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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밤 Apr 12. 2022

혼자노는기록 #35 , 초콜릿 만들기



혼자노는기록 #35 , 초콜릿 만들기

겨울은 사랑에 빠지기 좋은 계절인가보다.

이 계절만 되면  누군가를 향한 애틋한 감정이 기어이 피어나고야 만다. 

멀리서 실루엣만 발견해도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 

그 간질간질한 기분은 언제나 좋다. 오래가진 못했지만 말이다. 

분명 상호간에 뭔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고 남모를 부끄러움은 온전히 내 몫이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셀프이별이라도 쓰리긴 마찬가지라 갈 곳 잃은 

마음이 외로이 동동거리는 것이 안쓰러워 슬퍼졌다 

내 인생 드라마의 주인공 삼순이가 말했다. 최악은 아픔을 외면해버리는 거라고. 

나는 스위트와인과 직접 만든 달콤한 파베 초콜릿을 이별의 상처에 처방하기로 했다 

인터넷 주문으로 필요한 재료들을 모두  구할 수 있지만 

베이킹 재료의 성지인 방산시장에서 사기 위해 토요일 오전을 비웠다. 

집에서 전철을 타고 1시간이 걸리는 거리라 수고스럽기 짝이없지만 

그런 수고스러움이 또 재미니까.

고등학생 때 삼순이를 보며 일과 사랑에 진심을 다하는 열정 넘치는 어른이 되길 꿈꾸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서른이 넘은 지금의 나는 언제나 한발 뒤로 물러서기를 자처해 

어른이라 불리기 차마 민망한 인간이 되어버렸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도망칠 구석을 먼저 살피고서야 한발을 내딛는 비겁함이란...

좀 더 진심을 보였다면 기회가 있었을까?

구질구질한 미련을 철철 흘리며 을지로4가역에 도착해 방산시장을 향했다. 

따뜻한 햇살을 헤치며 의신상회와 용천상회를 들러 

발로나 브랜드의 과나하 커버춰 초콜릿과 코코아파우더,무염버터, 파베초콜릿틀, 생크림을 장바구니에 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엔 편의점에서 만6천원짜리 달달한 모스카토 와인을 고르는 것으로  준비를 마쳤다.

파베초콜릿을 만드는 건 완성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혼자 맛볼 수준으로 만들자면 다소 싱거울 정도로 간단하다. 

커버춰초콜릿을 물에 닿지 않도록 중탕해 녹인 다음 약간 데운 생크림, 

무염버터를 넣고 섞은 뒤 파베초콜릿용 종이틀에 붓고 냉장고에 2시간 정도 굳힌다. 

굳힌 초콜릿을 틀 겉면에 표시된 눈금을 따라 조각을 낸 뒤 그 위에 코코아파우더를 뿌려주면 끝! 

완성된 파베초콜릿 몇 조각을 예쁜 그릇에 담고 와인을 유리잔에 가득 담는다. 

"예쁘다♡" 

분주한 이별의식을 치르는 와중에 쪼그라든 자아도 한껏 부풀어올랐다. 

파베초콜릿과 탄산 가득한 달콤한 와인이 입안에서 페스티벌을 벌인다. 

‘아! 오는 길에 딸기도 사올걸..

생딸기의 상콤함을 곁들인 다면 얼마나 더 완벽할까?

내일은 퇴근길에 딸기를 사와야지!‘

까인 사랑이 주는 우울함이 내일 먹을 디저트 계획으로 뒷전이 되었다. 

이렇게 계속 상처의 기억을 뒤로 미루는 사이 새 계절을 맞이하듯 새로운 떨림이 찾아올거라 믿는다. 

달콤함을 흠뻑 맞보니 자신감이 생긴다. 다시 누군가에게 반할 준비가 된 것 같다.


tip ) 

1.발로나 과나하 커버춰 다크 초콜릿(70%) 200g : 7,500원 (의신상회)

2. 파베몰드 (파베초콜릿종이틀) : 1개 500원 (의신상회)

3. 발로나 코코아 파우더 200g : 6,000원 (용천상회)

4. 앵커버터(무염버터) 454g : 6,500원 (용천상회)

5. 서울우유 생크림 500ml : 4,800원 (용천상회)

6. 카스텔로 델포지오 모스카토 다스티 스위트 와인 : 16,900원 (cu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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