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혜근 Sep 30. 2015

토터스 : 정보생성자 (13)

TOTERS : Who making information

“3, 2, 1. 런치!!!”


 워터리그 미국지부 피그(Pig) 특수부대는, 리더인 울프(Wolf)의 명령에 따라 동시에 폭탄 스위치를 눌렀다. 


콰과과광.

 그들은 심을 길게 50m 정도 늘여 뜨려 안전한 곳에 대기하고 있었다. 그렇게 떨어져서 대기하고 있었는데도, 꽤 큰 충격이 전해졌다. 지하로 무너지는 충격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탓이었다. 폭발이 성공하자 특수부대원들은 로프를 들고 폭발 지점으로 달려갔다. 


“토터스 파워의 팀장 3명. 그들이 우리의 목적이다. 이 일이 끝나면 각자 100만 달러를 손에 넣을 수 있다. 가자! 우리는 피그 특수부대다!”


 워터리그 피그 특수부대. 그들은 다른 워터리그의 부대처럼 돈으로 움직이는 용병으로 이루어진 집단이었다. 소문에 따르면 영국의 지하철 테러도 이들이 벌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물론 소문이긴 했지만.


“피그 특수부대? 유명한가?”


“그들은 돈이면 무엇이든 이루어내는 괴물들이라고. 돈이라면 청부살인도, 심지어 테러도 가리지 않지.”


 토터스 자료 부국장 네프코는 타그니토와 함께 남극기지에 도착해 있었다. 중국 암살집단에 의해 파괴된 건물을 복구하면서도, 그들의 원 계획인 토터스 파워 제거를 잊지 않았다. 그들은 첫 번째 계획으로 토터스 파워 국의 직접적인 타격을 선택했다.


“파워 놈들 쪽에서 볼때, 그들은 현 상황을 타개하려고 노력하겠지. 주변 지역들로부터 봉쇄되지 않으려고 동서남북 어느 한 쪽을 돌파구로 만들려 할 거야. 그중에 제일 쉬운 곳이 뉴질랜드 쪽이지. 설사 그 쪽이 아니라도 상관없어. 어느 방향을 뚫어내려하든 지금 명백한 사실은 그들의 본부는 현재 비어있을 가능성이 높아. 우리는 그 허를 찔러야 겠어.”


“그래서 피그부대를 이용한거냐?”


“그렇지. 어차피 확실하게 해야 할 것이면 확실하게 해야지. 돈으로 괴물들을 이용해서 말이야.”


 이미 자료부국장 네프코는 워터리그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들의 사상에 물들어 있었다. 돈이면 무엇이든 된다는 워터리그. 반대로 말하면 무엇을 해서든 돈을 벌어들이라는 말과 같았다.


“먼지를 이용해. 먼지 속에 숨어서 토터스 놈들을 죽여라!”


 울프의 명령은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먼지는 그들을 가려주기에 알맞았다. 코드 5 가 발동된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토터스 요원들은 대항하지 못하고 있었다. 적들이 정확히 어디있는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디있는 거냐.”


“아무것도 안보여.”


“아아아악!”


 워터리그가 난사하는 총알 세례에 대합실에 있던 토터스 요원들은 태반이 죽은 상태였다. 대합실 바닥의 타일이 피로 물들었다. 사람의 피가 대합실 전체에 퍼지고 있었다.


“Emergency Code 1”


“Emergency Code 1”


 기계음 방송이 울려퍼졌다. 코드가 승격된 것이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자 임시국장 알랜 쿼터메인은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2층에서 저격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먼지에 가려 적이 맞았는지, 맞아서 죽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때문에 코드를 올려 무조건 퇴각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밖에 그가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지금에 와서 코드가 무슨 상관이야. 콜록콜록.”


“정신차려. 지금은 이곳을 탈출해야한다고.”


 살아남아 있는 토터스 요원들은 코드가 승격되는 것을 듣긴 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시야가 계속해서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그들 모두의 생각은 같았다. 시야를 밝혀주기만 한다면. 먼지가 없어지기만 한다면. 그들은 워터리그를 잡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바람은 그들을 버리지 않았다.


끼익.끼이익.

 어디선가 밸브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름끼칠 정도로 삐그덕 거리는 소리는, 그것이 사용된지 아주 오래됐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쏴아아아아.


“뭔 소리야. 물 소리 아냐? 물이다. 어디서 물이 나오는 거지?


 한 남자가 소방 밸브를 열어 물을 뿌리고 있었다. 검은 장갑을 끼고 있는 남자는 있는 힘을 다해 소방밸브를 열고 있었다. 소방관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화재 비상시에 사용하도록 특수하게 잠겨있는 밸브를 열고 있었다.


“먼지가... 먼지가 가라앉고 있어.”


 그랬다. 그 남자가 소방 밸브를 연 덕에 사방에 물이 뿌려졌고, 그 물은 대합실에 차있던 먼지를 제거했다.


“그래서 닥터가 소방관 장갑을 가지고 나갔군.”


 2층에서 이를 지켜보던 쿼터메인은 먼지가 제거되는 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밸브를 연 사람은 그가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닥터가 한 짓이 틀림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의 생각이 잘 들어맞았다고 생각했다.


“뭐...뭐야. 이 물은 어디서 나온거야?”


 갑자기 등장한 물줄기에 먼지가 제거되자, 피그 부대의 울프는 놀란 눈치였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워터리그 쪽으로 기운 후였다. 먼지가 걷히자, 제일 처음 등장한 것은 토터스 파워 요원들의 시체였다. 눈 뜨고는 차마 볼 수 없는 처참한 광경이었다. 삼십여 구의 시체가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배수구로 들어가는 핏물에서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벽에는 살려고 발버둥 친 듯한 손바닥 모양의 핏자국이 남아있었다. 그나마 살아있는 사람들은 출구로 도망친 뒤였다.


“저 사람이 밸브를 연 사람이군.”


 울프의 눈에 허겁지겁 옆 건물로 뛰어가는 남자가 보였다. 소방관 빌 코스트너의 장갑 탓에 움직임이 굼뜬 이 사람. 닥터 글러브였다. 울프는 물에 젖은 총을 잠시 턴 다음. 총을 장전시켰다.


철커덕.

 그의 조준점에 뛰어가는 글러브의 머리가 들어왔다.


탕. 타당.

 정확한 사격을 자랑하는 울프의 사격솜씨는 한번에 3발 이상을 쏘지 않는다는 비밀이 있었다. 울프의 총에서 발사된 총알은 순식간에 닥터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그런데, 총알이 닥터의 머리에 닿기 직전, 순간적으로 검은 물체가 등장해, 총알의 궤도를 바꾸었다.


피빙. 핑.

 3발의 총알은 그 검은 물체에 맞고 튕겨져 나갔다.


“삽?”


 총알을 가로막은 검은 물체. 그것은 다름아닌 삽이었다. 처형인은 들고 있던 삽으로 총알을 막았던 것이었다. 닥터는 그 덕분에 살아날 수 있었다.


“덕분에 살았군. 고마워.”


“어서 가서 장갑 바꿔 끼고 와. 그러게 몇 개 들고 다니라니까. 왜 꼭 하나씩 끼고 다니냐.”


 처형인은 닥터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언제 발포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 귀한 장갑을 어떻게 몇 개씩 들고 다녀.”


“알았어. 알았어. 알았으니까 어서 2층으로 올라가.”


 처형인은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눈앞엔 수십 명의 특수부대원들이 있었다. 다들 소총으로 무장한 사람들이었다. 총알을 막는 것도 한계가 있었으니까.


후웅. 후우웅.

 그는 한 손으로 삽을 돌렸다. 그다지 빠르지 않은 그의 동작은 적들로 하여금 방심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어색했다. 그의 동작을 본 울프는, 좀 전에 총알을 막은 것이 운이었다고 생각했다.


“운이겠지. 총알을 막다니.”


 울프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손을 들어 특수부대원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진하라는 뜻이었다. 그들은 조금씩 앞으로 전진 했다. 무너진 철골들을 피하면서 말이다.


“리더. 발포할까요.”


“기다려. 상대는 총을 갖고 있지 않다. 우리가 절대적으로 유리해. 일단 누군지 확인 할 필요가 있다. 팀장인지 아닌지를 말이다. 만약 팀장이라면 다른 팀장들이 어디있는 지 알아낼 수도 있잖아.”


 울프를 비롯한 그들은 천천히 처형인에게로 다가갔다. 원 형태로 서서히 포위해갔다.


‘와라. 더 가까이 와. 가까이 다가오면 올수록 내가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그는 이길 생각이었다. 숫자상으로도, 무기의 한계로도, 압도적으로 밀리는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는 이길 생각이었다. 처형인은 그들과의 거리를 계산하고 있었다. 처형인에게 다가오고 있는 그들의 행동은 그에게 유리했다. 다가오면 올수록 그가 가야할 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이었다. 피그 부대원들이 처형인을 점점 애워싸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처형인에게 좋았다.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돌멩이가 날아왔다.


악.

 뒷 쪽에 있던 한 부대원이 쓰러졌다. 돌멩이에 머리가 정확히 가격당한 모양이었다. 누군가가 뒤에서 돌을 던진 것이 분명했다.


“누구냐!”


철커덕.

 외침과 함께 모든 부대원들이 일제히 뒤를 돌아봤다.


“어머나. 맞았네. 안 맞을 줄 알았는데.”


 안나였다. 특수부대에게 둘러쌓이는 처형인을 두고 볼 수만은 없어 벌인 짓이었다. 그가 걱정되어 한 행동이었지만, 상황은 그녀의 마음과는 반대로 진행되었다. 처형인은 그녀의 행동이 그녀에게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과 그녀 둘다 죽게 될 수도 있다는 결과를 말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빗나가지 않았다. 


“죽어라!”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에 그들의 목소리는 정확히 들리지는 않았다. 그래도 의미전달은 확실히 이루어졌다. 쏜다는 의미가 분명했다. 처형인은 뭔가 수를 써야했다. 하지만, 자신과 안나의 거리는 달려가기엔 너무 멀었다. 그래도, 이대로 그녀가 죽는 것을 바라 볼 수만은 없었다. 늦더라도 달려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그에겐 최선의 방책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때, 처형인의 귀를 스쳐가는 한 소리가 있었다.


터엉.

 묵직한 발사소리가 대합실에 울려 퍼졌다. 안나는 자신에게 쏴진 총알인줄 알고 움직이지 못했다. 누군가 맞은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맞은 것은 그녀가 아니었다. 총을 맞고 쓰러진 건 다름아닌 그녀에게 쏘려고 총을 들었던 피그부대원이었다.


“한 발당 한 명이다.”


 쿼터메인이었다. 그는 2층에서 PSG-1에 달린 망원경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안나가 위험에 처해지자 쿼터메인은 총을 쏘려는 그를 저격했던 것이다.


“2층이다!”


 부대원들은 일제히 2층을 향해 발사했다. 쿼터메인이 있던 자리에 총격이 가해졌다. 창문이 깨지고, 벽에 총알 구멍이 생겼다. 하지만, 이미 쿼터메인은 안쪽으로 피한 상태였다.


“리더. 삽을 들고 있던 놈이 없어졌습니다.”


“뭐?”


 부대원 중 한명이 울프에게 처형인이 없어졌음을 상기시켜주었다. 안나와 쿼터메인에게 신경쓰는 사이 잠시 그의 존재를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처형인의 부재를 알아챈 울프는 주위를 둘러봤다. 그런데, 그 순간 그의 시야에 검은 물체가 나타났다.


빠아아악.

 뼈가 부서지는 소리. 인간이라면 누구나 끔찍해 하는 소리가 울프의 안면 골격으로부터 발생했다. 울프의 코뼈와 턱뼈가 부서지며 피가 튀었다. 이 정도 충격을 받은 사람이 견딜 리 없었다. 삽에 얼굴을 가격당한 울프는 기절해 쓰러졌다.


타다다당.

 울프가 쓰러지는 것을 본 부대원들은 처형인을 향해 발포했다. 하지만, 그는 쏟아지는 총알을 가볍게 피해, 다른 부대원 뒤로 숨었다.


부우웅.

 한 번의 휘두름. 공기와 그것을 뚫고 지나가는 삽과 마찰이 생기면서 울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어김없이 한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총을 든 사람에게 삽으로 대항하다니 미쳤어.”


 쿼터메인은 한 명의 처형인에 의해 무너져 가는 특수 부대원들을 보고 있었다. 단 한사람을 잡지 못해 수십 명이 쓰러져가는 모습은 마치 각자 정해놓은 역할을 하는 연극 같았다. 그러지 않고서야 한 사람에 쩔쩔 매는 광경은 믿기 힘든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까아아앙.

 처형인의 삽은 적의 무장상태를 상관하지 않았다. 오로지 압도적인 속도로 힘으로 휘둘러댔다. 그의 힘 앞에선 철로 된 보호 장비도 소용없었다. 오히려 휘어진 보호 장비가 상처를 더 크게 만들 뿐이었다.


“아아악. 그...그만”


 울부짖는 적들. 하지만, 처형인은 무자비했다. 저항을 멈춘 적들도 인정사정없었다. ‘처형인’ 이라는 별명이 새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뭐야. 이 것 뿐이냐.”


 한참을 움직이던 처형인이 드디어 움직임을 멈추었다. 피로 물든 삽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상황은 끝났다. 조용했다. 어느 누구하나 신음소리 조차 내고 있지 않았다. 이미 기절한 뒤였다. 그의 뒤에는 산처럼 쌓인 부상자들이 있었다. 모두 피그 특수부대원들이었다. 


‘같은 편이길 천만다행이지.’


 쿼터메인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매번 보아온 솜씨이지만, 볼때마다 끔찍하다고 느끼는 그의 모습이었다. 모든 상황을 끝내고 돌아서는 그의 손은 항상 피로 물들어 있었다.


“보라 나의 주먹을. 이것은 권투를 하던 선수의 장갑. 이야앗!!!”


 닥터의 목소리였다. 뒤늦게 무하마드 알리(Muhamad Ali)의 장갑을 갈아끼고 온 그는 이미 상황이 종료 된지도 모른 채 처형인을 도우러 나온 것이었다. 달려가던 그는 산처럼 쌓여있는 적들의 모습에 걸음을 멈추었다.


“뭐야. 늦었잖아.”


 처형인은 얼굴에 묻은 피를 닦고 있었다. 모든 상황이 끝난 후에 달려나온 닥터를 보면서.


“숨은 붙어있군. 다행이야.”


 닥터는 피그 부대원들의 맥을 짚더니, 안심하는 눈치였다.


“당연하지. 내가 누구 때문에 사람을 안 죽이는데.”


“너 사람 죽이면 약속 불이행이다.”


 그들 간의 관계에는 모종의 약속이 있었다. 그것이 처형인이 살인을 하지 않는 이유와도 관계되어 있었다.


“알아. 알아. 아니까 그만해.”


“만약에 이들 중에 사람이 죽기라도 하면 레이슈터(Ray Shooter) 한테 일러버릴테다.”


 그 이유는 레이 슈터와도 상관있어 보였다. 처형인이 살인을 하지 않는 이유와 말이다.


“그만하라고. 죽일 정도는 안했잖아. 저들을 보라고. 기절했을 뿐이야.”


“어쩔거야.”


“뭘?”


 닥터는 대답없이 뒤를 가리켰다. 기절한 피그부대원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말하는 것이었다.


“그건 나한테 물어보면 안 되지.”


 처형인과 닥터는 동시에 2층을 쳐다봤다. 쿼터메인이 있는 곳에 말이다.


“저것들 무슨 생각이야?”


 쿼터메인은 그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토터스 : 정보생성자 (1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