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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필 Oct 23. 2022

<이 와중에 스무 살>이 되었네

- 소설<이 와중에 스무 살>을 읽고




 스무 살. 

 나의 스무 살을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청소년기 못지않은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고등학교 2학년 정도 되면 자신의 정신 연령이 몸만큼이나 컸다고 착각한다.

 나도 이제 다 컸다고 어른들의 세상 정도는 알고 있다고.

 다 커버린 나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세상이 우습게만 느껴졌다.


 호기롭게 입학한 대학교 1학년.

 세상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막상 성인이 되고 보니 다시 청소년이란 보호막 안으로 숨어버리고 싶었다.












 소설 <이 와중에 스무 살>은 몸과 마음은 다 컸지만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리고 과거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스무 살 '은호'에 대한 이야기이다.


 K-장녀 은호는 가장으로서의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한 철없는 아버지와 그런 가장을 대신하며 억척스럽게 살아온 엄마 밑에서 성장했다. 온전하지 못한 가정의 모습은 은호를 불안정한 상태로 이른 어른이 되게 만들었다. 고난은 사람을 성장시키지만 은호의 성장은 그녀에겐 큰 굴레요, 고통이었다.


 그녀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이성과 뜨겁게 타올랐고, 그것이 식으면 이별을 고하며 자신을 붙잡는 상대를 보며 사랑을 확인했다.


 우연한 계기로 방문하게 된 학교 내 상담실. 그녀는 그곳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씩 털어놓게 된다. 부채감 없는 하소연이 지속될수록 잊고 있던 과거가 스멀스멀 떠올랐다.


 귀찮다는 이유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어린 은호를 밖으로 내보내 창문을 닫게 만들었던 아버지. 아버지와 싸우고 집 밖에서 비를 맞으며 벌벌 떨고 있던 어머니. 부모님의 싸움이 커질 때마다 불안에 떨던 남동생 현호. 


 은호는 상담과 회상을 통해 과거에 묶여있던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 자신과 가족들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엄마의 행동도 억지로 맞추려 하지 않고, 엄마의 삶과 자신의 삶을 구분 짓기 시작한다. 자존감이 낮아서가 아닌 자신을 너무 특별한 존재로 생각했기 때문에 은호의 스무 살은 혼란스러웠던 것이었다.





 <이 와중에 스무 살>은 성장 소설의 플롯을 갖고 있지만 특이하게 성장을 할 만한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다. 그저 상담과 알바와 자신의 가족에 대한 생각과 회상의 반복으로 그녀의 성장은 시나브로 진행된다. 


 생각해보면 성장이 꼭 엄청난 사건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영화 한 편을 보거나 과거를 회상하거나 주위 사람들의 성장과 같은 사소한 일을 보며 성장할 수도 있다. 


 이 소설이 기존의 성장 소설과 달랐던 점은 오히려 미숙했기에 할 수 있는 게 성장이란 사실과 성장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부분이다. 나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주위 사람을 원망하고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내 마음에 와닿았다. 



 나도 은호처럼 가족과 관련해 답답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이해하는 부분도 생기고 어느 정도 포기하는 부분도 있었기에 지금의 편안해진 내 모습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나를 힘들 게 하는 것은 결국 과거의 나 자신일 테니 나 또한 과거의 나를 죽이고 앞으로 나아가며 성장해야겠다.

















* 해당 도서는 창비로부터 서평 작성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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