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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Dec 02. 2024

고양이를 부탁해

"고양이씨 계신가요?"

"네...??"


내가 어릴 때는 장난전화라는 것이 있었다.

요즘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겠지만.

그때의 고정 레퍼토리 중 하나가 고양이씨.

물론 고양이 씨는 없다. 고영희나 고양희 정도랄까.


그런데 갑자기 둘째가 고양이씨를 입양하자고 한다.

뭐라고? 우리 집에? 고양이씨를 살게 한다고?


일단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고양이는 무슨. 고양이보다도 손이 많이 가는 너희 두 명이 있기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 집이 지저분해서 고양이가 살기에 적합하지가 않아.

고양이 키우면 냄새난대.

고양이 똥은 누가 치우고 목욕은 누가 시키니.

고양이 사료도 사야 하고 돈 많이 들어.

안돼. 안돼. 안된다고!


방도 열심히 치우고, 숙제도 열심히 한단다.

믿을 수가 없다.

믿.. 을.. 수.. 가...


근데 고양이의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

오동통한 발등과 발바닥.

보들보들한 털.

어쩌지. 만져보고 싶다.


아주 어릴 때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긴 한데 그때는 그 고양이와 나는 전혀 함께 놀지 않았다. 거의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는 동거인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고양이가 궁금하다고?

일단 나도 나를 모르겠고. 화면 속의 예쁜 고양이가 어찌 보면 굉장히 비현실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어쩌지?


일단 주말에 고양이를 만나러 가보자.

우리 한 번 만나보자.

고양이가 진짜로 예쁜지. 진짜로 귀여운지.

환상이 와장창 깨질지, 아니면 완전히 그 매력에 빠져버릴지 예측 불가.


하지만 안돼... 안돼... 안돼.. 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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