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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Jul 03. 2024

이곳에선 모든 게 엿장수 마음대로

"아줌마, 이거 뭐예요?"

"샷시인데요."

"여기 끝에 플라스틱이 붙어있잖아. 이럼 안돼. 그거 빼서 양은으로 달아요."

"... 네..."


고물상에 다니면서부터 금속의 재질에 민감해졌다.

내가 파는 금속의 종류를 나열해 보자면 양은, 신주(황동), 고철, 샷시 등이다. 이 중 비싼 순서로 신주, 알루미늄 샷시, 양은 그리고 나머지 고철이다. 비싸게 쳐준다는 것은 즉 물건을 꼼꼼히 체크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알루미늄 막대에 플라스틱이 붙어 있으면 그 이물질을 다 제거해야만 샷시로 인정을 해준다. 나름 열심히 제거를 한다고 해서 가지만 그래도 뭔가가 붙어있으면 그건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양은으로 무게를 달아준다.


하지만 전문업자가 아닌 우리가 모든 이물질을 제거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때로는 제대로 무게를 쳐주지 않을 걸 알면서도 그 상태대로 가지고 갈 때가 많다.


그런데 이 기준이 때에 따라 달라진다.

고물상 주인아주머니의 기분이 좋은 날에는 아무 이야기 없이 알루미늄으로 무게를 달아준다. 

하지만 뭔가가 마땅치 않은 날에는 그렇게 꼼꼼히 물건을 확인할 수가 없다.


양은과 고철을 분류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 둘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자석에 붙느냐 붙지 않느냐인데 우리가 나름대로 열심히 분류해서 가져가지만 간혹 냄비의 밑바닥은 자석에 붙지 않는데 손잡이는 붙는다던지 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 이 정도는 넘어가주곤 하는데 이것도 주인아주머니의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다 엿장수 마음이라고 생각해 보지만 엿장수가 오늘 기분이 좋을지 안 좋을지는 도무지 예측을 할 수가 없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엿장수가 바쁜 시간에 가면 된다.

바쁜 엿장수는 그저 귀여운 양을 가지고 오는 손님을 빨리 처리해서 보내고 싶을 뿐이고, 나는 그저 제대로 된 값을 받고 싶을 뿐이다.

고물상 사업이 나날이 바쁘고 번창하기를 바라는 이 마음을 아주머니가 아실라나 모르겠다.



고물상이 바쁜 시간은 주로 오전 시간이고,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를 고물상의 식사시간은 오전 10시 30분이다. 그리고 문을 닫는 시간은 오후 5시이다. 물론 그 이후에도 물건을 받아주긴 하지만 직원이 퇴근을 한 후여서 그저 소소한 물건만을 받아준다. 고물상은 일요일만 쉬고 토요일과 공휴일에도 늘 문이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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