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트러지고 싶지 않은 밤이야
꾹꾹 눌러쓴 일기처럼 우리는 걸었지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라고 시작해도 좋을 일기를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건 현재뿐이야
과거를 이야기할 때는 들숨을 한 번,
미래를 이야기할 때는 두 번 들이켜야 하지
강가에 앉아있던 오리를 보았어?
유난히 부산스럽던 한 녀석이
이리저리 밤그림자를 돌아다니고
어두운 물에 다시 몸을 담그고
참외향이 나는 숨으로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한 문장으로 충분할지도 모르지만
떠나오지도 기다리지도 않는 기분으로
기억하지도 남겨놓지도 않을 시시한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