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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모험가 Apr 14. 2022

아이와 함께 여행하기

  내가 여행을 한 시간 중 절반 이상을 아이와 함께 했다.  결혼 전에는 친구들과 다녔고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기 전에 남편과 다녔다. 큰아이는 뱃속에서부터 해외여행을 시작했고 백일 때부터 비행기를 탔다. 우선 제주도, 일본 유후인 등 가까운 곳부터 발리, 몰디브, 하와이, 푸껫, 코타키나발루,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국, 캐나다 등 여러 곳들을 다녔다.

사람들은 너무 어릴 때 여행을 가면 아이들이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 그럴 필요가 없다고들 한다. 하와이 바다든 부산 바다든 다 똑같다는 것이다. 어느 바다가 더 좋다 나쁘다가 아니고 어릴 때는 큰 의미가 없으니 멀리 해외까지 가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고들 조언을 한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다르다. 물론 아이와 함께 여행하면 불편한 점들이 많이 있다. 챙겨야 할 물건만 해도 한 보따리이다. 분유와 젖병, 기저귀, 유모차등 챙겨야 할 짐이 많다. 또 시간마다 분유를 타서 먹여야 하고 젖병 소독도 해야 하고 더구나 여행지에서 아프기도 한다면 큰일이다. 여러 위험요소 또한 있다. 그렇지만 아이를 맡기고 여행을 한다면 부모님 신세를 져야 한다. 그러면 부모님께도 죄송하고, 부모님께 아이를 보게 하고 우리만 여행을 가는 모양새도 좋지 않다. 그렇다고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하면 그 또한 부모님이 아이를 보게 되는 고생길이 되고 만다. 아이를 맡기고 여행을 하면 여행 중에도 아이 걱정과 생각에 온전히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없을 것이다. 또 좋은 곳에 가면 ‘같이 오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거다.
그래서 나는 힘들어도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이 여행을 했다. 좋은 곳에서 좋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즐기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기 때문이다. 꼭 아이가 기억하고 기억하지 않고 가 중요한 것이 아닌 그 시간을 함께 하고 즐거우면 되는 거다.


물론 증거는 사진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사진을 보며 아이들과 여행 이야기를 한다. 4살 이전은 거의 기억을 못 한다. 그렇지만 그때 이야기를 들려주며 추억을 한다. 가끔 아이들이 "좋은 곳에 왜 어릴 때 데려갔어요?" 하기도 한다. 그러면 "그래.. 또 가볼까?"라고 제안을 한다.

아이가 어릴 때는 호텔에서 포트에 뜨거운 물을 끓여서 젖병을 소독하고 늦게 잠이 들기도 했다. 아기 띠를 하고 유모차를 끌고 발리  우붓지역의 구불구불한 골목 구석구석을 다니기도 했다. 몰디브처럼 장거리를 갈 때는 방콕에서 하루 자고 가기도 했다. 하와이를 일주일간 갔을 때도 아이와 일정으로 늦게 일어나 출발하고 어른들의 일정처럼 바삐 움직일 수 없었다. 3일 같은 7일을 보내고 왔다. 특히 아이가 어릴 때 아이와 여행을 하면 많이 다니고 많이 보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여유 있게 천천히 둘러보게 된다. 그 또한 여행의 여유다. 그리고 아이들 위주의 장소로 가게 된다. 수영장이나 놀이동산, 동물원 등 아이들이 좋아할  장소로 다닌다. 당연한 얘기지만 아이들에게 맞추게 된다. 아이들이 크면 함께 즐기는 부분들이 더 많아져서 좋다. 가고 싶은 곳을 얘기하며 여행 계획도 함께 세우고 여행지에 대한 공부도 한다.

여행에 체질이 된 아이들은 비행기 타는 것을 좋아한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지금 여행을 추억하며 지내고 있다. 다시 아이들과 여행 가기 전 설렘을 가지고 여행 계획을 세우고 싶다.

(사진출처 : 클럽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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