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가 되면 사람들의 마음이 일렁인다.
한해의 마지막과 새해의 시작이 교차하는 지점, 바쁜 일상이 계속되어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일말의 설렘을 안고 새 계절을 준비하는 사람들.
지난겨울은 대한민국 사람들에겐 엄청난 인생의 소용돌이가 있었던 지점이 있었다.
이제는 전 세대가 경험하게 된 계엄령, 탄핵공화국이라는 현실의 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우리들.
재미로 혹은 호기심과 걱정, 두려움이 뒤섞인 채로 찾는 곳 중의 하나는 점집이다.
새해엔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
지금 하는 사업이나 일을 계속하는 것이 맞는지, 다른 아이템은 없는지.
가족의 궁합은 어떤지, 내 자식의 미래는 괜찮은 건지.
재물복, 건강복은 나이 들어가는 나에게 있는 건지.
온갖 질문을 안고 들어가는 그곳.
신점, 관상점, 타로 등등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결정할 수 있는 건 점사에 대한 본인의 반응일 것이다.
유명한 점집을 가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관상풀이를 털어놓았다.
호기심이 일었다.
시간상 예약을 하지 못하고 뒤늦게 합류했던지라 관상점을 보고 싶은 마음, 혹은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반반치킨처럼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나한테 그러더라고, 인간은 운이 80프로이고 나머지는 노력이나 안간힘, 뭐 이런 거래. 이미 운명은 정해져 있다는 거지."
이 말을 내뱉은 대형 어학원을 운영하는 친구는 다음 사업 아이템을 물을 요량이었는데 마음속에 늘 한으로 남아있던 어머니의 임종을 못 지켰다는 자책감을 짚어낸 역술가의 능력에 놀란 상태였다. 역술가의 모든 말이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고, 듣기 좋은 말만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역술인에 의해 국정이 좌우되지 않아야 한다고 믿으면서도 마음 한편의 안식처나 보험처럼 찾게 되는 그들의 말이 거짓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나 또한 무엇에든 기대고 싶은 인간이며, 안정감을 찾고 싶어 하니까. 다만 운이라는 것, 운명이라는 것. 정해져 있다고 믿지 않을 뿐이다. 내 운명은 내가 만드는 거야 라며 외치던 여자 아이. 어디서 우연히 들은 이 말이 꽤나 멋있다고 생각했고 나와 맞다고 여겼다. 늘 미래는 기대되는 것이고, 도착한 미래가 아무리 힘들고 숨넘어가는 시간이었다 할지라도 나에게 '미래'란 항상 그런 것이었다. 아직 다다르지 않아 보고 싶은, 반드시 갈 수 있는 곳이기에 기대되는.
나의 생각과 의지가 미래를 만들어간다고 믿기에 역술가의 말에 반기를 들고 싶다.
이미 운명이 정해져 있어서 아무리 인간이 노력해도 변화될 수 없다면 인생이 너무 서글프지 않을까.
어떤 것에 성공할 운명이어서 20프로의 노력을 다해 완벽해질 수도 있지만 반대급부도 있는 것이 아니던가.
인간의 의지는 세상에서 가장 강할 수도 약할 수도 있는 것이기에 인생은 변화된다고 믿는다.
운명이다, 운이다 말하고 싶지 않다.
포춘 쿠키도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가 있으니까.
늘 자신이 배운 대로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말하는 역술인은 그 분야의 전문가일 것이다.
많은 공부를 했을 것이고, 신내림을 받았을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말하고 싶다.
그 말을 참고하지만 맹신하진 않겠다고.
행동도 사유도 인간이 하는 것이고 인생의 키는 본인이 쥐고 있는 것이기에.
조금 다른 방향으로 항해하고 싶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에 다시 나가는 선원들처럼 노력과 생각이 삶을 바꾼다고 계속 믿으려고 한다.
좋은 말과 좋은 생각, 좋은 기운으로 계속 말도 안 되는 꿈을 꿀 것이고 현실로 만들 것이다.
결국 전지전능한 자의 손바닥 안에서 살았다고 해도 상관없다.
내 의지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미 몇 번이고 본 드라마도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이다. 하물며 인생은 어떻겠는가. 답안지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늘 새롭다, 두려움인지 기대감인지 모를 감정도 온전히 느낄 자유가 있기에 당당히 운명결정론에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