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산물을 직접 만지는 걸 싫어한다. 그런데 지난번 문어에 이어 전복 여덟 마리를 선물 받았다. 문어는 여러 해 손질해서 이제 좀 익숙해졌다. 아하. 전복이라. 전복은 또 어떤 번거로움이 있을지 겁이 났다. 나는 일단 유튜브를 틀었다. 그리고 아참. 전복죽. 전복죽도 같이 만들 것이었기에 세 컵 정도의 생쌀을 물에 담가두었다. 한 시간은 족히 물에 불려야 한다고 했다. 전복 손질을 시작할 때 쌀도 담그는 것이 수월할 듯했다.
전복에 소금을 뿌리고 물을 부은 뒤 5분을 두세요. 그러면 훨씬 세척이 수월합니다.
소금을 꺼내어 전복에 가득 뿌리고 전복이 보이지 않을 만큼 물을 부었다. 활전복이라 전복들이 마구 움직였다. 으윽. 잠시 전복들의 움직임을 관찰한 뒤 타이머로 5분을 쟀다. 5분 뒤, 본격적으로 전복 세척을 시작했다. 마침 배달된 상자 안에 플라스틱 솔과 칼이 들어 있었다. 다시 유튜브의 도움을 받았다. 미지근한 물을 조금 부으면 도움이 된다고 했는데 그건 놓쳐버렸다. 빨리 세척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내장을 뺀 뒤 모래집을 제거하세요. 그리고 이빨을 빼세요. 이빨을 뺄 때는 식도까지 제거해야 합니다. 그러곤 솔로 전복을 문질러주세요. 전복의 검은 부분에는 기생충이나 안 좋은 것들이 많이 붙어 있습니다.
숟가락으로 전복의 껍질에서 전복 살을 분리했다. 전복 이빨이 보이는 부분으로 숟가락을 집어넣었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고 내장이 껍질에 붙는 경우도 있었다. 어쨌든, 내장은 전복 살에서 가위로 잘라 분리했다. 그리곤 모래집을 자르려니 도대체 모래집이 어딘지 헷갈렸다. 다른 유튜브 프로그램을 찾아 내용을 살폈다.
모래집은 내장 위쪽 튀어나온 부분이었다. 모래집을 제거해야 서걱서걱 모래가 씹히지 않는다고 하는데 모래집에 대해서는 유튜브들의 의견도 달랐다. 양식 전복은 모래집에 모래가 없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굳이 제거하지 말라는 말도 했다. 나는 찝찝해서 다 잘라냈다.
이빨은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칼과 가위를 이용하여 이빨을 빼고 딸려 나오는 식도를 제거했다. 그렇게 한참 한 뒤 솔로 박박 문질렀다. 이것도 너무 세게 문지르면 안 된다고 했는데 그 기준은 모호했다. 그렇게 세척한 전복을 물에 헹구었고 찜솥에 넣었다.
네이버에는 전복찜은 중간불에 10~15분을 쩌야 한다고 했다. 다시 타이머 시간을 재었다. 그 사이, 내장을 씻고 믹서기에 갈았다. 진녹색 내장이 걸쭉해졌다. 내장은 따로 그릇에 담아 죽에 넣을 준비를 했다. 전복도 세 마리를 잘라놓았다. 전복죽은 배우 류수영의 쇼츠를 보았다. 쇼츠 화면이 빠르게 흐르고 류수영의 멘트도 같이 빠르게 흘렀다. 몇 번 시청을 하자 대략의 방법이 눈에 들어왔다.
전복에 참기름 두르고 소금을 뿌린 뒤 전복을 볶았다. 그런 뒤 불린 쌀을 넣었다. 배우 류수영은 까나리 액젓을 뿌렸지만 나는 까나리 액젓이 없어서 조선간장을 부었다. 그래도 싱거우면 소금을 뿌렸다. 그리고 미림도 뿌렸다. 죽이 쫄아들면 물을 더 부었다. 그렇게 한참을 저었더니 전복죽도 완성이 되었다.
전복을 접시에 담을 때, 머리가 핑 돌았다. 역시 요리는 내 체질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가족들이 전복을 순식간에 먹어치우는 모습을 보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가족들 모두가 좋아하는 최애음식이 전복이라는 걸 새롭게 발견한 순간이었다. 다음에는 전복 스무 마리 정도는 손질해야 가족들 배를 채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나이에 드디어 전복을 만나 그 매력을 알았다. 세상에는 새롭게 알아갈 일이 참 많은 것 같다. 오늘 전복을 만났고 나는 전복 손질이라는 새로운 것에 도전했다. 서툴지만 또 해보면 어떻게든 된다는 걸 또 알아간 하루였다. 전복죽을 입안에 가득 넣고 전복의 향을 맡았다. 전복 향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