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 위로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젖어도 돼. 해방감이 느껴졌다. 20분을 넘게 달렸더니 발목도 무릎도 시큰했지만 아직 멈추고 싶지 않았다. 새벽은 아직 넉넉히 남아있다.
오후에 본 영화에서도 비가 자주 내렸다. 주인공이 틀어둔 카세트에서 습기를 머금은 소리가 났다. 햇볕에 일렁이는 나무 그림자가 꿈에 나왔다. 잠이 들면 오늘 하루도 한낱 꿈처럼 느껴질까.
영화를 본 뒤 친구들과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골목을 산책했는데 나무 쪽으로 켜둔 인공조명이 꼭 반딧불 같았다. 일렁였다.
오늘은 약간 습도가 높은 평범한 하루였지만 충분히 축하할만한 날이기도 했다. 허리가 낫고 있는 친구를, 시집을 선물 받은 친구를 축하했다. 축하하면서 안개가 짙은 공원을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