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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은 Oct 06. 2023

오늘, 그대의 하루는 어땠나요?

<오늘도 내 하루는> 제이유나(J.UNA)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나요?’


 라디오 DJ도 아닌데 괜스레 묻고 싶어 진다. 오늘은 괜찮았는지, 혹은 무슨 일은 없었는지. 주변 지인들에게 연락할 때 항상 이 말을 가장 먼저 묻는다. 벌써 7년, 8년 차가 된 지인들은 매번 같은 말을 반복하는 내게 ‘똑같지 뭐’라고 답하곤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이들에게 ‘오늘’은 익숙한 날의 연속인 것만 같았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래 쉬었던 터라 나에게 ‘오늘’은 예상하지 못한 일투성이다. 어떻게 다뤄야 할지 막막하고 답답한데 시간은 내게 준비할 틈도 주지 않고 해결부터 하라고 재촉한다. 경험 없이 처리한 일들 앞에서 결국 나는 실수투성이가 되어버린다. 내일이 오는 게, 또 오늘 하루를 보내는 게 겁이 날 때쯤, 이 노래가 나를 찾아왔다.


 드라마 OST를 듣다 보면 종종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견하게 된다. 최근 인상적인 아티스트가 몇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제이유나(J.UNA)였다. 요즘 친구들이 하는 음악을 들어보면 힙합이나 R&B 보컬이 많다. 목소리 톤이나 창법도 비슷한 경우가 꽤 많아서 아티스트마다 큰 차이를 못 느꼈는데 얼마 전 듣게 된 제이유나(J.UNA)는 좀 달랐다.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한 그는 수준급 기타 실력을 갖추고 있고, 어쿠스틱 한 밴드 음악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노래를 부를 때 비음이 섞인 톤이 굉장히 매력적이고 종종 목에 힘을 주어 내뱉는 거친 창법은 내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무엇보다 장난기 많은 소년 같은 목소리가 어떤 이야기를 해줄지 항상 기대되고 궁금하게 한다.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의 OST인 <오늘도 내 하루는>은 누군가의 일기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드라마를 보지 않았기에 가사와 드라마 사이의 연관성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노래를 들으며 구간마다 들려오는 가사에 밑줄을 그을 수밖에 없었다.


 ‘왜 하필’ ‘오늘’ ‘준비’     


 그런 날이 있다. 왜 하필 오늘이지 싶은 날. 다른 날이라고 더 나은 방법으로 해결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 유난히 오늘 이 일이 생긴 게 정말 싫을 때가 있다. 특히나 너무 지치고 피곤한 상태에서 일이 터지면 해결법을 찾지 못해 엉망이 되고, 머피의 법칙도 아닌데 연쇄적으로 일이 터지는 날이 찾아온다. 그럴 때면 미친 사람처럼 어디론가 나가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제발 이러지 말라고 화를 내고 싶기도 했다. ‘그러게 왜 준비를 안 했어?’라고 말하면 그 사람과 인연을 거기서 끝내고 싶어질 지경이다. 가사 속 주인공이 말하는 ‘오늘’은 나와 정말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2절에 들어와 그는 또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이 나이쯤엔’ ‘근사한 어른’이 될 줄 알았다고. 순간 멈칫했다. 이 친구, 혹시 나를 보고 가사를 쓴 게 아닐지 싶다. 나는 근사하고 멋진 어른은커녕 어린아이처럼 내 마음 하나 다스릴 줄 모른다. 매번 격하게 요동치는 마음 때문에 일을 하면서도 버겁고 당연한 이야기로 인간관계도 어렵다. 어딘가로 도망치고 숨어버리면 그만이지 싶지만, 서서히 조여 오는 ‘책임’이라는 단어를 보면 그조차도 쉽지 않다. 세상은 이제 나에게 어린아이처럼 살 수 없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멋진 어른, 근사한 어른은 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어른’은 되어야지 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이 노래의 끝은 ‘수많은 질문’에 ‘정답’을 이야기해 줄 누군가를 찾고 있다. 조금 늦게 새로운 길을 걷게 된 나에게 무엇이 답인지 모르는 수많은 선택지가 놓여있다. 누군가 속 시원하게 답을 이야기해 주면 좋으련만 노래를 부른 이도, 듣고 있는 나도 스스로 찾아야 함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것이 정답인지 오답인지 아니면 답이 없는지는 겪어봐야만 알겠지.


 보이지 않는 길을 걸으며 예상치 못한 하루를 보낸 누군가에게 이 노래를 소개하고 싶다. 뜻밖에 일이 일어나는 건 나도, 그대도, 노래를 부른 이도 마찬가지다. 다만 ‘생각지도 못한 하루’를 보낸 우리가 서로를 위해 이 노래를 불러준다면 우리의 ‘오늘’은 조금은 덜 불안하지 않을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에게 나의 작은 마음을 담아 묻고 싶다.


 ‘오늘, 그대의 하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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