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by 황인경

사람 하나만 겨우

통과하는 골목

운이 좋게도

사람을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

옆으로 비껴서야 할까

골목 밖으로 뒷걸음질 쳐야 할까

여러 궁리를 해본 적은 있지만

사람을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아스팔트에 등을 까슬리는 일도 없고

낯선 사람의 숨에 얼굴을 덥히는 일도 없었다

운이 좋게도


밤에 어둡고 낮에는 더 어둑한 골목

느리게 걸어본 일은 없다

비닐봉지를 들고 백팩을 메고

길은 양쪽으로 나있지만

늘 돌아가는 길이다

사람 오지 말아라 오지 말아라

되뇌면서 골목에 들어서지만

언젠가 운이 나쁜 날을 기대하는

이상한 마음을 알 수가 없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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