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 패러디 / 김갑연
전라북도 무주군 무풍면 증산리 사동마을에서 태어난 우리 엄니는 곧 80을 바라보신다.
많은? 나이지만 내가 보아도 참으로 할것과, 하고 싶은것이 많으시고 꾸준시 무언가에 대한 열망과 도전을 계속하신다. 전국의 천주교 성지 순례를 하시고, 동네 독서 모임에도 꾸준히 다니시고, 좋은글은 가족 단톡에 꾸준히 업데이트 해주시며 가족들에게 사랑을 전해주신다. 부지런한 덕분에 신체와 정신이 모두 건강하신게 다행이다.
이번에 엄니가 도전하시는 건 글쓰기이다. 브런치를 알려드리려 했으나 이래저래 컴퓨터가 익숙치 않아 수기로 쓰신걸 내가 대필해서 옮겨본다.
"김갑연 여사님 화이팅"
글쓰기 도전기 봄봄 패러디 소설 / 김갑연
봉필이의 출생
예분이는 새어머니 손을 잡고 신이 났다.
항상 무섭고 못살게 굴던 새엄마가 옷을 사준다며 시장에 가자고 했으니.....
예분이는 이제 열 살이다.
몽당치마에 짚신을 신고 새어머니 손에 이끌려갔다.
새어머니는 건넛마을 나이 많은 노총각 칠구에게 예분이를 팔려고 가는 길이다.
이렇게 예분이는 칠구한테 팔려가 외딴 산골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밭일도 하며 칠구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일하면서 살았다.
칠구 어머니는 예분이를 딸처럼 하나하나 가르쳐서 며느리를 삼으려고 잘 키우려고 했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분이는 어리기도 했지만 고집이 세고 밥만 축내고 예분이를 데려오느라 들인 비용과 검정치마에 노란 저고리 사는데 들인 돈 생각이 자꾸만 떠 올랐다.
보리쌀이 세말 그 보리쌀만 있으면 몇 달을 살수 있는데 일도 못하는 저년이 들어와 밥만 축내고 있다고 칠구어머니는 예분이를 구박했다.
칠구는 예분이가 불쌍해서 어머니께 화를 냈다.
"엄니
예분이는 아직 어린데 할 수 없는 일을 그렇게 혹독하게 시키요?
내가 할 것이니 예분이 시키지 마요."
예분이는 작은 손으로 겨울이면 찬물에 빨래하고 온갖 일에 손등이 터지고 피가 났다.
칠구가 어느날은 장에서 동동구루무를 사다가 어머니 몰래 바르라고 예분에게 주었다.
부엌 찬장 깊이 넣어둔 구루무를 칠구어머니가 보았고 칠구 어머니는 예분이가 보리쌀을 퍼주고 샀다고 예분이를 집밖으로 쫓아버렸다.
예분이는 울면서 사정해도 소용없었다.
"이제 도둑질까지 하는 년을 나는 더 이상 같이 살수 없다."
쫓겨난 예분이는 할 수 없이 낱가리 속에서 새우잠을 자고
새벽에 부엌으로 들어가서 밥을 했지만 칠구어머니는 밥을 다 퍼서 방으로 가져갔다.
예분이는 어제부터 굶었으니 배가 고팠고 아궁이 앞에 앉아서 울었다.
"우리 엄마는 왜 일찍 죽어서 나를 이꼴로 만드냐"라고 원망하며 울고 또 울었다.
칠구 어머니는 아들과 밥을 먹은 후
"상 내가라" 고 호통을 쳤다.
칠구가 상을 들고 부엌으로 오면서 자기 밥그릇에 물을 부어 뚜껑을 덮어 놓았으니 먹으라고 했다.
그 광경을 봉창으로 본 칠구어머니가 나와서는 밥그릇을 엎어버렸다.
예분이는 너무나 배가 고파서 눈물만 흘렸다.
예분이는
엎어진 밥알을 모아서 물에 씻고 을기미에 받쳐 흙과 밥이 나뉘도록 했고 몇번이나 씻고 또 씻어서 물과 함께 먹었다.
예분이는 생각했다.
"그냥 이 집에서 도망갈까?"
내가 도망을 가면 아버지가 힘들텐데..
이 집에서 받은 돈도 다시 물어내야할 테고......
예분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렇게 세월이 갔고
어느 날 칠구어머니 병석에 누웠다.
예분이는 정성껏 간호를 했지만 칠구어머니는 예분이를 가진 잔소리와 구박 그리고 욕지거리로 괴롭혔다.
갈 곳이 없는 예분이는 묵묵히 견디며 수발했고 마침내 칠구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칠구와 둘만 남은 예분이는 칠구가 무서웠다.
밤이 되면 나무덤불 속에 미리 숨거나 장독 항아리 속에 숨었다가 새벽이 되면 밥하고 빨래하고 밭에 가서 일을 하는데 칠구 가까이 있으면 무서웠다.
칠구는 예분이가 자신을 무서워하며 가까이 오지 않으니 어찌할 바를 몰라 속이 탔다.
칠구는 어떻게 해야 예분이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장에 가서 꽃신도 사다 주고 쑥개떡과 알사탕도 사다 주었지만 예분이는 여전히 칠구를 무서워하며 가까이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럴수록 칠구는 예분이가 더 사랑스럽고 예뻤다.
이제 구박하던 어머니도 안 계시니 둘이 오순도순 정겹게 살고 싶은데 예분이가 마음을 열지 않으니 칠구는 속이 탈 수밖에 없었다.
하루는 칠구가
"예분아 앞으로는 내가 니 보호자로 너를 잘 지켜줄게 방에 들어와서 자
니가 편안하게 잘 수 있도록 건드리지 않고 지켜줄게....."
"정말?
나는 칠구가 무서워~"
칠구는 봄이면 산에 가서 진달래도 꺾어다 주고 가을이면 머루 다래 산밤도 주워다 주고 정성을 다했다.
세월이 흘러 예분이도 가슴이 봉긋 부풀어 올랐고 달거리도 하게되니 차츰 칠구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또 이제 예분이도 칠구밖에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칠구가 밭에 가면 새참으로 감자도 삶고 김치와 고구마도 쪄 갔다.
어느날 칠구는 일하다가 새참 내오는 예분이를 발견하고 얼른 예분이 머리에 있는 새참 그릇을 내려주는데 예분이 키도 이제는 제법 커서 칠구 목덜미까지 왔다.
그런 예분이를 보는
칠구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예분이 손을 가만히 잡아보는데
예분이는 깜짝 놀라서
"엄마야~"
하면서 달아나다가 넘어지고 만다.
칠구는 얼른 달려가서 예분이를 안아 일으켜주는데 칠구의 눈에 들어온 예분이의 삼베적삼 속에 뽀얀 젖가슴을 보는 순간 예분이를 와락 껴안았다.
"예분아!
우리 이제는 결혼하자"
"....."
예분이도 그런 칠구가 싫지 않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분이가 열다섯 살 되던
시월상달
산골 오두막 마당에 멍석을 깔고 밥상 위에 물 한 대접 올리고 산에서 꺾어온 산죽대를 꽂고 알밤 대추도 놓았다.
신랑의 사모관대도 없고 각시의 족두리도 없지만 신부 예분이는 가을 하늘만큼 예뻤다.
동네 훈장님께서 하라는 대로
예분이는 세번 절을 했고
칠구는 한번하고 서로 맞절을 하고 혼례를 치렀다.
***
예분이와 칠구는 부부가 되어 오순도순 살았지만 가난은 여전했고
세월이 흘러 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봉필이다.
올 추석에는 엄니 고향에 엄니의 엄니, 그러니까 외할머니를 뵈로 갔다.
세월이 흘러도 엄니는 엄니가 보고싶은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