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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운 Oct 09. 2024

재결합

그렇지만 흐릿해져 가는 미래

그와 다시 만났다. 결혼을 하자는 남자와 헤어짐을 통보하고 전화로 서로 사과를 하고 재결합을 하고 처음으로 다시 만난 날이 고등학교 친한 친구로부터 청첩장을 받은 날이라니.

그와 했던 대화들이 자세히 생각나지 않는다. 헤어짐을 통보해서 때려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고 울었냐는 내 질문에 화가 났지 눈물이 나진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하루종일 울었다 하니 어이없어하는 듯했다.(헤어지자고 해놓고 울었으니)

며칠째 그와 계속해서 싸우고 있다. 어제 일하는 도중 한 손님이 내 번호를 물어봤다. 내 가치를 외모로만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외적으로 자신감 있는 내가 정작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가치가 낮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했고 그가 다른 여자애들과 연락했던 게 생각나서 화를 내었더니 그의 기준에서는 잠을 자지 않고 로맨틱한 대화를 하지 않는다면 데이트를 했던 상대였든 간에 친구로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행동에 열이 받아서 나도 전에 데이트했던 사람들한테 연락을 했다. 과연 이 관계가 건강한 관계일까?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를 사랑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내가 정말 그를 사랑했다면 다른 남자들과 연락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기엔 그는 너무 예측 가능하면서도 내 손안에 잡히지 않는 남자였다.

그에게 상처받기 싫어 안간힘을 다하고 있고 이 관계를 막상 놓지 못하는 나 자신이 답답할 지경이었다.

그와 나는 서로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걸까? 나는 그의 마음이 요새 어떤지 모른다. 그냥 보고 싶다는 말을 듣고 그가 한국에 자주 오는 것으로 그의 마음을 확인할 뿐이다. 내 마음이 불안정한 건 그와 떨어져 있기 때문인 걸까? 그렇다기엔 나는 롱디 관계를 좋아하는 편이었고 내 시간을 갖는 것도 좋았다.

그도 마찬가지인 듯 싶었다. 우리가 같이 미국에 살게 된다면 어떨까라고 생각해 보지만 그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 건 왜일까. 점점 나의 비주얼라이징이 희미해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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