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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Cho Apr 26. 2024

작고 소중해...

토리는 내가 출근을 하면 본인 침대에서

거의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가 없는 시간을 대부분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다.


그런 보습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여러 마음이 교차가 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누워 있는 모습이 편해

보인다. 어찌나 꼼지락 되면서

자기 편한 위치를 찾는지 말이다.


확실히 처음 왔을 때에 비하면 이 모습만

봐도 토리도 우리 집이 많이 편해지긴 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내가 없으면 문 앞 신발 벗는

곳이나 그나마 좀 좋아져서 현관 앞 러그에

앉아있었는데 이렇게 자기 침대에 누워

꼼지락 되는 모습이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토리도 누군가에게 버림을 받고,

유기견 보호소 생활도 꽤 오래 한 거 같은데,

이렇게 나와 둘이서 지내는 생활에

차츰 적응해 가며 안정을 찾는 거 같아

참 고맙고, 감사하다.


이렇게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는 주인에

의해 강아지 생명이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견주는 많은 걸 해줘야 한다.

돈을 벌어다 사료를 사다 줘야 하고,

단순히 사료만 주는 주는 아니라, 

그릇도 매번 깨끗이 씻어 줘야 하고,

물도 늘 끓인 물을 주고 있다.

또 당연한 거지만 자는 곳이나 집안 환경도

강아지가 편히 안전하게 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내가 오버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가족이라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것들을 나열한 거 같다. 그 외에도

홈캠상태 확인 중... 이렇게 누워 토리와 출근 전에 몇 분간 시간을 보낸다.

바닥 청소를 깨끗하게 해야 한다는 것인데,

토리가 오기 전의 나는 혼자 지내다 보니

집을 크게 어지르는 사람이 없어 집안

청소를 매일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머리카락 한 가닥도 눈에 보이면

즉시 줍는 편이다. 사람은 입에 이물감이

들면 바로 제거를 하는데, 강아지는 바닥을

핥다 머리카락이 있어도 크게 개의치 않고

삼켜 버리는 걸 한 번 보고 난 다음부터는

머리카락 한 가닥, 옷 보푸라기 하나

떨어진 것도 치우는 편이다.


이러다 보니 집에 있으면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을 정도이다. 우선

퇴근하고 오면 바로 토리 밥그릇을

씻어서 사료를 주고, 산책을 다녀오면

토리 발 닦아주고, 바닥 닦고, 그러고 나면

나도 씻고, 나도 뭐라도 먹으면 설거지

해야 하고, 그다음에 토리 양치 시키고...

아우... 정말 칫솔이라도 토리 손에 쥐어

주고  '너가 좀 닦아라'라고 하고 싶지만,

그럼 사람으로 변할 거 같아 긴히 내가

토리를 끼고 잡고 양치를 하루 한 번

이라도 시키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내 입장에서 이렇게

내가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거에 비하면

토리는 나에게 무엇을 해줄까?!... 란

생각을 해보았다...

그렇게 생각을 해보니 토리는 존재만으로

기쁨과 안위와 사랑을 주는

'작고 소중한'존재란 걸 깨닫게 되었다...

숨소리만 들어도 위안이 됐다가도,

어디가 아픈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침대 위에 귀엽게 누워

내 이동을 따라 움직이는 시선도 귀엽다.

퇴근하고 잠시 가방 놓고 쓰레기 버리러 갔는데, 저러고 있음....

내 마음이 이렇다 보니 나도

모르게 토리를 보면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아야 돼~!'란 말이

주문처럼 나오게 된다.


정말 소중하니까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 같다, 오늘 아침에도 출근 전에

산책을 다녀와서 잠시 토리와 마주

앉은 짧은 시간에 토리를 쓰다듬으면서

이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오면서 뭔가 나도

긍정의 말을 내뱉다 보니 기분이

좋아지는 거 같았다.


어깨가 아프고, 병원에서는 수술을 시급히

하라 하고, 더욱이 수술을 하면 두 달간

팔을 쓰지 말라고 하는데 이 마당에

나와 토리는 이렇게나마 아옹다옹하면서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는 것도 감사하단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 미루고 미루던 테라스에

화초도 몇 개 사다 심었다, 올 해는

토리도 있고 어깨도 아프니 테라스

식물은 포기하려고 했는데,

테라스에 푸른 잎 하나 없이 작년에

자라던 메마른 나뭇가지들만 빈

화분에 덩그러니 있는 게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고, 토리에게도 거실에서 푸른 잎을

볼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 어느 날은

급하게 퇴근을 한 뒤에 토리를 데리고

시장을 가서 모종을 사다 몇 개 심었다.

시장이 내 걸음으론 좀 멀기도 하고,

토리가 있어 백팩을 메고 가서 모종을

사서 가방에 조심스레 넣어 토리를 데리고

집에 오다 보니 생각보다 가방이 무거워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집에 도착해서,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얼른 심으려고 했는데,

모종 몇 개 심다 보니 날이 어두워지고

그 제야 굽은 허리 한 번 펼 수 있었다.


세상에 쉽게 이뤄지는 게 하나 없구나...


급하게 마무리를 하고, 주방에서

물을 한 바가지 떠나 내가 심은 화분에

정성스레 물을 부어 주었더니 다음날

아침에 전날 심은 식물들이 예쁘게

살아 있었다.

여느 때 같으면 3월 중순이면 겨울잠을

자던 테라스 화분에 벌써 모종들을

사다 수북하게 심었겠지만, 이번엔

키우기 쉬운 걸로 아삭이 고추 개,

청양 고추 2개, 방울토마토 2개...

이렇게 거금 칠천 원을 주고 사온 모종이

어느 때보다 잘 자라기를 기대해 본다.


토리야 기대해~작고 소중한 테라스

식물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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