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_자유공원이 맺어준 인연

by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자유공원이란 ‘마음을 뺏긴 곳’으로 그 역사가 시작된다. 약 10년 전쯤이었다. 딱 한 번 만난 소개팅남과 자유공원에서 두 번째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사실 속으로는 이 남자 한 번만 더 만나고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온 참이기도 했다. 계양구에서 자란 나는 동인천 쪽에는 와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나의 자유공원에 대한 첫인상은 좀 ‘구수하다’였다. 공원을 걸을 생각에 첫 만남과는 다르게 청바지에 편한 신발을 신고 갔었다. 데이트가 아니라 정말 여행을 나선 듯한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유공원에 도착하니 이미 공영주차장은 만차였고, 주차 자리가 마땅치 않아 언덕길에 주차를 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초보운전 2년 차에 그 남자의 수신호와 조언을 받아 가며 겨우 주차를 마쳤다. ‘이 사람 생각보다 자상한걸?’

본격적으로 자유공원에 들어서고 보니, 제일 먼저 만난 건 맥아더 장군. 인천상륙작전의 공을 인정받아 인천 앞바다를 쳐다보며 서 있게 됐다는 동상이 솔직히 좀 낯설었다. 이 남자는 동상을 세우던 당시에 얽힌 이야기며 동상과 관련해 현재도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고 열심이었다. 맥아더를 지나 광장으로 나와보니 바닷가가 내려다보였다. 그때 이미 난 도심에서 멀찍이 떠나온 사람 같았고 여행지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설렘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함께 있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설렘 같기도 했다. 그가 바다를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멋진 정자가 있다며 데리고 갔던 곳은 ‘석정루’였다. 그는 그곳에 오르더니, 석정루 현판부터 개항장에 얽힌 이야기들을 재밌게 풀어냈다. 지금 돌이켜보면 한문도 역사도 그 남자 전공이니 해박한 지식을 원 없이 뽐내느라 신날 수밖에 없었을 테다. 그런 줄도 모르고 집에서 나올 때의 나의 예상 시나리오는 급격히 방향을 잃기 시작했다. ‘자상한 남자가 똑똑하기까지 하네?’

가벼운 산책과 더불어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저녁 식사는 계획에 없었지만 어느샌가 마음이 동했던 나는 결국 저녁도 함께 먹었다. 그리고 그와는 여전히 언제든 식사를 함께(해야)하는 사이가 되었다. 볶음밥이 일품인 그 중국집에 이젠 둘이 아닌 셋이 간다. 아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여행지가 주는 낯섦과 설렘은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우리는 기꺼이 흔들리기 위해서 일상으로부터 떠나는 것일 테다. 마음이 흔들리는 곳으로 누구와 함께 갈 것인가? 그 흔들린 마음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오래도록 간직할 것인가? 여행이 주는 기분 좋은 질문이며 또 여행을 다시 시작하게 하는 힘인 것 같다.

멀리 가지 않아도 좋다. 일상에서 벗어나면 어디든 여행지가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자유공원은 우리 가족에게 언제든 꺼내먹을 수 있는 꿀단지 같은 여행지다. 그 언젠가 보물 찾기를 해볼까나, 한 번에 하나씩 우리의 추억을 묻어두고 온다.

왜 하필 자유공원이었을까? 만약 그날 우리가 자유공원에서 만나지 않았더라면?

작가의 이전글3_쿠나에게 보내는 하얀색 프로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