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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Cho Sep 26. 2024

토리야 산책 가자~

얼마 전 주말에 일이 있어 언니네 집에

급하게 1시간 반가량 토리를 맡긴 적이

있다.

평소라면 집까지 가서 조금 같이

있다가 나오는데, 그날은 시간이 촉박해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언니한테 토리를

 맡기고 실외배변만 하는 토리를

위해 한 10분만 아파트 내에서

산책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떠났다.


언니는 강아지를 한 번도 키워 본 적도

없고,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사람이라

맡기고 가면서도 미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집에 오니

토리 밥그릇 두 개에 물과 다른 한 그릇엔

사과를 잘게 썬 게 놓여 있었다.


평소 내가 사과를 토리와 나눠 먹는다는

얘기를 내 개인 SNS에 쓴 적도

있고, 말도 여러 번 한 적이 있어서

내가 없는 사이에 언니가 토리 먹으라고

지난번에 이빨을 일곱 개나 뺀 토리를 위해

잘게 잘라 준 거 같은데, 언니의 수고에 비해

토리는 그릇에 담긴 사과를 안 먹어서

금세 갈변해 있었다.  


평소 먹을 거라면 환장을 하고 먹는 편이어서

내가 그릇에 담긴 사과를 보면서 '한 개도

안 먹었냐고' 묻자 손으로 주면 먹긴 했는데,

그릇에 있는 건 안 먹었다고 했다.


그렇게 토리와 언니네서 잠시 쉬면서

오랜만에 언니가 차려준 집밥도 먹고 있다가,

언니 아파트 뒤에 있는 산책로가 있는

작은 산에 산책을 가는데, 언니가 토리 리드줄을

잡고 가자 나와 함께 산책을 할 때완 달리

뛰어가다가 다리가 불편한 나와의 거리차가

벌어지면, 다시 내쪽으로 되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여름의 끝무렵의 산책, 아직 푸른 잎을 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언니도 힘들게 계단을 올라갔다가 토리 때문에

뒤따라 오는 내쪽으로 다시 내려왔다가

올라가기도 하고, 좀 언덕이 있는 길에서도

나와 거리가 좀 멀어진다 싶으면 가다가

뒤따라가는 내쪽으로 다시 달려오기를 반복해서,

내가 언니가 힘들 거 같아서 못 내려오게

줄을 잡으라고 하는데도, 언니는

'얘가 가는데 어떻게 잡아당기냐며'

그렇게 계속 왔다 갔다를 반복하며

산책을 했다.

내가 뒤에서 따라가고 있고, 언니도 여러 번

본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후진과 직진을 반복하는 토리를 보면서

저렇게 주인을 잘 따르는 강아지가 어떤

사유로 유기가 되어 유기견 보호소에 머물게

되었을지, 거기에 머물면서 토리가 느꼈을

상실감과, 공포감은 얼마나 컸을까 하는

생각에 안쓰런 마음이 절로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숲길을 해 집고 다니면서

산책을 마무리한 토리는 집에 와서는

사료를 게눈 감추듯 흡입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선 곤히 잠이

들었다.

오늘 내가 없는 동안 언니네서 토리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산책과 함께 더불어 여러모로 

피곤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를 돌보듯

토리를 지켜내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동물이다 보니 한순간도

예측이 안되기에 늘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토리와 함께하고 있는데,

그렇게 쏟는 나의 에너지가 아깝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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