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올빼미>, 소설 <왕세자가 돌아온다> 리뷰
영화 <올빼미>를 봤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류준열이 나오기 때문이었지만 정묘, 병자호란을 초래한 인조라는 임금을 유해진 배우가 어떻게 연기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영화는 뛰어난 침술 실력을 가진 봉사 ‘경수’가 아픈 동생을 뒤로하고 궁에 들어가는 시점부터 진행된다. 가진 것 없는 미천한 신분인 그가 궁에 들어갈 수 있었던 데는 뛰어난 침술 실력만이 다가 아니었다. 보아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른 척해야 하는 궁에서 선천적으로 앞이 보이지 않았던 그의 단점은 역으로 사람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된다.
청나라에서 8년간 볼모 생활을 하고 조선으로 돌아온 소현세자.
우연한 계기로 세자궁에 든 경수는 그만 소현세자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키고 만다.
정체를 숨기고 자신을 시침한 경수에게 소현세자는 불쾌한 기색을 띠지만 경수는 자신이 앓고 있는 병이 주맹증이며 이대로 궁에서 내쫓기게 되면 병을 앓고 있는 어린 동생이 죽게 된다며 자신의 처지를 고백한다.
사람들은 제가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눈 뜬 장님으로 살 수밖에 없는 경수의 처지가 자신과 같다고 느낀 것일까. 소현세자는 벌을 내리는 대신 청나라에서 갖고 온 확대경을 선물로 주며 글공부를 열심히 하라 이른다.
이후 전개되는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소현세자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그 배후로 지목되는 인조의 치졸함과 정치적 야합으로 극은 절정에 다다른다.
실제의 역사와 감독의 상상력이 더해진 허구이지만 나름의 카타르시스를 주며 끝을 맺는 영화 <올빼미>. 마침 읽고 있던 어린이 도서가 소현세자의 성장기를 담고 있어서 영화에 한층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소설 <왕세자가 돌아온다>는 인조반정부터 소현세자가 8년간의 볼모 생활을 끝으로 조선으로 돌아가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어린이 도서인만큼 인조에 대해 사실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백성을 사랑하지만 당쟁에 희생되었던 유약했던 임금 정도로 표현하고 있다.
명말청초(명나라 말기, 청나라 초기) 풍전등화 같았던 조선의 상황에서 세자인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끝없이 고뇌하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실제로 8년 동안 소현세자가 볼모로 잡혀있는 동안 발전된 청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였을까. 청나라를 오랑캐 국가가 아닌 우리보다 앞서 나가는 선진국으로 인식했더라면 조선 후기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명말청초, 답답했던 당시 기득권의 정세관을 보면, 사대주의가 계속되는 한 정묘, 병자호란과 같은 이야기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보다 뛰어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동남아시아나,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은 지금도 조금씩 변화를 꿈꾸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20세기 미국 중심 사대주의에 빠져 국익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
연일 계속되는 지도층의 헛발질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우리의 지도층은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얼마나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 국민들은 소현세자가 나타났을 때, 그를 알아보고 위정자들로부터 지켜줄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계속됐던 영화 <올빼미>와 소설 <왕세자가 돌아온다>.
어린 자녀와 영화를 보시려는 분들께 이 두 작품 모두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