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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Jul 05. 2024

고물상 저울이 절대 알려 주지 않는 것

고물상에 들락거리다 보니 이젠 어딜 가도 곳곳에 있는 고물상만 눈에 보인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보통 고물상들은 들어가면 바닥에 큰 철판이 깔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건 뭘까?

내가 가는 고물상에는 그 철판이 두 개가 깔려있다.

하나는 크고 다른 하나는 그보다는 훨씬 작다.

이건 바로 고물상의 핵심, 무게를 재는 저울이다. 더 정확하게는 계근대라고 부른다. (고물상에 안 다녔으면 알지 못했을 단어다.) 


저울이 완전히 바닥에 매립되어 있는 구조이다 보니 그냥 봐서는 맨홀 뚜껑 같이 뭔가를 덮어놓은 듯한 형태이다. 그럼 이건 어떻게 사용할까?

큰 저울 위에는 화물차가 직접 올라가서 물건을 내리기 전 후의 무게를 비교하여 고물의 무게를 측정한다. 그리고 작은 저울은 나와 같은 잔잔바리(?) 고물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직접 고물을 올려서 무게를 잴 때 쓴다.


고물상에 가기 전에 항상 하는 기도가 있다.

'제발 리어카가 비어 있게 해 주세요!' 

(기도치고는 꽤 소박하다고 생각한다.)


고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종이와 고철은 양이 많기 때문에 리어카에 올려서 무게를 재야 하는데 직전 작업이 다 안 끝나서 리어카가 사용 중이면 속절없이 기다리거나 고물을 하나하나 바구니에 담아서 옮겨야 하기 때문에 리어카는 필수이다. 


이제 무게를 달아보자!

리어카에 올려서 무게를 재면 총 무게에서 리어카 무게인 대략 54~56kg 정도를 뺀 숫자로 무게를 달아주고 바구니에 넣을 경우 바구니 무게 3kg을 뺀다. 여기까지는 꽤 정확하게 계산하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사실 저울에는 숨겨진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1kg 밑의 숫자는 나오지 않는다. 즉, 1.4kg이던 1.9kg이던 1kg이라는 것이다! 냄비 하나를 넣고 빼고가 1kg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이 부분이 늘 신경이 쓰인다.


그럼 고물 파는 사람이 손해 보는 구조가 아니냐고?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이유는 고물상 정산방식에 있다.

최종 정산 금액이 예를 들어 55,500원일 경우 56,000원을 받는다. 하지만 55,300원일 경우에는 55,000원을 받는다. 비용 정산은 정확히 100원 단위의 사사오입 방식을 따른다. 

겨우 몇 백원인데 뭘 그러냐고? kg당 금액이 10원 단위까지 있는데 여기서 몇 백원은 꽤 큰 차이다.

그래도 뭔가 계량이 이상하거나 정산이 아쉽다고 생각이 든다면?

늘 '엿장수 마음대로'를 마음에 새긴다.

여기는 엿장수의 그라운드.

저울이 모든 숫자를 다 보여주지 않더라도 우리는 저울을 믿고 이곳의 룰을 따른다.


그래도... 다음 번엔 꼭 끝자리가 500원 이상이 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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