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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밤 Apr 05. 2022

혼자노는기록 #34 , 포스트크로싱하기




혼자노는기록 # 34, 포스트크로싱하기



거창한 품이 드는 노력을 하지 않고도 깜짝선물처럼 

어느날 기분 좋은 일이 생겼으면하고 바라게 되는 가볍디 가벼운 마음이 있다.


포스트크로싱을 하며 그 마음을 시간 속에 씨앗처럼 심는다. 


포스트크로싱은 다른나라 사람들과 엽서를 주고 받을 수있도록 중재역할을 해주는 

사이트 이름이기도 한데 그곳에서 서로 다른나라의 포스트크로서의 주소를 랜덤으로 배정받아 

엽서를 주고 받는다. 


1:1로 주고 받는 게 아니라 내가 해외의 n명에게 엽서를 보내면 

나도 나의 주소가 할당된  n명으로부터 엽서를 받을 수있는 식인데 

이 점이 엽서 너머 누군가의 존재보다 엽서를 주고 받는 행위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줘 관계에 대한 부담이 없어 좋다. 


생각보다 엽서 면적은 작아서 스티커로 이것 저것 꾸미고 이야기를  

시작하다보며 아무리 깨알같이 글씨를 작게 써도 칸이 턱없이 모자란다. 


나의 첫 포스트크로싱 엽서는 주말에 놀러갔던 이야기를 목적, 내용, 의미에 더해 

우리나라 소개까지 의욕적으로 우겨넣느랴  머리를 싸맸는데

10번째 엽서를 쓰는 요즘은 듣고 있는 노래의 가사 한줄을 적고 나는 이 가사를 왜 좋아하는지 

당신은 지금 어느 노래에 빠져있는지를 물으며 한결 편하게 인사를 건넨다 


지금까지 내가 받은 엽서는 독일,일본,러시아,중국의 포스트크로서로부터 받은 4장 뿐이지만 

하늘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내가 보낸 또 다른 엽서 5장들이 주인을 찾아 도착하면 

내 우편함에도 그만큼 누군가의 엽서들로 채워질 것이다. 


안달복달이라는 단어는 포스트크로싱과 어울리지 않는다. 


포스트크로싱 커뮤니티 후기들을 봐도 엽서 도착에는 짧아야 2주가 걸리며 

어떤 엽서는 보낸지 1년이 넘어서 도착하는 황당한 일도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여유있게 기다리는 일.


집에 돌아오는 길, 

무심히 지나치던 우편함에 머무는 스스로의 눈길을 의식하며 문득  하늘을 건너올 엽서를 

기다리고 있었음을  깨닫고 괜스레 마음이 부풀어오르는.. 

그런 기다림의 미학이야말로 포스트크로싱의 매력이다. 


각양각색의 엽서와 , 해외 우표들이 모이는건 덤으로 주어지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오늘도 포스트크로서로서 대중없는 미래를 느긋하게 기다리며 심심한 하루를 달래본다.




tip ) 해외로 보내는 엽서 우표값 : 43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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