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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지 May 14. 2021

[프롤로그] 유치원 교사로서 꽃길일줄 알았다지.

시작하는 글

어릴 적 부터 꾸었던 꿈이 있었다. 화려한 연예인의 삶도, 고독을 즐기는 예술가도 아니었다. 단지 교실에서 아이들과 하루를 함께 하는 일. 누군가를 가르치고 누군가를 마음껏 사랑하는 일. 유치원 교사였다. 물론 중간중간 꿈을 포기한 적도 있었다. 입시라는 슬럼프는 내 꿈까지 집어삼킬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끝끝내 유아교육학과에 입학하여 4년동안 대학생활을 하였다. 대학생으로서, 학생이기 전에 나로서 충분히 즐기고 돌아보고 고민한 시기였다. 그 덕분에 나는 조기 취업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따 먹을 수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달콤한 열매였으니. 달콤한 열매란 조건이 좋은 유치원에 취업한 것이었다. 부담임 자리였는데, 학업을 병행하면서 일할 수 있었고, 국가호봉(국가에서 정해주는 교사 월급을 지급하는 것)을 주는 곳이었다. 심지어 반차 제도까지 있었다. 이랬으니 좋은 환경에서 나는 꽃길을 걷겠구나 싶었다.


  첫 출근 날짜를 잡아두고 두려움과 설렘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대학생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나는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나는 과연 좋은 교사가 될 것인가, 어떤 점이 힘들까, 조직 분위기도 좋아야 할텐데, 혹시 취업이 취소되는 것은 아니겠지. 많은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스치고 지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락하는 주변 사람들은 나의 취업 여부만을 물었고, 이 모든 일이 '감사한 일임.' 을 강조했다. (또는 강요했다.) 남은 시간들을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보내게 되었고, 첫 출근 날짜 또한 슬금슬금 다가오기 시작했다.


  다음 글에서는 첫 출근 날에 있었던 일을 다룰 것이다. 비록 이 글의 제목은 '유치원 교사로서 꽃길일 줄 알았다지.'이지만 생각만큼 비관적인 내막은 아닐 것이다. 유치원이란 곳은 내가 유치원 교사로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기쁨을 느꼈는지, 어떤 재밌는 일이 있었는지, 어떤 한계를 느꼈는지 등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통해 유치원 교사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 알 수 있으며, 교사이기 전에 인간으로서의 나에 대해서도 알게 될 것이다. 앞으로 진실되게 글을 쓰며 나의 하루하루들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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