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이해한다는 게 뭘까?

by 백경


스크린샷 2025-11-23 181946.png 표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윤재와, 감정이 폭발하는 소년 곤이의 이야기인 손원평 『아몬드』는


“타인을 이해한다는 게 뭘까?”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조용하지만 깊게 던지는 소설이에요.


잔잔하게 읽히지만, 다 읽고 나면 내 곁의 사람들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1. 이 책, 어떤 이야기인가? (스포 최소 요약)

주인공 윤재는 뇌 속 편도체(아몬드 모양이라서 제목이 ‘아몬드’)가 유난히 작게 태어나서,

기쁨·슬픔·두려움 같은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아이예요. 알렉시티미아라고 부르는 상태죠.

그래서 엄마와 할머니는 윤재가 “티 안 나게” 살 수 있도록 감정을 외워서 연기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언제 웃어야 하는지, 친구가 선물을 주면 뭐라고 말해야 하는지,

슬픈 일이 생기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까지요.

하지만 어느 날, 묻지마 범죄로 윤재 앞에서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 이후 윤재는 사람들에게 “괴물” 취급을 받게 됩니다.

왜냐하면, 모두가 울고 무너지는 순간에도 윤재는 눈물을 흘리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때 나타나는 인물이 또 다른 ‘괴물’이라고 불리는 소년 곤입니다.

폭력적이고, 화가 많고, 욕도 많이 하고, 어른들이 보기엔 “문제아”에 가깝죠.

한 명은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아이,

한 명은 감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폭발시키는 아이.

이 둘이 서로에게 “처음으로 생긴 진짜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이 바로 이 소설의 중심이에요.


2.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몬드』에 빠져들까?

『아몬드』는 출간 이후 꾸준히 사랑받으면서

한국 공공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된 책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어요.

사람들이 이 소설에 빠지는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해볼게요.


1)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

책 속에서 윤재와 곤이는 자주 “괴물”이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점점 헷갈려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괴물일까?

상처 때문에 폭력적으로 변한 아이는 괴물일까?

아니면, 다치고 무너진 아이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쉽게 낙인을 찍는 우리가 괴물에 더 가까운 건 아닐까?

작가는 독자에게 정답을 절대 직접 말해주지 않아요.

그냥 상황을 보여주고,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죠.

그래서 이 책은 “한 번 읽고 끝”이 아니라,

읽고 나서 계속 머릿속에서 질문이 맴돕니다.


2) 어렵지 않은 문장, 그런데 생각은 깊어지는 구조

문장은 전반적으로 중·고등학생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고 담백해요.

설명도 친절하고, 길게 꼬지 않아서 술술 읽히죠.

그런데 내용은 “감정, 공감 능력, 폭력, 상처, 책임, 성장” 같은

꽤 묵직한 주제들을 다룹니다.

쉽게 읽히는데, 다 읽고 나면

“아… 내가 ‘공감’이라고 생각했던 게 진짜 공감이었나?”

이런 생각이 슬며시 올라와요.

입구는 가벼운데, 출구는 묵직한 책이라고 보면 됩니다.


3) 윤재와 곤이의 관계에서 오는 이상한 따뜻함

윤재는 곤이를 보고도 안 무서워합니다.

사람들이 곤이를 “문제아, 폭력배”라고 말할 때도

윤재는 그냥 “정보”로만 받아들여요.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이 곤이를 그대로 봅니다.

반대로 곤이는,

자기를 무서워하지 않고 특별하게 대하지도 않는 윤재에게

처음으로 묘한 끌림을 느끼죠.

둘 다 상처투성이인데,

서로에게만큼은 “평범한 친구”가 되어 주려는 느낌이 있어요.

이 관계 때문에 독자들은

“나도 내 주변의 누군가에게

이렇게 편견 없이 다가가 본 적이 있었나?”

를 생각하게 됩니다.


3.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질문과 작은 교훈

조금 더 현실에 붙여서,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를 정리해볼게요.


(1) 공감은 “느낌”만이 아니라 “태도”이기도 하다

우린 보통 “공감” 하면,

같이 슬퍼해 주고, 같이 화내주고, 감정이 비슷해지는 걸 떠올리죠.

하지만 윤재는 그걸 잘 못합니다.

그래도 그는 자기 방식대로 친구 곤이에게 다가가요.

곤이의 말을 끝까지 듣고

곤이가 싫어할 말이라도 솔직하게 말하고

곤이가 망가지지 않게 옆에서 버티고 서 있는 것

이게 윤재식 공감이죠.

“내가 똑같이 느끼지 못해도,

너에게 나름의 진심을 들이밀 수는 있다.”

이 메시지는, 감정 표현이 서툰 사람들에게도 작은 위로가 됩니다.

공감은 감정 복사 + 행동의 합이라는 걸 보여주는 셈이죠.


(2) “정상”이라는 기준은 누가 만드나?

책 속 어른들은 자꾸 윤재를 “정상처럼” 보이게 만들려고 합니다.

언제 웃어야 하고, 언제 울어야 하고,

사회가 원하는 매뉴얼에 맞추려 하죠.

물론 어느 정도의 사회 규칙은 필요하지만,

이 소설은 묻습니다.


“정상”이란 말을,
진짜 사람을 위한 말로 쓰고 있니,
아니면 편한 세상을 위한 말로 쓰고 있니?


조금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반응하는 사람을

너무 빨리 “문제”로 규정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 숨어 있어요.



(3) 상처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폭력은 선택이다

곤이는 상처가 엄청 많습니다.

그 상처 때문에 사람들을 밀어내고, 공격적으로 굴죠.

책은 “그래, 곤이 사정을 알고 나니 이해는 돼”

여기까지만 말하지 않습니다.

상처 있다고 해서, 폭력이 자동으로 정당화되지는 않는다는 것도 함께 보여줘요.

이 지점이 이 책의 중요한 균형점이에요.

상처 = 이해의 이유

폭력 = 그래도 선택의 영역

그래서 독자는

“상처 입은 사람에게 어디까지,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라는 현실적인 고민까지 함께 떠올리게 됩니다.


4. 비판적으로 볼 부분, 주의하면 좋은 점

이 책을 읽을 때 주의하거나 비판적으로 볼 포인트도 분명 있어요.


1) 폭력·트라우마 묘사가 나온다는 점

묻지마 범죄

가정폭력의 흔적

욕설, 폭력 장면

이런 요소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감정적으로 꽤 자극될 수 있어요.

특히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장면 하나하나가 더 크게 와 닿을 수 있으니,

읽으면서 힘들어지면 잠시 쉬어가는 게 좋습니다.


2) “감정 불능 = 공감 불능 = 위험 인물?”처럼 오해될 위험

작품에서 윤재는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윤리 기준과 생각이 있는 인물이에요.

그런데 어떤 독자는

“감정을 못 느끼면 다 위험한 거 아냐?”

라는 편견을 강화할 수도 있어요.

현실의 알렉시티미아나 다양한 뇌 발달 차이는

각자 아주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고,

그 자체가 곧 폭력성이나 위험성과 연결되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을 때

“아, 이건 ‘하나의 이야기’이지, ‘모든 사례의 대표’는 아니구나”

라는 걸 같이 기억해 주면 좋아요.


3) 너무 ‘예쁘게 마무리’된 성장 서사처럼 보일 수도 있음

이야기 구조만 놓고 보면,

“상처 많은 아이들이 서로를 통해 성장한다”는

꽤 익숙한 공식이에요.

그래서 어떤 독자에게는

“현실은 저렇게 깔끔하게 바뀌지 않는데…”

하는 아쉬움이 느껴질 수 있어요.

그럴 땐 이렇게 읽어보면 어떨까요?

이건 현실을 그대로 복사한 이야기라기보다

“현실에서 우리가 조금이라도 이렇게 해봤으면 좋겠다”는

하나의 가상 실험처럼 보는 것.

그러면 책의 메시지를

조금 더 유연하게 받아들이기 쉬워집니다.


5. 이 책을 읽고 나서 해볼 만한 질문들

마지막으로, 『아몬드』를 다 읽고 나서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좋을 질문들을 적어볼게요.

내 주변의 ‘곤이 같은 사람’은 누구인가?

겉으로만 보고 “문제 있는 사람”이라고 단정한 적은 없었는지?

나는 감정을 잘 표현하는 편일까, 숨기는 편일까?

윤재처럼 감정이 잘 안 느껴지는 순간이 있을 때,

나는 그걸 어떻게 다뤄왔는지?

누군가 힘들어할 때, 나는 어떤 식으로 공감해왔나?

같이 울어주기?

조언하기?

그냥 옆에 있어주기?

아니면, 모른 척 피하기?

‘정상’이라는 말을 내가 쓸 때, 그 기준은 어디서 온 걸까?

부모, 학교, 사회, 미디어…

그리고 그 기준이 혹시 누군가를 더 힘들게 만들고 있진 않은지?

이 질문들을 천천히 곱씹다 보면,

『아몬드』는 단순한 청소년 성장 소설이 아니라,

“관계와 공감에 대한 작은 인생 수업”으로 남게 될 거예요.


6. 정리하며 – 오늘의 작은 한 줄 메모

“공감은 ‘똑같이 느끼는 힘’이 아니라,
‘다르게 느끼는 너를 포기하지 않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아몬드』는 그 말을

윤재와 곤이의 우정을 통해 조용히 들려주는 소설입니다.

혹시 요즘 “사람 관계가 어렵다,

나도 내 감정이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한 번 천천히 읽어보세요.

생각보다 오래 마음속에 남아 있을 거예요.





매거진의 이전글미래를 보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