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
첫째는 학원교육을 참 성실히 이수? 했다. 첫째가 1학년 들어갈 때까지 아내가 휴직을 했다. 아이들이 1학년 들어가면 대부분의 학교에서 엄마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놀러도 다니고 했다. 우리 아이 학급의 모임도 아주 잘 이루어졌다. 함께 캠핑도 다니고, 공원에서 함께 놀기도 하고, 농구도 함께 다니고 했다. 그중에 한 엄마와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부터 아이 특목고를 보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아이는 일반고 내신 올 1등급을 찍고 서울대 우주항공학과 합격했다.) 지속적으로 친분 관계를 맺었는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이 엄마가 세팅? 한 학원을 따라다녔다. 첫째가 아마 학교 다니면서 가장 열심히 했던 시기가
중 1,2 때쯤인데, 그 아이가 영재고 준비를 위해서 한껏 피치를 올리던 때였는데, 여름 방학에는 하루 10시간씩 공부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 첫째와 과거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등학교 때보다 중학교 때 더 열심히 한 것 같고, 큰 학원으로 옮겨서는 너무 힘들어서 화장실에서 혼자 울기도 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는 참 마음이 아팠다. 당시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었다.
난 교사로서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육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지만, 학교 교육 후 가정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데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학부모가 되기 전에는 아이들과 함께 많이 노는 것, 책 읽기, 여행 등(여행 다니기는 실천은 많이 하지 못했다)에 관심이 많았고, 학부모가 되면서는 늘 학원을 고민했던 것 같다. 영어, 수학을 비롯해 미술, 피아노, 태권도 등의 취미와 특기를 기르기 위한 학원 등. 첫째의 경우는 영어 학원을 2,3학년때부터 다닌 것 같고, 태권도, 피아노, 농구 학원 등은 잠깐 다니다 그만두었다.
수학 학원은 5,6학년때부터 다닌 것 같다.
내 개인적으로는 학원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지만 결국 큰 아이는 학원 덕을 많이 본 것 같다. 새삼스럽게 우리나라 교육에서 사교육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새삼 절감하게 되었다. 큰 아이 고려대 면접 준비를 위해 처음으로 우리나라 사교육의 대명사로 불리는 대치동을 처음 가보았다. 다른 학부모님들은 SKY 면접 대비를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서 큰 학원을 알아보고 준비를 하는데, 우리의 경우 크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임박해서 대치동의 한 작은 학원에 등록해서 3일 정도 면접 준비를 했다(아이가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예비 2번에서 떨어져 더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작은 형님네 큰 조카가 재수하면서 논술전형 준비 시 대치동 큰 학원에서 준비를 해서 연세대 전자공학과 입학을 해서 그런지 추천을 해주었었는데 큰 필요성을 못 느껴 흘려듣고 말았다. 후회가 되었다. 큰 아들과 같이 차 타고 면접 준비하러 다니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었는데, 친구들 중에서도 학기 중에 수업 마치고 대치동으로 학원을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큰 아들이 작은 동네 학원 다니면서도 잘해준 것 같아 새삼 고마웠다.
대치동 학원에 면접 준비하러 갔을 때, 학원 앞에(면접 시작할 때와 마칠 때) 많은 학부모들이 기다리는 것과 나올 때 학원 인근에 차가 많이 막혔던 것, 식사할 때 어린 학생들이 주변에서 혼자 식사하는 것, 어린 학생들이 밤늦게 혼자 가방 메고 학원가를 다니는 장면들이 우리의 교육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얘기로만 듣다가 막상 경험을 해보니 우리나라 학원교육이 실감이 났다.
최상위 학생들은 학원에 다니지 않고 스스로 공부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최상위 학생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 같다. 주변 지인들이나 아이 친구들의 사례로 분석해 보면, 아들의 반 친구 중 1명이 학원 다니지 않고 인강으로 공부해서 연세대학교 반도체공학과, 디지스트, 유니스트 3곳에 합격했다. 작은 형님네 큰 조카는 학원교육을 전혀 받지 않다가 1년 재수학원에 다녔고 논술전형으로 연세대 전자공학과에 합격하고 현재 박사과정에서 AI를 전공하고 있다. 작은 형님네 작은 조카도 학원교육을 받지 않고 재수, 편입해서 경희대 전자공학과에 다니고 있다.
현재 입시제도에서는 스스로 공부해서 대학을 가기에는 정말 힘든 것 같다(나는 가끔 전혀 비현실적이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나때는 말이야, 수학 00, 00 영어로 혼자 공부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곤 한다.)그런데 주변 지인의 경우 내 생각보다는 학원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시키는 경우가 꽤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주변에서 영어, 수학 학원은 몇 학년에 어느 학원에 보내야 한다는 통념에 휩쓸리지 말고 기본적으로 아이가 학교공부에 집중하도록 하고 아이와 대화해서 아이가 처한 환경 및 상황, 아이의 특성, 성향에 맞게 학원, 인강, 과외, EBS 강의 등을 잘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이가 학교공부에 충실한다는 가정하에 수학은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3까지는 학원교육을 병행하고 고등학교 때에는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일 것 같다. 큰 아들의 경우도 조금 늦긴 했지만 수학의 경우 고3 때 인강으로 스스로 공부하면서 오히려 수능에서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수능에서 1문제는 찍어서 맞았다고 함. 모의고사에서는 2등급이 나온 경우가 많았다). 아들은 좀 더 일찍 학원을 그만두고 인강으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들 아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하게 해 주라고 여기저기서 말하지만 냉정히 따지고 보면 지금 현상태로 원하는 것을 해주게 하면 입시에서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작은 형님에 두 조카는 중학교 때까지 전혀 학원교육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란 편이다. 고등학교 때 가서 스스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재수를 해야 했다. 편입준비도 1년 정도 더 한 것 같다.
처음에 학원 공부에 잘 적응했던 큰 아들과 달리 학원공부에 전혀 적응을 못했던 둘째 아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춘기와 중학교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둘째는 학원에서도 어려움을 겪어 여러 번 이곳 저고 옮겼다가 결국은 학원은 다 끊었다. 국어, 영어, 수학은 인강이나 문제집으로 스스로 공부하는 것을 내가 관리하는 형태로 진행해오고 있었는데, 나도 하루종일 근무하다 오면 힘들기도 하고 개인적인 사정이 있으면 빠지고 하면서 공백이 많이 생기다 보니 둘째의 공부습관을 잡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었다. 이젠 중3 말이라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어 둘째와 긴 이야기 끝에 영어는 학원을 다니기로 한 상태이고, 수학은 과외로 도움을 받고 있다. 둘째의 학원고민은 진행 중이고 이후에 방향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최대한 둘째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어른으로서 경험자로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