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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토마토 Dec 04. 2024

비상계엄은 처음이라

  밤 12시. 알람. 낮에 잘못 맞춰놓은 알람이 울렸다. 잠시 잠을 깬 뒤 카톡 뒤적뒤적. 모임단톡방에 난리가 났다.

  아. 비상계엄이라고! 처음엔 내 눈을 의심했다. 졸렸던 눈이 번쩍 떠졌다. 부랴부랴 거실로 나왔다. 남편도 안 자고 뉴스를 보고 있었다. 남편도 막 자려고 하는데 속보가 떴다며, 그 뒤로 잠을 못 이뤘다고 했다.


  괜히 방마다 아이들이 잘자고 있는지를 살폈다. 딸, 아들이 곤히 자고 있었다. 깊이 잠든 아이들을 보니 심란했다. 아침에 아이들이 일어났을 때 뭐라고 말해줘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나도 뭐가뭔지 몰라 겁먹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해야할지, 별일아니니 걱정하지마라고 해야할지 혼란스러웠다. 여하튼 뉴스를 봐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잘 알 수가 없었다. 국회에 국회위원들이 모이는데 군인들이 보이는 상황들을 보니 화도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내일 아침에 아이들을 깨우고 밥을 먹여야하니 한숨이라도 자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누웠다. 하지만 잠이 안 와 다시 거실로 갔다.

  그러곤 남편과 뉴스를 보았다. 이 모든 부당한 상황에 대해 남편과 맞장구를 치며(오랜만에 의견이 잘 통했다.) 분통을 터뜨렸다. 그래도 계속 깨어있으면 안될 것 같아 다시 수면음악을 켜놓고 뒤척거렸다. 겨우 몇 시간 눈을 붙인 뒤 새벽뉴스를 살폈다.


  40여년 전, 비상계엄이 선포되었을 때 젊은 우리 아버지와 엄마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어린 내가 자는 모습을 보며 나와 비슷한 감정으로 잠을 못 이뤘을 그 시절의 부모님이 떠오르는 아침이었다. 이른 새벽부터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뉴스 봤어? 엄마 우리 어릴 때 비상계엄은 어땠어? 엄마, 별일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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