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런데, 저는 왜 없어요?”
“없긴 왜 없어. 쿠나는 엄마 배 속에 있었지.”
쿠나야, 사진첩 볼 때면 네가 항상 궁금해했던 엄마 아빠의 백두산 여행에 대해 이야기해주려고 해. 그래, 학교에서 배운 애국가 속에 등장하는 그 백두산 맞아.
그때는 2016년 2월 겨울이었어. 네가 엄마에게 온 지 거의 5개월이 다 되어가던 때였지. 외할머니와 큰이모할머니, 그리고 엄마와 아빠 이렇게 네 명이 그 겨울 백두산 여행을 떠났단다. 아, 뱃속의 쿠나까지 다섯으로 정정할게.
중국 심양으로 들어가서 단동, 집안, 송강하를 거쳐 백두산 북쪽으로 천지를 향해 올라갔어. 우리나라 산인데 왜 중국으로 갔느냐고? 현재 우린 남한과 북한으로 나뉜채 서로 오갈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린 것 알고 있지? 그래서 백두산으로 가는 길은 중국 땅으로 가야만 한단다. 백두산이 북한과 중국 경계에 우뚝 솟아올라 있거든.
한여름에도 만년설이 남아 있을 정도라고 하니, 겨울엔 그 추위가 얼마나 혹독할까. 감히 짐작이 어려웠지. 껴입을 수 있는 만큼 몽땅 껴입으라는 아빠의 말에 엄마는 거의 눈사람처럼 뚱뚱해져 버렸었단다. 사실 아빠가 엄마에게 백두산 여행을 가자고 했을 때 쿠나가 걱정되는 마음에 좀 주저했었어. 그때 아빠가 백두산을 걸어서 올라갈 필요가 없다는 말로 엄마를 꼬셨단다. 백두산 천지까지 편안히 데려다 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를 쳤지.
그런데 말이야. 정말로 엄마는 얼마 걷지 않고 천지로 ‘배달’이 되었단다. 온통 눈으로 뒤덮인 백두산 입구에서 온천지대까지는 스노모빌을 타고 날 듯이 달려가는데 정말 얼마나 신이 났었는지 몰라.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뒤따라 스노모빌을 타고 오던 외할머니와 이모할머니가 처음 경험해본 스노모빌 속도와 승차감에 난리가 났었다는 거지. “아이고! 애 떨어지겠네! 큰일났네! 아이고!” 덜컹덜컹하다가 우리 쿠나 떨어질까봐 할머니들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하셨다네?
온천지대 구경을 하고 천지로 가는 길엔 작은 지프차를 태워주더구나. 온통 하얗게 눈으로 덮힌 것도 모자라 계속 눈이 내리는 그 길을, 그것도 가드레일도 없는 꼬불꼬불 산길을 한참을 차를 타고 달려 정상에 도착했지. 그땐 정말로 엄마도 겁이 많이 나더라고. 차가 미끄러지거나 떨어지면 어쩌나 하고 말이야.
그렇게 도착한 북파 정상에서 바라본 천지는 깊고, 매서웠단다. 눈바람이 휘몰아쳐 깊이를 알 수 없어 더 깊게 느껴졌고, 체감 영하 30도의 추위는 겨우 눈만 내놓은 얼굴인데도 그 모든 것을 얼려버렸단다. 산장에서 천지까지 겨우 200미터를 걷는 동안, 아니 그 순간 속눈썹, 콧털, 콧물, 눈물까지도 모두 얼어 붙어버리더라고. 엄마 생애 첫 백두산 정상을 밟은 성취감과 먼 길로 돌아온 감회에 젖어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단다. 얼른 천지라고 적혀진 비석에서 사진을 남겼어.
백두산이란 이름은 하얀 머리가 있는 산이라는 뜻이래. 산머리가 1년 중 8개월이나 눈으로 덮여있을 정도로 높은 산이라서 그런가 봐. 백두산은 네가 좋아하는 화산이기도 하단다. 화산에는 뜨거운 온천수가 흐르는 걸 지난 일본 여행에서 보았지? 그렇다면 엄마는 그 온천수가 흐르는 백두산에서 무엇을 먹고 왔을까? 그렇지. 엄마는 뜨거운 온천물에 삶아진 계란을 먹고 왔지. 게다가 거기에서 '신라면'도 팔고 있지 않겠어? 그 추운 곳에서 뜨겁고 매콤한 신라면과 온천계란을 함께 먹는 호사를 누렸단다. 얼마나 맛있었는지는 말로는 표현을 못해. 아 못해. 앗 그때 쿠나도 조금 맛은 봤겠구나?!
그 여행 이후로 엄마와 아빠는 쿠나를 두고 하는 우스개소리가 하나 생겼단다.
“역시 쿠나가 백두산 정기를 받고 태어나 이렇게 훌륭하다니까!”
그때 쿠나를 품고 백두산을 오르기까지 했던 걱정들이 이제는 자랑으로 남아 엄마를 뿌듯하게 한단다.
그래서 말인데,
“조쿠나! 우리 백두산 같이 올라가지 않을래?
이왕이면 그때처럼 온통 하얀 백두산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