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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란 Apr 12. 2023

심심하면 생각나는 사람

모든 건 나 좋아서 하는 일이다

2023년 4월 11일, 비 그리고 우중충

어제 몰아서 일을 한탓인지 날씨 탓인지 오늘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다.

아이들을 보내고 뒹굴거리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흘렀다.

'앗! 오늘 브런치에 글 올리기로 한 날인데..'

극강의 P인 나를 움직이는 건 단연 사람들과의 약속이다. (현재로서 가장 강력한 도구임에 분명하다)


'귀찮아'를 몸에 칭칭 감고 스타벅스 구석자리에 야무지게 자리를 잡았다. 

카페에 멍하니 앉아있으니 '심심'하면 생각나는 그분이 떠올랐다.

인스타그램을 열고 '요즘도 여전하신가?' 

심심한 일상을 곁눈질한다. 

팬심이다.

2년이 지나도 프로필사진은 변함이 없다. 

역시 작가님이야. 



심심한 일상을 열심히 기록하는 법     


글 쓰는 데 가장 필요한 것 역시 체력이다. 체력이 끈기고 곧 재능이다.. 글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쓰는 것이다. 하루하루 비슷한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내 한 몸 챙기기가 제일 어렵다. 제시간에 일어나고 잠들기, 끼니 거르지 않기,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그를 통해 깨치는 것은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혹독해지지 않고, 지나치게 관대해지지도 않는 법이다. 자신을 꼭 좋아할 필요는 없더라도 미워하거나 괴롭히는 시간만큼은 줄이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잘 수행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체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작가란 모름지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글을 쓸 수 있고 일반인보다 독특한 단어와 수려한 문장을 구사하고 한번 쓰기 시작하면 어렵지 않게 술술 쓸 거라는 고정관념. 을 와장창 깨부순다. 오래 버티고 많이 쓰는 사람이 곧 잘 쓰는 사람이라니 갑자기 고3 수험생이 생각나는 문장이다.       

작가님이 알려준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6가지 꿀팁을 소개한다.      

               



1. 나에 대한 리스트 만들기: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장소, 사람, 물건 음식, 요즘 자주 하는 생각, 관심 있는 주제, 고민거리 등을 리스트를 작성하며 자신에게 질문하면서 진짜 쓰고 싶은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2. 지금 마음 쓰기생각이나 의견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표현하는 연습을 한다. 


3. 10분 글쓰기어떤 것을 써야 할지 모를 때는 종이와 펜을 준비해 10분 동안 아무 말이나 쓴다. 시간을 정해 쓰다 보면 언젠가는 쓰고 싶은 주제가 떠오를 수도 있다. 


4. 마감일 정하기매주 금요일까지 에세이 한편 쓰기, 하루에 세줄일기 쓰기 등 구체적으로 정하고 지켰을 경우에는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자


5. 독자 만들기혼자 보고 말 글을 쓰는 일은 재미가 없다. 독자가 있으면 글쓰기는 더욱 신이 난다. 


6. 책은 재미로 읽기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 된다. 누군가가 권해준 책 말고 자신이 끌려서 고른 책을 읽어보자, 읽다가 재미없으면 때려치우면 된다. 끝까지 안 읽어도 되고 중간부터 펼쳐서 읽어도 된다. 




김신회 작가님은 13년간 13권의 책을 썼고 더 오래 더 많이 쓰고 싶어서 규칙적으로 쉬고, 놀고, 운동하는 전업에세이스트다. <심심과 열심>은 글쓰기를 사랑하며 보낸 13년의 시간에 대해 들려준다. 

글 쓰는 과정과 하루일과를 소개하고 근로자이면서 고용주로서 자신을 어떻게 지키며 쓰는지 이야기한다. 

"이 세상의 많은 일 중에 글쓰기를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건 맞지만 글 쓰지 않을 때의 나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당신의 글보다 당신이라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라고 조언한다. 시원한 사이다와 알싸한 박하사탕을 번갈아 먹는 느낌이었다. 심심과 열심보다는 부제인 나를 지키는 글쓰기를 제목으로 하고 싶었다는 작가님의 마음이 와닿았다. 글쓰기를 일상에서 즐긴다면 언제 어디서든 함께하며 결코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언제든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며, 가끔 모르는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든든한 지원군 솔메이트가 하나 생기는 거라는 말에 설렜다. 


나를 포함해 더 많은 개나 소가 글을 썼으면 좋겠다독자로서 더 다양한 에세이를 많이 읽고 싶다세상에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고 이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더 많은 책을 통해 알아 가고 싶다     

이 유쾌한 문장 덕분에 뻔뻔함과 근자감을 장착하고 컴퓨터에 앉아 무조건, 그냥, 일단 쓴다. 누군가 어떻게 글을 쓰냐고 묻는다면 나는 든든한 백 ‘심심과 열심’을 내밀 것이다. 


       

모든 건 나 좋아서 하는 일이다     


<우리는 서로 때문에 운다> 챕터를 읽다가 코끝이 찡해졌다. 어느 날 독자의 어머니가 보낸 메일 한 통을 받고 읽고 또 읽다가 방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우셨다고 한다. 병상에 누운 딸을 위해 작가님의 책을 딸에게 읽어준 엄마는 딸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딸이 접어 놓은 페이지를 다시 펴서 읽는다딸이 그랬듯 당신 역시 책에서 위로를 받고 있다좋은 글을 써 줘서 고맙다. 는 내용의 글이었다. 

‘아, 이런 게 위로구나. 독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나를 위로하는구나’ 깨달았다고 했다. 책 때문에 힘을 낼 수 있었다는 문장에서 힘을 얻었고 새 책을 쓰며 무기력증에 빠져있던 자신을 일으켰다고 했다.      

작가와 독자는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이지만 분명 이어져 있다자기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작가는 글을 쓰고그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고마워요’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쩐지 일방적인 관계 같으니 이제는 더욱 적극적으로 계속 쓸 테니까 읽어 주세요’라고 말하고 싶다그래야 쓰면서 위로받고, 읽으면서 위로받을 수 있을 테니까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굳게 믿고 또 그만큼 나를 믿으며 꾸준히 쓰고 싶다.     


돌아보면 최근 3년간 참 바쁘게 살았다. MKYU에 입학해서 온라인에서 공부를 하고 북클럽에 가입해서 책을 읽으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세상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자격증도 취득했다. 눈팅만 하던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디지털튜터가 되어 소상공인, 시니어분들을 실제로 돕는 경험을 했다. 멘토와 커리어코치로서 수년간 쌓은 지식과 경험을 공유했다.  미니챌린지 리더로서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홍보하고 진행했다. 강사, 멘토, 코치, 크리에이터, 커뮤니티  등 여러 개의 부캐가 생겼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신세계를 경험했다고 했고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했다. 멘토링&코칭&챌린지가 도움이 되었다, 너무 고맙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수없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는 일,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일처럼 뿌듯한 일이 또 있을까. 사람들의 인정과 신뢰를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할 것인지 조금씩 투명해졌다.  

                   


그렇다모든 건 나 좋아서 하는 일이다아무도 이 일을 하라고 시킨 사람이 없다. ‘글 안 쓰면 가만 안 둘 줄 알아!’라고 협박한 사람도 없다스스로 이 일로 먹고살기로 결심했고운 좋게 그러고 있는 중이다그 무시무시한 진실을 대면하는 순간 부정하고 슬퍼하고 분노 혹은 좌절하고 자책하고 후회하면서도 결국은 수용하게 된다.”     


모든 건 나 좋아서 한 일들이다. 꾸준히 이어가다 보니 생각지도 않게 커뮤니티 리더도 되고 온라인상에서 나를 아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반찬값이라도 벌어볼까 시작했던 일이 하나의 직업이 되고 운 좋게 계속 수익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무도 하라고 등 떠민 적 없지만 내가 좋아서 브런치 작가에 지원했고 이제 한걸음을 떼었다. 아직은 너무 부족한 글이지만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 

작가님이 엉덩이힘으로 글을 써온 13년의 시간처럼 내가 좋아하는 그 일을 나는 계속하고 싶다. 더 잘하고 싶다.      


 

이만큼 해 왔기 때문에 사랑하게 된 것일 수도 있고사랑하기 때문에 이만큼 해 온 것일 수 있지만 어쨌든 시간은 사랑이니까물론 사랑과 미움과 연민지긋지긋함을 모두 포함하는 말이다.

혼자는 외롭다하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나처럼 온갖 의문을 품으면서도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작은 점처럼 흩어져 있을 것이라는 상상만으로 기운이 날 때가 있다어쩌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지 모른다그 생각만으로도 마음 깊은 곳에서 부드러운 바람이 분다다정한 햇살이 비춘다.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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