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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제이 Apr 26. 2023

도시락 싸기가 힘들지 않은 이유

도시락 글이 뜸해지면서 지인 몇몇이 안부를 물어왔다.


"이제 도시락 싸는 건 포기했어?"

"역시 힘들지? 맞아, 보통 일이 아니지."


음.

결론은,

"도시락은 계속되고 있어요."


물론 바쁜 날은 '오늘은 그냥 사 먹어.'하고 보내기도 하고, 반찬 돌려막기는 기본에 급할 때는 아기 반찬에까지 서슴없이 손을 대곤 하지만 그럼에도 중요한 건 어쨌든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 포기라는 거창한 말을 여기에다가 가져다 붙이는 것이 맞는가 싶기도 하다.


나는 직업 특성 상 출근이 빠르지 않아서 오전 시간이 여유로운데다가 남편은 반찬 투정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 내 맘대로, 내 손 가는대로 준비를 하면 그만이다. 


게다가 도시락을 싸 주면 밥알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 먹고는 도시락 통 정리까지 깔끔하게 해놓으니 사실 많은 사람들이 도시락 싸기를 관두는 요인들에서 벗어난 셈이다.

오히려'오! 오늘도 잘 먹었네!' 확인하며 뿌듯함이 밀려오는 일이 반복되니 오히려 새로운 취미의 영역에 들어섰달까?



<기록이 뜸했던 그동안의 도시락들>






결국 내 도시락 싸기가 계속될 수 있었던 것은 노력 대비 돌아온 결과가 더욱 컸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한다.


만약 내가 아침에 일찍 출근을 해야 하는 직업을 가졌다면?

만약 도시락을 받는 이가 반찬 투정이 심했다면?

만약 시간과 정성을 들인 도시락이 깨끗하게 돌아오지 않았다면?

만약 설거지를 일을 마치고 온 내가 직접 해야 했다면?

만약 도시락을 당연하게 여기며 고마움을 전해받지 못했다면?


어느 하나라도 해당되었다면 도시락에 대한 열정은 분명 차츰차츰 식어갔을 것이 분명하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일이 이와 같지 않나 싶다.

어떤 일이 지속되지 못하는 건, 개인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우스갯소리겠지만 이런 말이 있지 않나.

'하면 된다.'가 아니라 '되면 한다.'는 말.


당신을 위한 행위를 고마워할 줄 알면 한다.

우선 내가 여유가 있고 시간이 있으면 한다.

힘든 것보다 더 큰 보람이 있으면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안하면 그만이다. 

이까짓 도시락이 뭐라고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한단 말인가.


누구도 멈추는 이들을 비난할 권리는 없다.


나 역시 힘에 부치면 일말의 죄책감도 남겨두지 않고 '이제 안 할래.' 말을 할 테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할만하니, '내일은 뭘 싸볼까?' 즐거운 고민을 하며 다른 집 도시락을 몰래 염탐해야지.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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