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싶은 걸 잊은 게 아니야. 지금은 그럴 여력이 없을 뿐이야.
항상 절에 오면 나는 기념품 가게에 들러 기념품을 하나씩 사다 모으곤 했다. 이걸 사면, 이런 소원이 이뤄질 것 같고, 저걸 사면 또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 근데, 무엇을 둘러봐도 한참을 봐도 가지고 싶은 게 없었다. 그때 태어난 아이가 '숨남이'이다.
숨남이는 몸은 반투명한 안개빛에 흐르듯 부유한다. 언제든 사라질 듯 희미해 보이기도 한다. 눈에 초점은 없지만, 그 안에 잊히지 않는 기억의 불빛이 아주 작게 반짝인다.
빰에는 작은 금이 가 있다. 예전에 무언가를 꼭 쥐고 있었지만, 너무 세게 쥐다가 부서져버린 자리다.
손은 늘 반쯤 말아 쥐고 있다.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지만, 아주 옛날엔 무언가 꼭 쥐고 있었던 기억이 남아 있어서인가보다.
숨남이는 욕망을 숨겨둔 아이다. '갖고 싶다'는 말을 할 때마다 누군가 떠나가거나 부서진 기억이 있다.
그래서 지금은 조용히 숨만 쉬는 훈련을 하고 있다. "나는 지금 그냥 존재하는 걸로도 충분하다..."라고 스스로에게 속삭이듯 말하면서.
겉보기엔 무감각해 보이지만, 사실 감정이 아주 섬세하게 살아 있는 아이다. 다만, 너무 지쳐서 그걸 스스로 꺼내 쓰지 않을 뿐이다.
숨남이의 방
어두운 나무 바닥 위에 묵직한 이불이 깔려 있다. 천장에는 아주 희미한 숨결 같은 조명이 천천히 깜빡인다.
벽에는 예전에 갖고 싶어 했던 것들이 그림자처럼 스며든 흔적들로 남아 있다.
창밖에는 별 하나 없이 고요한 안개 숲이 있고, 그 속에서 누가 다가오면 숨남이는 조용히 말한다.
"지금은 그냥 같이 있어줘. 말도 위로도 필요 없어.
그저,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믿어줘."라고
숨남이는 내 마음 안에서 욕망을 쉬게 해주는 감정이다. 또다시 가지면 부서져버릴까 두려워서 가지지 않는 욕망과는 다르다.
숨남이는 사람들이 자꾸
"앞으로 뭘 하고 싶어?"
"무슨 꿈이 있어?"
"뭘 가지고 싶어?"라 물을 때마다,
조용히 속삭인다.
"지금은 그냥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히 기특한 일이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