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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백 Mar 19. 2024

눈썹 문신...

조금 짙은 그림에 가까운



십여 년 전에 첫 눈썹 문신을 했다.

일종의 야메로,

시술사가 동네 여인들을 죄다 모아 우리 집 거실에 차례대로 눕히고 한 명씩 눈썹을 그려주는 방식이었는데

그때는 면도칼 같은 걸로 일일이 가느다란 흠집을 내고 거기 잉크를 넣는 식이어서

고작 크림 좀 발라 마취하는 걸로는 택도 없는

고통이 따랐다.

나는 그때 막내여서 제일 늦게 시술 받았던 터라

마취가 제법 잘 되어 통증이 없었는데

내 앞의 여인들은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흘렸다.

눈썹에서는 피가 흘러

시술사는 그걸 계속 닦아냈고

생살에 칼질을 할 때마다 여인들은 움찔거렸다.

게다가 짱구처럼 숯덩이를 만들어 며칠은 그 상태로 보낸 다음

끔찍한 리터치 시술을 또 그만큼 받아야 했는데

상처가 다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또 칼질을 당하는 게 몹시 고통이었다.


그래도 문신은 제법 잘 되어 오랫동안 잘 있었다.


이제 다시 문신이 흐릿해져서

내 인생 두 번째 눈썹 문신을 받았다.

그때의 고통 때문에 한참을 미루었는데

기술이 좋아져서 예전 같은 고통이 없다고들 했고

그건 정말 그랬다.

징~~소리 나는 기계로 뚝딱뚝딱 했는데

그날 밤에 부위가 좀 우릿한 거 외에는

살이 저며지는 고통이 없었다.


비용은 24만 원이었고 리터치 포함인데

싼 곳은 15만 원에도 가능하다고 했다.


비싸다고 특별히 더 나은 건 모르겠고


시술사가 내 얼굴을 정면으로 보며

무슨 도화지에 그림 그리듯이

(시술사도 미대생 앞치마 같은 걸 메고 있어서 더욱)

내 눈썹을 그려놓고 거울로 보라고 하는데

너무 웃기게 생겨서 민망했다.

건축 도면 그리듯이 자로 재면서 신중하게 그렸지만

뭐랄까,


이게 맞나 싶은 그림이었다.


평행이 맞는지를 나보고 판단하라고 해서

그건 좀 황당했다.

님이 전문가시잖아요...하고 싶었지만

극I인 나는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수백 명 문신한 사람이 판단해야 할 일을

내게 책임을 미루는 느낌이랄까.


시술사는 덧붙였는데,

만약 평행이 안 맞더라도 그건 내 얼굴이 비대칭이어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


할 말이 없었다.


시술 침대가 따뜻해서 노곤노곤해졌고

눈썹은 제법 잘 되었는데

인스타용 사진을 찍을 거라고 해서

거절하고 싶었지만 극I라 하지 못했다.


눈썹 아래는 가려주었지만

카메라가 셔터 소리나 찍히는 음이 전혀 안 나서

좀 기분이가 나빴다.


눈썹뿐이지만 내 초상권...싶기도 했고..

누군가의 상업적인 용도에

한 터럭의 털도 쓰이고 싶지 않은 게 진심이었다.

나..내 돈 다 내고 시술 받은 건데

깎아준 것도 아니면서...

사진을 왜 찍어요...하지 마요..하고 싶었다.


그리고 매년 다시 받아야 한다는데

그게 무슨 문신인가 싶다.


비싸지고

고통이 사라진 대신

효력이 짧은 문신.


일 년 동안은 눈썹 그리지 않아도 되는

하루 2분 절약의 값치고


적정한 건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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