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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토마토 Dec 02. 2024

은평한옥마을에는 셋이서 문학관이 있다.

이외수, 천상병, 중광스님의 문학관 탐방

  은평한옥마을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관광객들이나 등산객들이 제법 많이 탔고 나도 그들 틈에 끼었다. 버스에서 내려 백초원길 안내판을 잠시 살펴본 뒤 쭉 앞으로 갔다. 북한산 둘레길 쪽으로 가다보면 셋이서 문학관이 있었다.

셋이서 문학관이라는 이름도 재밌고 세 분의 환하게 웃는 모습도 정겨웠다. 어릴 때부터 많이 들었던 그들의 이름들. 자연스럽게 기억속에 묻혀 있다가 다시 떠올랐다. 한옥기와와 어우러진 문학관 풍경은 저절로 발길이 머물게 했다.

문학관 1층은 방문객들의 휴식공간과 체험공간, 2층은 작가들의 작품과 유물을 전시하고 있었다. 환한 햇살 이 가득한 한옥 문학관에는 안내하시는 분 외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덕분에 나는 아주 천천히 문학관을 둘러볼 수 있었다.

  1층 창가의 모습이었다. 잠시 머물다 가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곳이었다.

  계단을 따라 세 분들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기인이라 불렸던 세 분의 모습이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한옥 계단을 올라가는 느낌도 좋았다. 꼭 가정집에 방문한 기분이었다.

  어렴풋이 기억나긴 했다. 세 분이 같이 냈던 책. 세 분이 함께 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천상병 시인의 웃는 모습이 천진난만했다. 금방이라도 사진 밖으로 껄껄 웃으며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시인에 대해서 아는 것은 막걸리를 좋아했다는 것과 아내가 인사동에서 찻집을 운영했다는 것 정도였다. 천상병 시인의 아내 목순옥 여사는 천상병 시인이 돌아가신 뒤 적은 글에 이렇게 밝혀놓았다.

  "남편을 두고 기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남편은 결코 기인이 아닌, 순수한 삶을 살다간 아이같은 심성의 시인이었다. 아마도 그런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앞으로는 다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나는 거듭 내 자신에게 말을 하곤 한다." 

  천상병시인의 시 '나의 가난은'. 아내분과 함께 찍은 사진이 시 옆에 나란히 있었다. 천상병 시인은 한 잔의 커피와 한 갑의 담배, 한 사발의 막걸리, 그리고 버스 값만 있으면 행복했다고 했다. 그는 가난을 직업처럼 여기고 살았던 것이다. 

  옛 사진과 함께 적혀 있는 천상병 시인의 시 '새'


  새(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친필원고와 1989년 8월 5일의 일기. 작은 것의 행복을 알았던 시인의 일기에 마음이 저절로 따뜻해졌다.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

   '마음에서 마음으로' 라는 책에서 소설가 이외수는 작가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 하나를 말해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휴머니즘. 작가는 인간을 사랑할 수 어야 하고 만물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이 없으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쓰는 이의 고통이 읽는 이의 행복이 될 때까지'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내가 겪는 고통이 누군가의 행복이 되게 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평소 이외수 소설가가 자주 말했던 글귀가 벽에 적혀 있었다. 이외수 소설가를 떠올리면 좀 독특하고 자신의 할 말 다한다는 생각 정도만 했었다. 하지만 문학관에서 만난 '쓰는 고통을 이겨내며 다른 이를 진정으로 사랑했던' 소설가의 모습은 존경스러웠다.

소설만 기억했는데 이렇게 가슴 따뜻한 시도 썼다니 놀라웠다. 자료를 찾아보니 꽤 유명한 시였고 사람들이 많이 인용하는 시였다.  

  중광스님은 스님이자 화가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정식으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기존 형식과 틀에 구애받지 않은 작품활동이 주목을 받았던 분이었다. 걸레스님이라고도 불렸다는데, 참 대단한 분이시다. 틀을 깨고 고정관념을 깨고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중광스님의 시도 있었다. 읽기 쉽고 기억하기도 쉽지만 좀 난해하긴 했다.

  안타깝게도 셋이서 문학관은 11월 24일 문을 닫았다. 새단장을 한 뒤 재개장 한다고 했다. 다시 문을 열면 한번 더 가보고 싶다. 은평한옥마을을 가게 된다면 셋이서 문학관을 들러 세 분의 환하고 거침없는 웃음을 감상하고 가시길 바란다. 그리고 그 옆 삼각산 금암 미술관도 함께 들른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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