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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새벽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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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경 Nov 04. 2024

퍼펙트 데이즈

이마 위로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젖어도 돼. 해방감이 느껴졌다. 20분을 넘게 달렸더니 발목도 무릎도 시큰했지만 아직 멈추고 싶지 않았다. 새벽은 아직 넉넉히 남아있다.


오후에 본 영화에서도 비가 자주 내렸다. 주인공이 틀어둔 카세트에서 습기를 머금은 소리가 났다. 햇볕에 일렁이는 나무 그림자가 꿈에 나왔다. 잠이 들면 오늘 하루도 한낱 꿈처럼 느껴질까.


영화를 본 뒤 친구들과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골목을 산책했는데 나무 쪽으로 켜둔 인공조명이 꼭 반딧불 같았다. 일렁였다.


오늘은 약간 습도가 높은 평범한 하루였지만 충분히 축하할만한 날이기도 했다. 허리가 낫고 있는 친구를, 시집을 선물 받은 친구를 축하했다. 축하하면서 안개가 짙은 공원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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