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산에라도 올라갈까 하다가 추워서 온라인으로 해돋이를 봤다
해뜨는 걸 보겠다고 영하 20도 날씨에 잠바 하나 걸치고 자정부터 바닷가에 앉아있다가 얼어죽을 뻔한 적도 있었고,
봉우리로 올라가는 방문객들에게 새해 떡 나눠주는 자원봉사 무리에 끼여 있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의 일처럼 느껴진다.
아무튼 고마운 유튜버들이 이렇게나 많다.
일기글에 조용히 넣어두려다가 혹시 올해 일출 보고 싶었던 사람은 몇 명이라도 보라고
올려본다.
새해 첫 일출을 보면서 간절하게 소원을 빌었던 적도 있고, 맑은 머리로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적도 있다.
작년은 어땠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는데, 그래도 소망들을 절반 가까이 이룬 한 해였다.
과감하게 도전하고, 실패하더라도 위축되지 않고 다른 기회를 찾아보았더니 막연히 어렵게 생각했던 관문들이 생각보다 쉽게 쉽게 열렸다.
물론 스스로를 과소평가했을 뿐 일만시간의 법칙은 어디든 적용되는 법이다.
올해는 기어이 그 길고 긴 계단의 끝을 밟고 싶다.
계단 끝에 서면 기쁨도 잠시, 또 다른 오르막이 눈 앞에 펼쳐져 있겠지만 말이다.
*
팔자려니, 정해진 운명에 순응하는 삶을 살지 못했다.
같은 팔자, 같은 출발선에 있었던 사람들은 까마득히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나를 보며 어리둥절해하겠지.
왜 저기로 갈까. 저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아닌데.
그래도 나는 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젠 돌아갈 수 없을만큼 멀리 와 버렸다.
어쩌면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도 있으리라,
새해 첫 날인데 기대 좀 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