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이의 껍질 이야기

닫힌 마음에도, 빛은 조용히 들어온다.

by 윤슬하


조심이는 말랑한 조개껍질 속에 살았어요.
안에는 연분홍빛 마음살이 숨 쉬고 있었죠.
그 살은 너무 부드러워서,
바람만 스쳐도 “아야…” 하고 움찔했어요.

그래서 조심이는
언제나 껍질을 꼭 닫고 있었어요.
누가 다가오면 “쏙—” 하고 숨어버리곤 했죠.

하지만 어느 날,
쉼이네 숨숨카페에서 감쟈를 만났어요.

감쟈는 커피잔을 두 손으로 따스히 감싸 쥐고
말없이 조심이 옆자리에, 조용히 앉았어요.
그리고 아주 부드럽게 말했죠.

“괜찮아. 나는 기다릴 수 있어.”


그 말이 참 이상했어요.
조심이는 지금껏
“괜찮잖아!” “나와 봐!”
그런 말들만 들었거든요.

그런데 감쟈는
조심이가 껍질을 닫은 채로 있어도
그냥 조용히 곁에 있었어요.

그날 밤,
조심이는 껍질 안에서 몰래 울었어요.
세상이 이렇게 부드럽게 닿을 수도 있구나ㅡ하고요.

그 뒤로, 조심이는 가끔 껍질을
살짝— 아주 살짝만 열어요.
햇살 한 줄기, 커피 냄새 한 조각,
그리고 다정한 목소리 하나쯤은 들어올 수 있을 만큼만.

완전히 열린 건 아니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어요.

그렇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조심이는 알게 되었어요.
세상이 전부 무서운 곳만은 아니라는 걸요.

어느 날,
조심이는 작은 숨을 쉬며 속삭였어요.

“나는 아직 조심스럽지만,
이제 내 껍질도 나의 집이야.”

그리고 껍질 사이로
금빛 햇살 한 줄기가 따스히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왔어요.
그건 눈부시지 않았고,
딱 조심이에게 어울릴 만큼의 따뜻함이었어요.


모든 마음엔 조심이가 산다.
닫혀 있는 껍질도,
사실은 살아 있는 마음의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