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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지 Aug 25. 2021

날 보는 시선들이 무서워지는 순간

  규모가 크지 않은 곳의 직장을 다닌다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함께 지내는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보고 있는지, 내가 없을 때 나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 할지. 궁금하면서도 불안한 예감이 든다. 오늘 동료교사 김선생님 일도 그랬던 것 같다.


  화장실 문 앞에 동물, 표시판 등을 만드는 일을 원장님께서 부탁하셨다. 그 때 김 선생님은 양치를 하고 있어서 설명을 내가 대신 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저번에 화장실 문 데코를 할 때 내가 동물 선정, 인쇄, 코팅, 코팅한 것 자르기까지 다 해서 나머지 일은 김선생님이 다 할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끝내 나와 함께 일하기를 재촉했고, '같이'하기를 원했다. 만들기와 컴퓨터 다루기가 주로 이루어지는 유치원에서 김선생님은 공동 일을 할 때 줄곧 '나는 만들기는 못하고, 컴퓨터 잘 못다뤄요.' 하고는 말씀하셨다.

  그럴 때 '내가 다 해야하는 건가?' 싶기도 하면서 나의 기분은 조금씩 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다른 선생님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낀 선생님들의 하소연을 들을 수 있었다. 이러한 대화는 뒷담화라기 보단, '~한 상황이 있었는데, 기분이 상했다.' 라는 대화였다.

  그러나 이런 대화가 오갈 때 마다 나의 마음은 썩 편하지만은 않았다. 내가 만약 김선생님이라면 자신보다 어린 사람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불편했을 수도 있고. 다른 선생님들 또한 나와 같이 일하면서 불편하거나 짜증나는 일을 겪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나 물론 김선생님과 앞서 기술한 화장실 데코 사건에서는 마음이 상했지만, 김선생님의 얘기가 오가는 상황에서 언제든 그 주제가 '나'일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자꾸 '김선생님' 단어 대신 '현지선생님'을 대입해 보곤 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마음은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직장생활에서, 또는 사회생활에서 다른사람 이야기를 하는 일은 흔하고도 흔하다. 그 중에 내가 기억해야 할 건 단 하나인 것 같다. 그 평가가 나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 누가 날 뭐라고 평가해도  그게 나를 통칭하는 하나는 아닐 것이며, 그 만큼 나 자신을 사랑해주고 아껴주면 되는 것이다. 일을 할 때에는 최선을 다하지만 타인의 평가가 '100% 온전한 나' 는 아니라는 것을 꼭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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