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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제이 May 05. 2023

시장이 반찬? 시장에서 온 반찬!

지역화폐 상품권이 생겼다.

보통은 농협에 가서 현금으로 바꿔 이체를 신청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생각한 바가 있어 몇 장 따로 빼 두었다.


"시장 가자!"


시장에서는 특별히 물어볼 것도 없이 지역화폐를 마치 현금처럼 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참이었다.

백화점 상품권도 그렇고, 지역화폐 상품권 역시 어쩐지 '꽁돈' 처럼 느껴진다.


사실 시장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날씨에 따라 기분도 오락가락하는 개복치라 야외에서 쇼핑을 한다는 건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었던데다가 어쩐지 시장에서 만족스러운 쇼핑을 하려면 흥정을 잘 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외여행을 가도 흥정을 못해서 쇼핑몰이나 다니는 나같은 흥정 쪼렙에게 시장은 레벨에 맞지 않는 던전처럼 느껴진 것이다.

그래도 지역화폐를 넉넉히 챙기니 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쇼핑은 못해도 오랜만에 시장 칼국수나 한 그릇 먹고 오면 그걸로도 만족이다, 싶었다.




그런데 이게 뭐야?

즉석 구이 김이라니!


어렸을 때, 얼핏 엄마가 집에서 한 장, 한 장 김을 굽고 소금을 치고 기름을 발라 잘라주었던 그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점포가 있는 게 아닌가.


7장이 1봉지, 다시 3봉지가 5천원.


"어머, 이건 사야해!"


기쁜 마음으로 6봉지를 품에 안고선 지역화폐 한 장을 건넨다.

사진엔 없지만 다시마부각도 사고, 고추부각도 샀다.

다시마부각은 신랑 간식, 고추부각은 제법 매워서 모두 내 차지다.


그 뿐이랴.

오랜만에 간 시장은 별천지가 따로 없다.


현대화의 물결을 거친 시장은 간판부터 점포까지 꽤 세련되게 바뀌어 있었고, 반찬 가게는 무려 정찰제다!

한 팩에 2천원, 착한 가격의 시장 반찬집은 신도시 상가 지구 내에 위치한 반찬가게처럼 냉장 쇼케이스에 차곡차곡 진열되어 있다.


반찬 잔뜩 득템하고 돌아서는데, 정육점에서 함께 하는 식육식당에 곰국도 판다. 포장 되는지 물었더니 포장 용기를 들어 보이며 씩 웃는다. 넉넉한 깍두기 인심에 나도 같이 웃는다.


"뻥이요!"


정겨운 뻥튀기 소리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3천원에 한 봉지 사서 오는데, 가는 길에 먹으라고 갓 나온 뻥튀기 2개를 손에 들려주신다.


'시장 인심'이라는 말, 단골한테나 통하는 거지, 시니컬하게 반응하던 지난 날의 내가 조금은 부끄러워진다.



<오늘의 메뉴> 

쌀밥, 계란말이, 오뎅 볶음, 김치, 콩조림, 고구마줄거리무침, 즉석구이 김



양손 무겁게 돌아오니 도시락 준비는 가볍다.

시장표 즉석어묵, 콩조림, 고구마줄거리, 김까지. 모두 통에 차곡차곡 담기만 하면 끝!


내일은 도라지나물을 싸 줄까? 아님 갈치속젓? 오복채무침도 좋지.

시장 한 번 다녀오니 냉장고가 넉넉하다.


어쩐지 새로운 방앗간을 찾은 것만 같아.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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