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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제없는 스튜디오 Oct 04. 2023

지금까지 이런 테스트는 없었다

[뒷이야기] 빙수가게QBTI, 청소년을 위한 성적지향 가이드 만들기

2021년 9월 11일 팝업 오픈: 이틀 만에 15,000 빙수 완판. 

2022년 7월 9일 팝업 2차 오픈: 3일이 채 못 가 25,000개 빙수 완판.

2023년..?


트위터에 오픈했던 이 전설적인(?) 빙수가게 아시는 분 있나요? 

빙수 맛집 QBTI 1호점 by  ⌜문제없는스튜디오⌟

바로, 빙수맛집 QBTI 1호점입니다!

손님(테스트 참여자)의 성정체성 관련한 고민과 답변을 토대로 빙수를 추천해주는 테스트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많은 분들께 일명, 빙수테스트라고 불렸습니다. 빙수가게의 시작과 그 뒷이야기를 QBTI 창업자(?)인 문제없는스튜디오 민우, 오리, 징타가 나누었습니다.


*[재오픈] 빙수테스트 QBTI 10월 26일까지 이용 가능합니다. 안 해보신 분들은 지금 바로? 마감됐습니다 (QBTI로 가기)



#1. 빙수계의 이단아 - QBTI 1호점 창시자들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오리    안녕하세요 오리예요. 2021년에 청소년 에디터로서 문제없는스튜디오 인스타그램을 기획하고 런칭했어요.

민우    민우입니다. 전 책 만드는 사람이고, 디자이너기도 해요. 21년에 오리와 함께 활동했어요.

빙수테스트 QBTI의 친절한 점원 빙수봇 빙빙


Q. 요즘 어떻게 지냈어요?

오리    비청소년이 된 지도 벌써 3년차예요. 저에겐 '청소년'이라는 정체성이 중요했었는데, 많이 흐려졌어요. 법적으로 만 24세까지가 청소년이지만, 성년을 기준으로 청소년기의 경험은 정말 다르구나 체감하고 있어요. 

민우    전 이제 만 24세 넘었어요 (오리 웃음) 왜 웃어요?

오리    울면서 말할 건 아니니까요.

민우    (새침) 그건 그렇다

오리    민우도 소개해봐요.

민우    아 몰라요.. 문스 끝나고 군대 갔다가 여행 갔다가. 요즘은 학교 다녀요. 이것저것 하고, 공부하고 있다...

징타    (?) 민우 왜 부끄러워해요?

민우    아니.. 제가 뭐 한 게 없어요, 소개할만큼. 저 그냥 책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해주세요. 아 최근에 철학 수업을 들었는데 머리가 너무 아팠어요. 제가 은근 학구적인 사람이거든요.

오리/징타    ... !



#2. 빙수가게의 시작 - '청소년을 위한 성적지향 가이드 만들기'


Q. 벌써 1년 9개월 전이네요.. 빙수테스트 어떻게 시작되었죠?

민우    재밌는 걸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시작부터 문스의 정체성을 딱 드러낼 재밌는 거 해보자고 말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아이디어 중 하나가 청소년 대상 성정체성 가이드였죠.

징타    그게 문스가 유튜브 채널도 없던 시절, 청소년 에디터가 주신 아이디어였는데요. 언젠가 만들어야지 하고 머릿속 한구석에 두었는데요. 두 분을 만나 '아 이 사람들이랑 해야지' 했었나봐요. 

오리    처음 시작은 이미지 카드뉴스를 만들어볼까였죠.

민우    성정체성을 도감으로 표현한 사이트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는데요. [1] 에 관해 원래 관심이 많은 사람들 말고도, 잘 모르는 비퀴어 청소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걸로 만들자고요. 청소년들은 성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렵잖아요? 무조건 예쁘고 맛있는 디저트로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했죠.

오리    그때 쓴 기획서를 다시 읽어보니, 당시에 이런 생각을 했나 봐요. 자기 몸과 성에 대해 탐색할 권리는 모두가 누려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는 청소년은 무성적 존재라는 시각과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할 수 없다는 시각이 만연한 것 같아요. 학내 성교육은 턱없이 부족한데 성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할 청소년을 위한 최소한의 정제된 정보 제공이나, 자신의 성에 대해 탐색할 기회도 없고요. 온라인에서 비뚤어진 성이미지를 접하고 사실로 알거나, 최소한도 모른 채로 성년이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문스는 청소년의 이야기를 하는 곳이니까, 청소년 독자들과 성을 탐색해보는 즐거움을 함께 누려보고 싶었어요.

민우    처음엔 상징 디저트로 케이크 같은 걸 고민했는데요. 뭔가 빙수가 한국적인 이미지랄까? 성 관련 정보들의 출처가 해외가 많다보니, 우리만의 느낌으로 다르고 싶었어요. 마침 제작하던 시점이 여름이었고 고민하면 할수록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 빙수의 특성과 얼음이나 토핑 등 요소들이 여러 정보를 표현하기 좋겠더라고요.

오리    그동안 정보들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다만, 처음 접할 사람들을 고려하면 한눈에 거부감없이 이해할 수 있을만큼 친절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성은 어렵고 복잡하다는 첫 장벽을 낮추고 싶었어요. 저희는 누구나 이미지로 정보를 접하는 인스타그램이란 채널에 최적화된 형식으로, 성정체성을 글자로 줄줄이 나열하는 게 아니라 헷갈릴 수 있는 지점을 정리하려고 노력했어요.

민우    다른 분이 작업한 도감이 있는데, 그걸 그냥 빙수로 치환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 않냐고 얘기를 하다보니, 청소년들이 쉽고 재밌게 받아들이는 게 중요해졌죠. 빙수들을 디테일하게 보면, 시각적으로 그릇 모양을 다르게 한다던가 한눈에 왠지 묶이는 느낌이 들도록 고민했어요.

오리    빙수도감이 궁금한 분들은 문제없는스튜디오 인스타그램(@noprobstudio)를 찾아주세요. [2]

문제없는 성적지향 가이드 14개의 빙수의 영롱한 이미지 (디자인 by 민우)



#3. 빙수 메뉴 개발 - 세상의 모든 성적 지향을 빙수로 만들 순 없어서..


Q. 빙수 메뉴는 어떻게 정했어요?

오리    '성적지향(sexual orientation)'을 중심으로 가이드를 만들자'까지는 쉽게 정했는데, 몇 개의 빙수가 필요할지부터 머리가 아파졌죠. 선택지 가짓수를 임의로 정해야하니, 어떤 걸 보여주고 안 보여줄지 너무 부담되더라고요.

성정체성? 성, 성별정체성, 성적지향 (문스 인스타그램)

공통 기준은 비교적 내용이 풍부한 영어 자료로 1차 정리를 하고, 국내 자료에서 없는 정체성은 포함하지 않는다였어요. 일단 많은 사람들이 정체화하는 걸 중심으로 분류했다가, 소수 정체성을 임의로 배제하는 건가 싶어서 왔다 갔다 했었죠. 

민우    그때 저랑 오리랑 이건 넣어야 하지 않을까? 했던 게 달랐던 것 같아요. 이게 때론 겹치기도 하고, 추상적인 개념이니까 더 어렵더라고요. 너무 많지는 않아야 하는데, 그래도 넣어야 할 건 최대한 배제하지 말자를 기준으로 다양하게 넣자 했어요. 

징타     저는 조사하면서 성적 지향 안에서도 다양한 끌림을 세분화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었어요. 미적 끌림, 플라토닉 끌림.. 그 외에도 많더라고요.

오리    그렇죠. 어쨌든 이런 기획 자체가 처음이니까 비교적 많이 알려진 로맨틱 끌림과 성적(섹슈얼) 끌림을 중심으로 다루되, 사회가 바라보는 청소년들은 성적으로 순수해야한다는 강박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으로, 빙수는 성적(섹슈얼) 끌림을 토대로 만들자고 결정했었어요.

민우     메뉴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정말 정말 힘들었어요. 빙수 개수가 계속 늘어났으니까요. 무한정 늘릴 수도 없잖아요. 그 세상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빙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미지의 빙수'를 포함한 14개의 빙수로 정해졌어요.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을 마술상자처럼 표현한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는데, 다른 빙수에 비해 화려하지 않아선지 미지의 빙수를 받으신 분들의 반응은 예상보단 별로였어요.

빙수도감 9p. (문제없는스튜디오 인스타그램)

징타    희소한 빙수라는 점 때문에 이스터에그처럼 좋아해주실 줄 알았는데.. 예상 못 했죠. 21년 첫 오픈 때 아쉽다는 의견을 반영해, 22년 빙수 키링 이벤트를 하면서 미지의 빙수를 다양한 색의 스펙트럼을 표현한 빙수로 바꾸었어요.

오리    기획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자기 성정체성을 어떤 방식으로 말하는지 찾아보자고 하면서, 메뉴에 플렉시블* 빙수를 넣을지 고민했던 기억도 나요. 트위터에서 #퀴친소를 찾아보면 본인을 -섹슈얼이 아닌, -플렉시블로 정체화하는 분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섹슈얼보다, -플렉시블이 메뉴에 더 필요할까?'하는 질문이 회의에서 나왔었죠. [3]


*플렉시블(-flexible): 대체로 특정 성별에 끌림을 경험. 문스 빙수 메뉴에는 슈팅스타빙수(호모플렉시블), 블랙레몬빙수(헤테로플렉시블)가 포함되었습니다.

징타    하긴 듣고보니 '-플렉시블 메뉴는 어떻게 하면 나와요?' 하고 물어보셨던 분들이 제법 있었네요. 

오리    저희가 최종 메뉴를 추천하긴 하지만, 가령 바이섹슈얼 빙수가 나와도 헤테로플렉시블이거나, 호모플렉시블일 수 있습니다는 식의 선택지를 특정 메뉴에는 넣는 게 좋을지, 하나의 단독메뉴로 만들어야 할지/말지를 고민했었네요.


Q. 빙수 이미지는 어떻게 정해졌나요

징타    테스트가 인기를 끌면서 반응들 중에서는, 빙수가 예쁘다는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트위터나 댓글에서도 빙수 디자인에 대한 평이 좋았고, 테스트 안에 자유 의견 남기는 곳에는 장문의 감동을 적어주신 분들도 꽤 있었다죠? ㅎㅎ

민우    정말.. 감사하죠. 예쁘게 작업한 건 뽀록이 있는 것 같고요 ㅎㅎ 누군가의 섹슈얼리티를 어떤 오브제로 표현할거냐에 대해 디자이너로서 제게 중요한 건 봤을 때 예쁘고 저장하고 싶다는 느낌을 주는 거였어요. 이런 프로젝트에서 창작자의 역할은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한테 프라이드를 만들어주는게 아닐까' 하고 진지하게 임했던 것 같아요. 또 청소년들끼리 공유할 수 있을 만한 문스만의 무엇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로 디자인적인 고민을 많이 했죠. 빙수 하나만 봤을 때 이쁜 게 아니라, 다른 빙수들이나 요소들과 같이 놓였을 때도 이뻐야 한다는 고려도 있었고요.

빙수가 누군가의 프라이드가 될 수 있을까?

사실 플래그 색이 심미적으로는 진짜 애매한 게 많거든요. 색은 같은데 플래그 안에서 비율 차이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고요. 실제 플래그와 싱크로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예쁘게 보이도록 노력했어요.

오리    맞아요. 민우가 못생긴 플래그들 때문에 힘들다고 ㅎㅎ

민우    앞으로 새로운 성정체성이 생긴다면 디자이너 협회 같은 곳에 의뢰해서 좀 잘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돌 풍선도 안 겹치는데... (ㅎㅎㅎㅎㅎ) 사실 플래그의 규칙성을 찾기 어려워서 힘들었던 것도 있어서 얘기해봤어요.

어쨌든 다양한 성적지향을 상징하는 플래그들이 실제 쓰이고 있고 색을 임의로 바꿀 수 없어서, 빙수로 구현했을 때는 그 색에 맞는 토핑들을 넣기로 정했어요. 그렇다보니 청포도 빙수나 오레오 빙수처럼 플래그와 재료 사이 색 외에 상관관계가 없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래도 괜찮을까'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플래그의 색만을 반영한 게 아니라 빙수그릇 모양으로 묶일 수 있는 지향들을 비슷하게 표현했어요. 그래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받아들일 정보량을 줄어들겠다 싶었거든요.

오리    빙수테스트에서는 얼음은 성별, 시럽은 로맨틱 끌림, 토핑은 섹슈얼(성적) 끌림으로 나누어 질문이 구성됐고요. 빙수의 색이 섹슈얼 끌림을 반영하는 식이었어요.

민우    플래그 정보도 출처에 따라 너무 달랐는데요. 웹에서 각종 위키들의 플래그들을 참고하되, 불명확한 것들은 여러 가지 중 색이 예쁜 걸 참고해 썼어요. 작업하면서 이런 정보들이 정말 중요하구나 했어요. 나의 다름을 표현하는 플래그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을 받을 사람들이 있을 거니까요.



#4. 빙수가게 오픈 - 당신만의 끌림빙수를 테스트로 추천해드립니다


Q. 어쩌다 빙수도감을 테스트로 만들게 되었나요?

오리    당시 MBTI 테스트 대유행의 시기여서, 'Q'BTI가 아이디어로 나왔는데.. 급 징타가 테스트로 만들 수 있는 툴을 찾았다고, 기술적으로 구현은 자기가 할 테니 테스트를 함께 만들자고 했었죠. 

징타    왠지 금방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말이죠.. 쉽지 않았어요 ㅎㅎ;;

오리    처음 생각보다 고려할 게 정말 많아서. 작업 과정에선 많이 무거워졌죠.

민우    골치 아파지고 난리 났었죠 ㅎㅎ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빙수 메뉴 추천 시스템


Q. 성적지향을 테스트로 만드는 과정이 어렵진 않았나요?

오리    테스트라는 형식을 선택하고서 고민거리가 정말 많았어요. 성적지향은 경계가 분명하게 구분되는 게 아닌데, 테스트는 특성상 명확한 결과가 나오잖아요. 그 자체가 큰 부담이었거든요. 한 분 한 분 자기에 맞는 빙수를 선물드리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본인이 생각지 않는 메뉴가 나왔을 때 그 경험이 유쾌하지 않으면 어쩌지 고민됐어요.

징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래요?

오리    예를 들어, 바이로맨틱과 무로맨틱 중간 어딘가에 있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면요. 응답에 따라 빙수를 받다 보니, 선택 결과는 바이로맨틱에 가까워도 스스로는 무로맨틱에 가깝게 정체화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잖아요. 받아본 빙수가 자신이 정체화하고있는 정체성이 아닐 때 유쾌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민우    근데 (성적 지향을) 고정했던 분들도 내 원래 생각과 다른 메뉴가 나오면 내가 다른 지향일 수도 있나 새로 상상해보는 즐거움도 있지 않을까 하고 얘기했었어요.

오리    아, 맞아요. 그때 제가 테스트를 해봤을 때, 에이섹슈얼(블루베리빙수)이 나왔는데요. 그전엔 제가 에이섹슈얼일 수 있다고 생각을 못 했었거든요. '진짜 생각과 다르게 나올 수도 있네!'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민우    나중에 생각한 거지만, 빙수 추천 결과를 받기 전에 본인이 생각한 자신의 성적 지향이 뭐냐는 질문을 넣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오리    그래서 마지막 결과 페이지 전에 주문 최종확인서를 보여드리고, 바꾸고 싶지 않냐는 질문을 넣었던 것도 이유였죠! 빙수 추천 결과 설명에도 '언제든 다른 빙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재정체화), 빙수 선택을 안 할 수도 있다(정체화 거부) 문구를 고민해서 넣었던 것 같아요. (*아래 결과창 이미지 참조)

징타    좋게 정리해본다면.. ㅎㅎ 처음 해본 분들이나 정체화 중인 분들께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즐거움, 정체화를 한 분들께는 자신의 성적 지향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기획이길 바랐다.. 고 말할 수 있겠네요!

QBTI 대표 빙수 "솜사탕빙수-퀘스처너리" 결과 창


Q. 제작과정에 관해 얘기하고 싶은 게 있다면?

오리    '한국다양성연구소' 지하크 님도 정말 큰 도움을 주셨어요. 고려할 게 너무 많다보니 자문을 의뢰하면서 '어떤 성적지향을 도감화할 지도 명쾌해지고 걸리는 의문들도 사라지겠지?'하고 기대했었는데요. 하지만 그건 누구라도 어려운 일이란 걸 알게 되었죠. 하지만 그 고민을 함께 해주시고, 몇 번에 걸친 질문에도 적절한 가이드를 주신 덕분에 길을 잃지 않고 좋은 콘텐츠라고 자부할 만한 무언가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빙수 테스트 중 '끌림의 빈도' 관련 질문

징타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 다시 전하고 싶습니다. 테스트 관련해 피드백들도 참 다양했었는데, 혹시 기억나는 것 있어요? 

오리    적은 수였지만, 끌림을 표현하는 수치 선택지를 더 세세하게 요청해주신 분들이 있었어요. (➡️빙수테스트는 끌림의 강도와 빈도를 7개 선택지로 물음. 0~5, 잘 모름) 현실적으로 끌림의 강도와 빈도를 숫자 외의 요소로 디테일하게 다룰 수는 없었는데요. 이게 무성애 스펙트럼의 시선으로 봤을 때, 숫자 외에 더 많은 디테일이 필요한 게 아니냐고 반문하면 사실 그 말이 맞긴 하죠.

징타    어쨌든 테스트라는 형식이 전달하는 현실적인 한계를 준 건 분명하고, 참여자 입장에서는 저희가 가능한 영역과 아닌 영역을 가늠하시긴 힘드실 테니까요. 대신 무성애 스펙트럼은 더 가시화를 할 필요가 있다는 관점에서 최종 데이터를 기준으로 메뉴 추천을 할 때, 에이나 그레이의 비율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두었어요. 

청소년퀴어연애사 시리즈 (문제없는스튜디오 유튜브)

문제없는스튜디오의 ⌜청소년퀴어연애사⌟(2020)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에이(asexual)나 그레이로맨틱(grayromantic)으로 정체화하는 청소년 퀴어분으로부터 들었던 얘기들도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민우    아까 얘기했지만 성적지향은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연속선상(스펙트럼)에 있는데, 결과를 하나하나 수치화할 수밖에 없는 건 이런 콘텐츠의 의미와 별개로 아쉽긴했죠. 이건 엄청난 코딩능력이나 기술이 필요한 거겠지만.. 예를 들어 얼음을 선택하고 그 위에 내가 원하는 재료를 하나하나 선택하며 자기만의 빙수를 만드는 과정을 이미지로 구현할 수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것 같아요. 가능한 영역인지는 모르겠지만요!



#5. 빙수가게 모토 - 누구나 시작은 퀴어가 아닐까? 


징타   그럼에도 테스트를 포기할 수 없었던 건 '스스로의 성정체성을 탐구하는 과정 자체'를 가시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문제없는스튜디오⌟의 주독자는 10대 청소년들이잖아요. 우리끼리 '10대에 성정체성에 대해 한 번도 고민해보지 못하는 건 정말 아쉬운 일이고, 꼭 이런 청소년들에게 전해야 해'라는 합의가 있어서, 접근성이 좋은 테스트를 끝까지 고집했던 것 같아요.

오리    맞아요. 그래서 성정체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독자들도 이 테스트에 접근하게 하려면 어려운 단어들을 어떻게든 쉽게 번역하거나 풀어 전해야 한다는 얘기도 시작했었죠.

징타    '내가 누구에게 어떻게 끌리는지' 탐색해보는 즐거움을 디저트 맛집에서 메뉴를 골라가는 재미로 구현한 아이디어는 정말 멋졌다고 생각해요.

오리    사람들이 테스트하고 빙수결과를 많이 공유해주셨는데요. 성적지향이란 주제로 입장이나 논문 같은 진지한 톤으로만이 아니라, 말랑말랑한 이미지들이 평범하게 껴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어요. 뭔가 이런 얘기를 기를 쓰고 근거를 잔뜩 들지 않아도 '가볍게 얘기해, 틀려도 괜찮아'라고 하는 것 같아서요. 물론 저희가 작은 프로젝트 그룹이고 자원도 없다 보니 빙수를 짧게 열고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게 무척 아쉽지만, 이만큼 한 것도 굉장히 잘한 거다라는 만족감이 저에게는 있어요. 말하고 보니 자화자찬이네요 ㅎㅎ

민우    다음에는 게임으로 만들었음 좋겠어요, 빙수 만들기 게임. 슈의 라면집(플래시게임)처럼ㅎㅎㅎ

징타    그것도 재밌겠네요! 테스트도 힘들었지만 과연.. ㅋㅋ 오리 말대로 빙수들이 피드에 보이는 풍경이 저도 좋았어요. '빙수 잘 먹었습니다'라고 댓글이나 QBTI를 계기로 주변 친구들과 성정체성에 대해 진한 얘기를 나눴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면, 정말 뿌듯했죠.


Q. 빙수 테스트의 기획과정에서 염두에 두었던 건 무엇인가요?

오리    테스트와 직접 관련된 건 아닌데요. QBTI의 빙수메뉴나 추천과정에서 사용한 질문들이나 단어들을 써주시는 분들이 저희 채널 태그를 해주시길 바랐던 게 있었는데요. 콘텐츠 반응에 대비해서는 적었던 게 아쉬웠어요. 공유하면서 같은 빙수가 아니어도 이런 성정체성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온라인 기반의 네트워킹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거든요. 한편으론, 주제가 주제인만큼 공유를 태그나 해시태그로 적극적으로 하기는 조심스러웠을 것 같아요. 어떤 방식으로든 나의 소수성을 드러내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희에게 피드백을 주고, 얘기를 나눠주신 분들께 더 고마운 것 같아요.

22년 빙수 이벤트 (문스 트위터 @noprobstudio)

징타    맞아요. 테스트의 반응을 설계했을 때, 온라인 내 이런 얘기를 나눌 커뮤니티가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어요. 당장 아이디어가 있는 건 아니지만, 문스를 통해서든 주변 분들끼리든 이런 이야기를 안전하게 이어나가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오리    저는 온라인에 어떤 커뮤니티를 만든다면, 소셜미디어 안에서 ⌜문제없는스튜디오⌟가 다루는 청소년 의제에 공감하는 독자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 2021년 당시에는 코로나가 한창인 시점이라, 온라인상의 네트워킹 기회가 당장 너무 소중하고 필요했었는데요. 그때 한참 트위터 해시태그를 타고 들어와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한) 아웃팅*으로 공격하는 사례들이 많아지던 시점이었어요. 결과적으로 해시태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않기로 했었어요.

*아웃팅(outing): 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대해 본인의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

징타    와.. 오리 정말 기억력이 좋네요.

오리    사실 오늘 인터뷰 전에 저희 제작하던 즈음의 일기를 읽어봤거든요. 이거 치팅이에요, 치팅 (ㅋㅋㅋㅋ) 어쨌든 우리가 다루는 주제는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반응을 느끼더라도 그걸 공개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적고, 제한되어있을 거니깐요. 앞으로도 문스가 만들 콘텐츠가 무엇이든 마냥 마냥 가볍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어려운 프로젝트를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6. 응원과 클레임 - 생각지 못했던 엄청난(?) 반응들 


Q. 여러 가지로 예상치 못한 많은 반응이었죠?

민우    그러게요. 이렇게 큰 반응은 예상 못했어요. 사실 이 테스트 3명이서 한 달 정도 들여 만든 건데, 엄청 큰 단체에서 만들었다고 생각해선지 날 선 반응도 있었어요.

오리    디자인 작업을 민우가 너무 고퀄리티로 만든 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 (ㅎㅎㅎ)

민우    그래요~ 제 잘못이에요~~

징타    잘못했네요 ㅎㅎ

민우    청소년들이 만들었을 거란 생각은 못 할 정도로 했으니까. 보기엔 무슨 빙수 대형 프랜차이즈, 어디 맛집 같았는데, 실제론 구멍가게에 가까운...

오리    문스의 모든 콘텐츠들이 그렇지만, 시작할 때는 '청소년' 미디어 그룹이라고 해서 덜 하거나 '청소년이 이정도면 잘 만들었네'로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성공했네요! 

징타    그러게요. 솔직히 반응도 이정도로 핫할 줄 몰랐죠. 물론 우리끼린 고생했으니까 잘돼라는 바람으로 했었는데. 그만큼 잘 만들었다고 봐주셨다 생각하면 기쁘기도 하고, 복잡한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오리    빙수 테스트를 하는 모두가 자기 성적지향을 모르는 게 아니라, 다양한 퀴어 당사자 분들도 있으실 거잖아요. '나의 성적 지향이 어떻게 다루어졌을까'라는 시선에서 확인하고 싶은 분들도 많았을 것 같아요. 근데 내 정체성이 부족하게 다루어졌다고 느낀다면 기분이 나쁘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징타    사실 저는 퀴어 당사자 분들에게도 '긍정적인 성정체성 탐색의 (첫)경험 만들기'라는 관점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라는 메시지가 잘 전달된다면 부족한 점은 부족한 대로 받아주시고 개선 의견도 주시지 않을까 했었는데요. 실제로 그런 반응을 해주신 분들도 있으셨고, 아닌 분들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성정체성 탐색 경험의 가시화'를 퀴어 내에서도 의견이 갈릴 수 있는 언어들을 활용해 전한다는 리스크를 안고서도 청소년들을 위해 필요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성적 지향을 표현하는 토핑들



Q. '로맨틱 끌림'의 사용과 번역 관련해 여러 의견들이 있으셨었는데?

오리    로맨틱 끌림은 외국책 번역서나 믿을만한 자료들을 출처로 단어를 사용했었는데요. 성적 끌림과 함께 비교적 많이 사용하는 성적 지향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로맨틱 끌림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지적을 하신 분도 있었어요.

민우    저희끼리 Romantic Orientation의 'Romantic' 단어 번역을 연애적, 감정적, 연정적, 정서적, 낭만적 등등 여러 단어 중에 고민하다가 상대에게 성적인 욕구를 느끼는 '성적 끌림(sexual Orientation)'과 구분되면서 쉽게 다가가려는 의도대로 이해가 쉬운 '감정적'을 선택해 최초 버전에 반영했었는데요. 이게 끌림이 적은 사람들은 감정이 없다는 뜻이냐며 오해를 사 비판적인 피드백을 받았었어요.

오리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분들 사이에서 제법 크게 이슈가 되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징타    부가 설명을 하면요. '연정적'이라는 단어가 비교적 적확하다는 의견을 받았었는데, 번역해도 사전을 찾아야 할 것 같은 느낌에 번역하는 의미가 없겠더라고요. 영단어사전 그대로 낭만적 끌림으로 번역할 수도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선 '낭만'이 Romantic의 일대일 번역어 라기엔 넓고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니까, 주독자로 설정한 비퀴어 청소년들이 낭만적 끌림을 솔직하게 낮거나 높게 선택하지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비교적 중립적인 단어로 '감정적'을 선택해 번역했고, 이게 트위터 상에서 이슈가 됐죠. 감정의 적고 많음이 아니라 '감정적인 끌림'의 빈도와 강도로 생각했던 건데, 참여자 입장에서 비판 주신 대로 받아들일 여지도 충분했기 때문에 인지하고서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로 반영했는데요. 트위터를 통해 관련 얘기가 여러 방식과 언어로 퍼져나가 적지 않은 분들의 기분을 상하게 했던 건 사실이지요.

이렇게 복잡한 주문서 보신 적 있으신가요? ㅎㅎ

오리    퀴어 내에서 가시화가 많이 되는 건 게이나 레즈비언이잖아요. 물론 퀴어퍼레이드를 통해 드랙이나 트랜스젠더 분들도 많이 알려졌지만요. 근데 퀴어 내에서 어떤 이슈가 있을 때, 에이섹슈얼을 비롯한 무성애 스펙트럼에 대한 얘기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어요. 다른 행사나 프로그램에서도 무성애를 잘 가시화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자주 있어온 것으로 알고 있고요. 아까 말했지만 저는 이 테스트를 통해 무성애가 나오고선 '아 내가 무성애일 가능성은 생각 안 해봤네?'라는 고민으로 이어졌지만, 무성애스펙트럼으로 정체화한 분의 입장에서 유성애스펙트럼에 있는 빙수메뉴가 나왔을 때 '나의 정체성은 무시되는구나'싶어 속상한 경험일 것 같아요.

징타    어쩌면 저희가 찾은 정보들도 유성애 중심적이라는 현실의 한계를 반영하고 있어 무성애 담론을 표현할만한 단어들이 부족한 걸 인지하지 못한 채 준비했던 게 아닐까 싶네요.

민우    감정적 끌림이 플라토닉 끌림으로 오해될 여지가 있다는 피드백도 기억나요. 그렇게 생각하면, 각자의 성정체성에 따라 '로맨틱 끌림'에 대한 해석도 다를 수 있겠더라고요. 

징타    아 그런 얘기를 실제 DM으로 주신 분도 있었어요. 그 외에도 피드백을 정말 많이 주셨는데, 이미 길어진 인터뷰를 생각해 별도로(아래 주석[4] 참조)를 통해 공유할게요.


Q.  열심히 애쓴 건 사실이잖아요 ㅎㅎ 속상하진 않았어요?

오리    그래서 어떤 단어로 번역하는 게 좋았을까 저는 잘 모르겠어요. 번역하려는 시도 자체가 의미없다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징타    퀴어 문화를 잘 알려보자는 관점에서 함께 고쳐나가는 제안을 주셨어도 의미 있었을 텐데 문제제기의 방식으로 말을 걸어오신 점은 아쉬웠어요. 저희가 어떤 주장을 하거나 누군가를 배제하려고 콘텐츠를 만든 게 아니라는 건 충분히 인지하셨을 것 같거든요. QBTI의 목표는 테스트의 반응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경험을 계기로 비퀴어/예비퀴어 청소년들이 본인의 성정체성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길 바랐으니까요.

빙수도감 '나의 빙수는 무엇일까?' 카드뉴스 10p. (인스타그램 @noprobstudio)

오리    맞아요. 영어 단어들이 섞인 정보가 특히 비퀴어 청소년들에게는 외계어처럼 느껴질까봐 접근성을 최대한 고려하고 싶었는데, 실제 그 문화 안에서 고심해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분들에게 저희의 결정이 누가 된 건가 하는 부담감이 컸어요. 

징타    지금에서야 깨닫는 거지만, '(잘 모르는 비퀴어를 포함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빙수가게'라는 QBTI의 이상이 저희 규모와 여력을 고려하면 꽤나 높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이유로 기존 정보들의 영어 번역투를 여러 번에 걸쳐 풀어쓰고, '외래어는 한눈에 이해할만한 한글로 번역한다', '정의가 필요한 명사는 풀어쓴다'는 원칙을 세우고 집착했으니까요. 예를 들면, 성별정체성은 '내가 편하게 생각하는 나의 성별', 성적지향은 '누구에게 끌리나'라는 식으로요. [5] '나만의 끌림 빙수 찾기'라는 문장도 성적 지향은 뭐다 복잡한 설명 없이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문구라 마음에 들었거든요. 테스트 내 모든 표현이 100% 적확한 표현이냐고 물으시면 자신없지만,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테스트에 임할 수 있었다고 물으면 그건 자신 있어요. 

오리    전 다른 걸 떠나서 빙수테스트가 막 온라인 채널을 개설한 문제없는스튜디오가 '청소년의 시선과 위치에서 콘텐츠를 만든다'는 관점을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지 방향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문스가 사각지대에 있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저희가 미처 예상할 수 없는 어려움은 계속 생길 거예요. 누군가에겐 중요하고 사람들은 잘 모르는 소재를 온라인의 독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재밌게 만들기위한 고민을 이어가는 건 때로 주류의 언어로 뭉뚱그리는 거라는 지점에서 줄타기가 힘든 것 같아요.

징타    그러게요. 소수성이 있는 이슈를 누구나 접하게 한다는 전제 자체가 어떤 분들에게는 공격적일 수 있으니까요. 사실 해당 이슈의 당사자분들의 도움을 경유하지 않고서는 저희가 목표로 하는 청소년들에게 다다르기조차 힘든 건 사실이니까, 조금 더 여력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긴 해요.

민우    근데 생각보다 인기가 너무 많아서 ㅎㅎ 저희 1차 목표였던 청소년 독자들에게 우리가 바랐던 만큼 전달되었을까 하면 잘 모르겠네요. 콘텐츠에 관심을 많이 주신 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지만요.

징타    그래도 테스트 덕분에 친구들과 이런 얘기를 진하게 나눌 수 있는 얘기가 되었다며 즐거웠고 감사하다는 얘기를 남겨주신 분들이 있어서 참 고마웠어요. 우리가 의도했던 분들에게 의도한 바대로 가닿았다는 실감이 있었거든요. 재밌는 걸 해보자는 저희의 첫 시작을 실제로 구현한 장면들이니까요.

오리    어떻게 보면 지적을 받고 적절한 피드백으로 수용하고 또 그걸 고쳐나가는 과정도 되게 건강하지 않았나요? ㅎㅎ



#7. 빙수가게 재료 소진? - 우리도 계속하고 싶었어요


Q. 그래도 중요한 건, 우리가 얼만큼 만족했는지 아닐까요?

오리    전 만족해요. 저희가 만든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인용트윗이나 글로 눈에 많이 띄었고, 긍정적인 반응도 많았으니까요. 소재 특성상 비공개 계정에선 더 많은 반응이 있었던 것 같고요. 

민우    반응이 없는 것보단, 반응이 있는 게 좋죠 ㅎㅎ

오리    저는 트위터를 잘 안 쓰지만 나중에 검색했을 때 문제없는스튜디오로 검색하면 안 나오지만 빙수테스트 이런 식으로 검색했을 때 노출이 되더라고요. 신기했어요.

징타    다른 의미로 분발해야겠네요 ㅋㅋ

오리    재밌게 느낀 사람들도 분명 많았어요. 청소년의 성적지향이 무겁지 않게 말랑말랑 톡톡 튀고 재밌게 다뤄진 멋진 콘텐츠니까요!

민우    오리말 다 공감하고.. 이걸 우리가 만들었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분명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셨고, 그동안 이런 콘텐츠는 없었으니까요. 분명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참, 이거 몇 명이 참여했는지는 모르죠?

징타    잠깐만요. 검색 중.. 한 38,000명 정도(*재방문 포함) 참여하셨나요.

오리    와...

민우    이건 뭐 올림픽 경기장이네요~ (ㅎㅎㅎㅎ) 이게 1%의 사람에게 도움이 됐다고만 해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잖아요. 뿌듯하다!

QBTI 빙수봇 빙빙

징타   저희가 총 2번 열었는데, 재작년 9월 첫 오픈 때 15,000명 정도. 작년 여름에 퀴퍼 맞이 이벤트로 25,000명 정도 참여하셨어요. 두 번 다 3일도 안돼서 끝나버렸죠.

민우    대박이다 진짜.

오리    그러게요 정말.

민우    잘 되겠다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솔직히 이렇게 잘 될 줄 몰랐어요.

오리    원래 기획의도는 성정체성에 대해 관심 없는 청소년들도 가볍고 즐겁게 성정체성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거였는데.. 청소년 분들에게 얼마나 도달했을지 모르겠어요.

민우    너무 성공해 버렸어 ㅋㅋㅋㅋ

오리    그때 생각보다 너무 잘되어서, 징타가 그때 이틀도 안 되어서 벌써 요금제 다 썼는데 주말이라 고민하다 자기 카드로 결제하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ㅋㅋㅋ

징타    뭔가 그땐 처음이고 왠지 흐름은 끊기면 안 될 것 같고 마음이 급했어요. 저희 이후에 서울 퀴퍼 집행위가 만든 QBTI가 있었는데, 개인적인 의견으로 그것보단 훨~씬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ㅎㅎ

민우    리뉴얼해서 다시 열어요 ㅎㅎ

징타    이게.. 끌림 빙수 테스트를 타입폼(typeform)이란 온라인 설문폼 기능을 활용해 만들었는데요. 이거 구독료가 비싸서.. 25,000명 응답 기준 1달에 35만원이 필요하거든요. 문스처럼 영세한 곳은 계속 구매할 수가 없죠..

민우    스폰서를 받거나 광고를 받아야 하나? ㅎㅎ 아님 테스트를 하나 더 만들까요?
오리    그정도면 테스트 중독 아니에요? ㅋㅋ

징타    하긴 그때 저희가 성적 끌림, 로맨틱 끌림을 중심으로 만들었으니까. 나중엔 다른 끌림들로 만들어보자라는 얘기를 하긴 했었죠.

오리    아니면 성적 지향했으니까, 성별정체성 해도 좋을 것 같아요.

민우    아님 아예 다른 주제로. 뭐.. 예를 들면 탈가정을 주제로 해가지고. 당신은 몇 년 안에 탈가정을 해야할까.. (ㅋㅋㅋㅋ) 그 테스트를 해서 대답을 하면 당장 탈출하세요 부터 

오리    민우 진짜.. 논란 제조기인 것 같아요

민우    이렇게 자극적으로 해야 또 1년 버티고  (ㅋㅋㅋㅋ)

오리    이렇게 하면 문스 망할 것 같은데요? 그러다 누군가가 진짜 탈가정을 하면...

민우    그니까 문스로 오라고 (ㅎㅎㅎㅎ)

오리    그분 민우가 재워드려야해요 책임지세요 진짜

민우    어떻게 문스돈으로 침낭 같은 거라도...

징타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이라면.. 농담은 농담으로 받아주실 거라 믿고 넘어갑니다 ㅎ



#8. 마무리 - 우린 황무지를 개척하는 중


Q. 마무리를 해야하는데요. 문제없는 스튜디오에 대한 아무 얘기 해주실래요 ㅎㅎ

민우    아 저는.. 오랜만에 오리랑 징타랑 셋이서 줌 하니까. 딱 그때 코로나가 창궐하던 당시 문스 하던 생각도 많이 나고 추억여행을 하는 느낌이었고요. 변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오리    그쵸.. (웃음 터짐)

민우    뭘 이렇게 웃으세요?

오리    민우는 머리색도 변하고 많이 변했는데

민우    아니에요. 알맹이는 그대로예요. 그리고.. 아 오리 때문에 까먹었잖아요.

오리    하세요 ㅋㅋ

민우    무튼 재밌었고. 또 올해 문스랑 일을 하게 됐으니까 (문제없는스튜디오 디자인 작업중.. 커밍쑨) 앞으로도 이렇게 빙수 같은 콘텐츠 만들어서 오래가야죠 문스

징타    네... 올해 열심히 어떻게...

민우와 오리의 고민이 담긴 캐릭터들 @noprobstudio'

오리    저도 오랜만에 문스 작업들 얘기하니까 기억이 새록새록하면서 좋고, 근데 까먹은 것도 참 많더라고요.

문스의 정체성이랄까.. 얘기해보면요. 처음 인스타를 시작할 땐 '문스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뭐지?'를 되게 오래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은데요. 그때만 해도 저희가 너무 이것저것 학교폭력도 건들고, 청소년 비건, 우울, 성차별도 다루고 그러니까 문스의 정체성은 뭘까 좀 어려웠어요. 청소년 인권단체도 아니고, 언론도 아니고. 청소년의 시각에서 문제를 다루는 미디어가 있었으면 포지셔닝이 쉬웠을텐데 그런 게 없었으니까요. 청소년이란 특성상 어렵고 조심스러운데 지금까지 너무 잘하지 않았나.. 생각했어요. 어느새 문스만의 색이 제법 강해진 것 같아요. 어쩌면 그때 얘기를 많이 나눠서일지도?

징타    이제 열심히 청소년에디터들과 만들고 올려야죠. 작년에 만든 영상도 진짜 재밌어요. 사실 아직 작년 에디터들과 상영회 오신 분들만 봐가지고..

민우    아니.. 왜 혼자 보세요!!

징타    빨리 올릴게요 ㅎㅎ 여하튼 인터뷰가 생각보다 길었는데요. 감사하고 얼른 쉬세요 여러분

민우    수고하셨습니다~

오리    고생하셨습니다~

징타    고마워요 여러분. 긴 인터뷰인데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도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 2023. 10. 팝업 오픈 곧 시작합니다)



인터뷰 시기: 2023년 7월

인터뷰이: 21' SNS에디터 민우, 오리

인터뷰어: 징타



[1] 제이립스(구 마성의 게이) https://blog.naver.com/queerdigger 늦었지만, 멋진 콘텐츠와 블로그를 운영해주셔서 빙수메뉴 제작 과정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 빙수도감은 링크(인스타그램 @noprobstudio 팝업)를 누르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플렉시블(flexible), 플루이드(fluid)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제이립스 님 블로그(https://blog.naver.com/queerdigger/221358583396)를 참고하세요.

[4] 참여자들이 주신 피드백 중 일부에 대한 저희의 답변을 정리해 별도 링크 공유합니다. 피드백 반영 기록

[5] 그밖에 성정체성 탐색을 위한 세 가지 카테고리로 성(sex), 성별정체성(Gender Identity),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을 구분해 한글 번역어를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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