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나주 Jan 08. 2024

Day26. 영화 바비의 드레스 코드는 ‘핑크'

영화 바비 감상 및 그랜드 센트럴역 방문기

**모든 등장인물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아침부터 분주한 하루였다. 8월 내로 결혼 축하 영상을 보내주었으면 좋겠다는 결혼식 업체의 부탁에 약속에 가기 전 부랴부랴 영상을 찍었다. 몇 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영상인데도 왜 이리 대본을 외우기가 힘들던지.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결혼 축하해 오빠.


오늘은 김준과 타임스퀘어에 있는 AMC(영화관 이름)에 가서 영화 ‘바비’를 보기로 했다. 온 지 얼마 안 됐지만 나에겐 오펜하이머에 이은 두 번째 영화관 방문이었는데, 10년 넘게 미국에 거주 중인 김준은 미국에서 영화관 방문이 처음이라 해서 날 놀라게 했다.

우리는 오레오와 캐러멜 반반 팝콘을 시켰는데, 호기심으로 시킨 처음 먹어보는 오레오 팝콘은 생각 외로 팝콘과의 조화가 아주 좋았다. 중간중간 오레오가 씹히는 것도 아주 좋고 말이다.



SF 영화를 좋아하는 내 취향 상 ‘바비’ 영화는 완전히 취향 저격을 한 건 아니었지만 중간중간 노래도 좋고 나름 재밌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어릴 적 인형을 가지고 놀 때에도 켄이라는 존재는 한 번도 주요 인물인 적이 없었다. 이를 현대의 가부장적 사회의 문제 및 페미니즘과 엮어 풀어낸 것이 흥미로웠다.

영화를 다 보고 나와보니 영화를 보러 온 많은 사람들이 분홍색으로 드레스 코드를 맞춘 것을 볼 수 있었다. 아, 나 왜 오늘 노란색 입었지. 그래도 영화관 앞에 위치한 바비 패널 앞에서 분홍색으로 옷을 맞춘 채 같이 사진을 촬영하며 즐기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보기 좋았다.


그 후 우리는 학교 근처에 위치한 태국 음식점에서 칵테일과 함께 저녁을 함께 먹고선 Grand Central Terminal로 이동했다.




사실 이곳은 내 계획에는 없던 곳이었는데, 관광지로 꽤 유명한 곳이라는 김준의 추천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도착하고 보니 과연 그곳은 관광지로 꽤 유명할만한 비주얼을 가지고 있었다. 그저 기차역일 뿐인데 영화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매직. 전체적인 분위기가 한국의 신세계 센트럴시티 터미널을 떠오르게 했는데, 아마 그랜드 센트럴역의 영향을 받아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와중에 나는 Departures 사인을 보면서 왜 타이틀은 *세리프체로 하고 내용은 *산세리프체로 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 디자이너의 직업병 같은 거라 어쩔 수가 없다.

아마 그랜드 센트럴역의 전체적인 분위기에는 세리프체가 더 적합하지만 내용은 가독성이 더 중요하니 모니터 상의 가독성이 더 좋은 산세리프체를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


*세리프체(Serif): 획의 끝이 돌출된 형태의 폰트. 명조체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산세리프체(Sans-serif): 획의 끝이 돌출되지 않은 형태의 폰트. 고딕체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그곳의 오이스터바에 방문해보고 싶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하필 그날 문이 닫아서 우리는 그곳에 있는 다른 바에 가서 가볍게 한 잔 더 하며 마무리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오이스터바는 백종원 씨의 스트리트푸드파이터 뉴욕 편에 소개되기도 했다고 해서 나의 아쉬움을 더욱 증폭시켰다.)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했더니 집에 와서 확인해 본 걸음수는 2만 4 천보에 달했다. 뉴욕 시티가 날 더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랜드 센트럴역
매거진의 이전글 Day25. 안주 없이 술 마신 자의 최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