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나무 재단 연수
작년에 서울에서 했던 연수를 올해는 부산에서 했다. 나는 마침 방학을 일찍 해서 날짜가 맞아 연수에 갈 수 있었다. 내가 들었던 연수는 '학교폭력 피해회복지원단 심화연수'였다. 우리 연수에는 아홉 명 남짓 참석했다.
나는 작년에도 연수에서 만났던 두 분과 눈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부산까지 꼬박 1시간 반 고속도로를 달려갔다. 늦을까 봐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시간 맞춰 들어갈 수 있었다. 연수는 주로 학교폭력 피해회복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토의와 경청이 반복해서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의견이 모여 한 명씩 돌아가며 발표를 했다.
첫 번째 시간, 각자 학교폭력 관련 일을 하며 느낀 일,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내었다. 자녀가 학폭 피해를 당했던 이야기, 본인이 어릴 때 학폭 피해자였다는 이야기, 피해회복지원을 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두 번째 시간, 피해회복 지원을 할 때 무엇에 중점을 두고 상담하는가에 대한 토의를 하고 발표를 했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내 울음보가 터진 건 점심식사를 마친 뒤 오후시간이었다. 그것도 마치기 십분 전쯤이었을 것이다. 오후에는 팀별로 한 가지 사례에 대해 실제 피해회복지원단 면담을 시연하는 역할극을 했다. 우리 팀은 딥페이크 피해를 당한 여학생과 어머니, 그리고 피해회복지원단 2명. 이렇게 역할을 짰다. 나는 역할극을 하기 전부터 내가 맡은 역할의 대사를 깨알같이 쓰며 준비했다. 평소 늘 통화하던 것이었지만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하려니 떨렸다. 어쨌든, 우리 팀의 차례가 되어 강의실 앞에 네 명이 둥글게 앉았다. 나는 피해학생과 어머니와 번갈아 통화를 하는 피해회복지원단 역할을 했다.
-어머님, 많이 힘드시지요? oo는 요즘 학교를 못 간다고 하던데 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요? ㅇㅇ가 가장 힘들어하는 게 어떤건지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피해회복지원단의 첫마디. 피해자에게 꼭 필요한 말이다. 나는 피해자 어머님과 통화를 한 뒤 피해자 학생을 바꿔달라고 했다. 그런데, 분명 피해자 역할을 하는 사람은 함께 연수를 듣는 분인데 내 감정이 너무 많이 이입되어버렸다. 나는 피해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전화를 받는 척했을 때 위로하는 말을 몇 마디 건네었다. 그러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말았다. 사례 속의 아이가 너무 안되어 보였다. 아이의 안부를 물은 뒤 내가 울어버린 대사는 이랬다.
-oo야, 너 정말 힘들었을 텐데 참 애썼다. 이렇게 힘든 일을 잘 견디고 있구나. oo야, 대단하다. 내가 너를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도와줄게. 힘내자!
울음은 한참 멈추지 않았고 그 뒤에 역할극 대사를 못 이을 정도였다. 그리고 학교폭력 피해회복을 하며 만났던 무수히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님의 모습이 떠올라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함께 피해자 엄마 역할을 했던 분도 같이 울어버렸다.
겨우 눈물을 멈추고 역할극을 마무리했다. 연수도 무사히 마쳤다. 나는 너무 쑥스러워 고개를 푹 숙인 채 서둘러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내년 연수에는 참석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고 치고 도망가는 아이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 부끄러웠다. 하지만 눈물의 미덕을 믿는다. 눈물이 날 때는 그냥 울어버리자!
감정이 담긴 눈물은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감정적인 눈물을 흘릴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코르티솔은 신체 스트레스 수준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미국 생화학자 윌리엄 프레이 박사 연구에 따르면 눈물을 흘리면 스트레스로 축적된 호르몬이 배출된다.
출처: "눈물이 지켜주는 건강 6가지" <하이뉴스>, (2025.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