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제 스스로 알아서 먹고 살자.
5월은 즐거운 달이다.
날씨도 좋지만 무엇보다 휴일이 많다.
오늘은 즐거운 휴일.
사실 무엇보다 더 즐거웠던 이유는 지난주부터 함께 계시던 시어머니가 떠나셨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전혀 며느리를 괴롭히는 분은 아니시지만 그래도 혼자 있는 것만큼 편한 것은 없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밥을 먹고 집을 정리하고 책을 한 권 집어 들고 자리에 앉으니 이것이 천국이다.
그런데 문득 눈앞에 보이는 녀석.
큰 아들은 다른 식구들 밥 먹을 때 혼자 뒹굴거리느라 밥을 못 먹었다.
뭔가 먹을 걸 챙겨줘야 하나 살짝 책임감 및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들아 배고프면 알아서 밥 챙겨 먹어."
"왜? 엄마 어디가?"
"나?? 책...속으로?"
"책을 어디서 보는데?
"어디?? 여기...지금 이 자리?"
엄마가 집에 있는데도 알아서 밥을 챙겨 먹으라고 했더니 내가 어딜 가는 줄 알았나 보다.
아들아, 이제 너도 스스로 자기 밥 정도는 차려먹을 수 있는 때가 되지 않았느냐.
시어머니가 가시면서 이야기하셨다.
살림은 대충 하고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에게 맡기라고.
굳이 다 직접 하려고 하지 말라고. 그 나이까지 살아보시니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그래, 원래도 대충 했던 살림을 더욱더 대충 할 명분이 주어졌다.
엄마 그럼 지금부터 떠난다. 책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