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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Cho Jan 31. 2024

'토리야 너 나한테 와서 행복하니?'

얼마 전에 토리를 데리고 애견

미용샵에 가다가 어떤 할머니를

만나서 미용샵가지 말고 그 돈으로

좋은 거해서 먹이라고 말씀을 해주셨다는

이야기를 쓴 적이 있었는데, 어제 퇴근하고

산책을 하던 중 토리가 다니는 병원 이름을

말하면서 길에서 아는 척을 하는 분이 계셔서

나는 순간 누군지도 모르고, 병원이름을

토리이름이라고  생각하고, 사람을 착각했나?! 해서

이름이  아니다고 말하면서 가려고 하는데,

바로 할머니께서 '그 00 병원 다닌다는...

왜 우리 지난번에 만났잖아;라고 하면서

등을 살짝 치셨다.

아 맞다 그땐 주말에 급히 토리 미용하러

가면서 이리저리 날뛰는 토리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주셔서 바쁜 걸음을 멈추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토리가 다니는 동물병원 이름을

얘기했었다,  그땐 할머니가 패딩차림으로

 그분을 만났던 것이 생각이 났고, 어제는

일을 다녀오시는 건지 그때와 옷이

달라서 내가 선뜻 알아보지 못했다.


순간 나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반갑기도

해서 '죄송해요, 옷이 바뀌셔서 못

알아봤어요'라고 대답을 하자 괜찮다며

그분도 나를 반갑게 아는 척을 해주셨다.

그 순간 토리가 집에만 있다가 산책을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난리를 치는 통에

얼른 가라고 하셔서 인사만 하고

헤어지고 오면서 든 생각이... 내가 이 동네를

다니면서 길에서 나를 이렇게 반갑게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토리를 

좀 진정시키고서라도 그때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선배 애견인에게

귀동냥이라도 좀 더 들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토리야 새벽인데 달이 밝다

사실 출근 전에 토리와 산책을 할 때도

그렇지만, 퇴근하고 산책을 할 때도

가끔은 '아~오늘은 좀 쉴까?!'란 생각이

드는데 어제가 그런 날이었고, 속도

좀 좋지 않았는데, 그래도 이제껏 한 번도

빠짐없이 하루 번씩 산책을 하고

있지만, 그분을 만나니 오늘도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지난번에 만나고 헤어지면서 그분이

'토리에게 너 복 받았다, 좋은 주인 잘 만나서'란

얘기를 해줬었는데, 우연찮게 내가

이렇게 산책하는 모습을 보여 줄 수가

있어서 그분도 '내 눈이(본인)  틀리지 않았다'라고

좀 안심(?)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물론 그 한 번으로 내가

토리한테 정말 복 받았다고 할 만큼 최선의

주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는 잘 가지도 않는

막내 언니네 집에 갔었다, 간 이유는

오랜만에 집밥을 먹고 싶다는 피상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속으론 토리가 늘 나와

둘이만 있어서,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조카가 이 사진을 보면 난리날 거같지만 너무 귀여워서 그만...미안
신나게 뛸 수 있어 신난 토리~
이번엔 언니와 함께 우리 집과 좀 먼 거리에 있는 애견카페 방문

어쨌든 이번이 토리와 함께는 두 번째

방문이긴 한데, 언니는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토리를 크게

환영해주진 않았지만, 그래도 싫은

기색 없이 토리 관절을 위해 바닥에

카펫을 깔아달라고 하자 빨아서

넣어둔 카펫도 깔아주고 같이 산책도

하고, 애견카페도 갔다.


그런데 언니와 토리가 산책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언니가 처음엔

자기 피곤해서 산책 가기 싫다고 투덜(?)

되는 언니를 데리고 나왔는데, 정작 같이 나와서

토리가 집에서와 다르게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자 언니도 흥이 났는지

토리걸음에 맞춰 이곳저곳을 아이처럼

뛰어다니면서 말로는 힘들다고 하면서

흠뻑 웃는 얼굴을 보니 그리 싫지는

않은 기색이었다.

애견카페에서도 내가 화장실을 가야 해서

언니한테 토리를 좀 봐달라고 하면서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니 언니가 

토리에게 목줄을 하고 있어서

리드줄을 맸냐고 물었더니 토리보다

강아지가 있어서 물까 봐 토리를

안을 수가 없어서 한 거라고 했다...

아직 강아지가 익숙하지 않고, 강아지에

대한 겁도 좀 많지만 그래도 토리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면서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이렇게 저렇게 나는 내가 출근했을 때,

혼자 있는 토리를 위해 시간 날 때마다

하루 두 번씩 산책을 하고, 주말엔

애견카페도 가서 친구들도 만나게

해주고 실컷 뛰게도 해주려고

노력하는데, 내 노력과 수고만큼

토리도 행복한지가 여전히 궁금하다...


그런데 요즘엔 고민거리가 한 개 더

생겼다, 매번 글에도 자주 쓰지만

나는 직장생활이 내 적성에는 맞지

않지만(맞아서 다니는 사람이 몇이냐

되겠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토리 때문이라도 이 일을 더 오랫동안

해야 하는지가 고민거리이다.


사실 내가 토리를 입양하기 전에

예상했던 금액보다 훨씬 많은 돈이

토리한테 들기 때문이다. 우선 애견카페는

일반 커피숍보다 커피값도 훨씬

비싸고, 거기다 거리도 멀고, 강아지

입장료까지 있어서 한 달에 서 너번

가는 것도 금액이 수월치 않고, 거기다

이것저것 사야 할게 한 두 개가 아니다...

그래서 토리를 위해서라도 버틸 수 있을

만큼 직장생활을 버텨야 하는지도 고민

중에 고민거리이다...


그러면서도 문득문득 드는 생각은

토리가 나한테  와서 행복한지, 어느 것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

'토리야 너 나한테 와서 행복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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