있는 식당에서 손만두 국밥을 먹었는데
만두가 손맛이어봤자
국물이 인공적이어서...
쌀밥마저 부드럽지도 않고 대충 지은 밥 같아서
외국인들한테 미안해지는 마음이랄까.
이것이 한국의 밥맛인 줄 알겠지.
탑승구 들어오면
13번 게이트 쯤에 판판,이라고 중소기업 아이디어 상품들 파는 곳이 있다.
나는 예약한 도미토리에서 수건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후기를 뒤늦게 읽고 수건 사러 갔다.
수건 퀄이 좋아서 여행 가서 잘 썼다.
(도미토리에 무료 수건 있더라...)
손수건도 샀는데 유용하게 썼다.
판판이 좀 가엾은 게 분명 아이디어가 좋아보이는 상품들이 많고 체험해보고 싶은 것도 종종 있었는데 상품 진열이 산만하고 계산대도 눈에 잘 띄지 않고(계산대로 보이는 곳에 한참 서 있었는데 아무도 말 걸지 않아서 정리 중인 분한테 물어서 이동;) 여러모로 안타까운 곳이었다.
물건은 탐나는 것들이 좀 있다.
2. 트래블월렛 카드 발급받고 환전 3만 5천엔 하고, 비짓재팬웹 등록하고 갔다.
비짓재팬웹 등록했다고 해서 다른 라인에서 심사받는 것은 아니어서 별 차이도 없어 보인다. 다만 승무원들이 당연하게 비짓재팬웹 등록은 하셨죠?하고 묻고, 안 한 사람은 입국 카드를 줘서 한국인들이 99프로 학습된 거 같기는 하다.ㅎㅎ
내가 더 늙으면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이
당연하게 디지털화 되는 것일까.
종이 지도 들고
폰도 카메라도 없이
여행했던 시절이
새삼
미친 패기였구나 싶다.
아무튼,
제주항공은 20분 늦게 시즈오카에 도착.
환전한 돈으로 시즈오카 공항 세븐일레븐에서 물과 커피 사고 잔돈으로 깼는데,
돈을 직원이 받는 게 아니라 기계에 넣게 되어 있어서 조금 당황.
화면에 오케이 버튼을 누르고 지폐를 펴서 틈에 넣으면 영수증과 잔돈이 나오는 방식.
일본은 뭐든 넣는 곳은 기계의 그 자리에 불이 들어오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고
잔돈 덜 받을 일 없어 안심이기는 했다.
공항은 헤매고 싶어도 헤맬 수 없는 구조.
밖으로 나가면 3번 탑승장이 그대로 보이고, 줄 서서 기다리면 버스가 온다.
여자 기사분이었는데, 일본어로 뭐라 길게 설명했지만 대답하는 한국인은 1도 없었다.
짐칸 열고 기사분이 그 안으로 들어가 승객들이 짐을 들어 넣어주면 안에서 받아서 정리하는 방식이었다.
자리는 부족하지 않았고 교통카드도 가능한데 거의 다 현금을 미리 잔돈 맞춰 준비해서 냈다.
버스 탈 때 승차권을 버스 안의 기계에서 뽑은 뒤 내릴 때 돈을 함께 주면 되고,
거스름돈을 안 준다는 얘기가 돌던데 일본에서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고 역시 그럴 리는 없었지만 대부분의 승객이 1100엔 맞춰서 내고 빠르게 하차했다.
정보 습득이 빠르고 동일한 학습을 하는 것이 한국 여행자의 장점이라면 장점.
1시간 정도 지나
도착할 즈음에 승객들 사이에서 잠시 혼란이 일었는데
그건 뒷좌석에 앉은 누군가가,
안내방송에서 시즈오카에키마에,라고 했으니
그것은 시즈오카역,이 아니라
시즈오카역 앞, 즉 한 정거장 앞이라는 이야기지요?하고 어떤 승객한테 묻고
그 질문을 받은 승객이
그렇겠지요?
그렇다면 여기가 아니라 한 정거장을 더 가야 하는 것이네요.
하는 바람에
모두에게 조용하지만 불안한 동요가 일었다.
이것은
학습하지 않은 정보이니까.
하지만 에키마에는 역앞이고
시즈오카에키마에,라 하면 내릴 곳이며
어차피 99프로 제주항공에서 내린 승객만으로 가득한 버스에서 97프로쯤 다 내리는 곳이 시즈오카역인데다 거기서 짐도 꺼내야하므로
우르르 함께 내리면 된다.
허둥지둥 바쁘게 내려주면 피슉, 탁, 붕~!하고 떠나는 우리나라 버스와는 다르게
좀 여유가 있고
안전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3.아무도 교통카드 같은 건 안 만드나 본데
나는 시즈오카역에서 토이카 카드를 발급받았다.
기계에서 토이카 신규 생성하는 버튼 누르고 2천엔 넣으면 바로 나온다. 보증금이 500엔이지만 제한된 기한이 없어서 다음에 다른 지역 갈 때도 쓰려고 사두었다. JR 특급 제외하고 전철, 버스 탈 때 찍고 탔다.
처음에 토이카 발급 기계를 못 찾고 신칸센 기계에서 헤매었는데 두 번 헤매니
역무원이 사무실에서 조용히 나와 굳이 내 앞으로 천천히 자연스럽게 지나갔다ㅋㅋ
물어볼 거 있으면 당장 물어보아라. 당장 대답해주마 하는 느낌이었지만
나는 그냥 다른 기계를 찾아가서 했다.
전철 노선표가 있는 곳의 기계에서 하면 된다.
4.
시즈오카 이치란 라면,
얼큰돼지국밥 맛이라서 맛있다.
나는 예전에 본점도 가봤고
북해도에서도 이치란 지점 찾아가서 먹은
이치란 팬.
잇푸도도 맛있지만 한국인 입맛엔 이치란이다.
쪽파. 마늘1쪽. 맵기비법소스 2배. 다른 건 다 기본으로 맞추고 밥 한 공기 시켜서 말아먹으면
일본의 니글니글한 짠맛 단맛을 잊게 해준다.
혼밥러를 위한 독서실 스타일 식당이라서
더 편하게 먹을 수 있다.
5.시즈오카에서 후지노미야까지 갈 때
후지에서 갈아타면 되는데
전철이 역에 완전히 멈추고 문옆 파란 버튼에 불이 들어왔을 때 버튼을 누르면 문을 열어준다.
나는 이 정보는 학습이 안 되었던 상태여서
버튼을 프레스하라는데 버튼은 안 보이고, 사람들 관찰해보니 문옆 뭘 누르는데 나는 눌러도 딩동 소리가 안 나서
이대로 이세계로 가나요 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오른쪽에 앉으면
후지산이
짠,도 아니고 뿅,도 아니고
쿠웅~하는 느낌으로다가
미친듯이
훅훅 보인다.
예상은 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사진으로 봤지만 사진에 담기지 않는,
압도적이고 아름다운 데가 있다.
그래서 사진은 여기 담지 않는다.
가서 보세유.
#시즈오카
#후지노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