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백만 달러 따위
요 며칠 한참 그와 싸우다가 아침에 굿모닝 문자를 보내주어서 우리는 사이좋게 다시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황당하게도 미술관에 다녀오고선 미술관에 있던 7백만 달러 금화를 보여주며 가치가 전보다 이만큼 올랐다며 돈 얘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가 코인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서 돈 자랑이 또 시작되었구나 싶어서 황당했다. 그럼 날 도와주던가.
그의 돈자랑과는 별개로 나는 돈이 없어도 만두 5천 원, 미술관 티켓 값 5천 원, 커피 5천 원으로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길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활기찬 느낌이 나는 좋았다. 미술관 전시도 좋았고 카페모카도 맛있었다. 만두도. 작은 돈으로도 하루를 알차게 보낸 거 같아서 좋았다.
내가 돈을 많이 모으더라도 미국에 가서 살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 보았는데 마이클이 도와준다면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좀 어려운 선택이라고 생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한국을 떠나면 어떻게 될까? 그를 따라 낯선 장소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라고 스스로 생각해 보았다. 가능할까?
아직은 이른 생각이라고 들면서도 내년이 되면 우리가 계속해서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기에 드는 사념이었다.
오늘은 그에게 매이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하루를 보낸 거 같아서 좋았다. 특히 안국역에 공원에 갔을 때 오랜만에 멜버른 공원에 있는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전혀 다르지만.
현상을 오랜만에 했다. 약 9개월 10개월 만에. 다행히도 까먹지 않고 프로세스를 잘 진행하였고 결과도 만족스러웠다. 건조를 하는 동안 글을 쓰고 있고 화학약품이어서 그런지 손이 건조해져서 다음부터는 장갑을 끼고 해야겠구나 생각했다.
마이클은 내가 그냥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는 인스타 충인줄 안다. 나는 그랬나. 잘 모르겠다. 나는 진심을 다해서 사진을 찍고 현상을 하는데 그가 잘 알아주지 않는 거 같아서 조금 섭섭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스캔을 하고 곧 잠을 자고 이틀 남은 휴무 또한 알차게 보내려고 한다. 그가 없어도 잘 지내는 내가 대견하면서도 서울에 남겨진 내가 조금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내가 걱정했던 마음들이 괜찮아지고 기대들이 모두 충족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자는 동안 사진들을 많이 보냈다. 내가 기대하는 답장이 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기대를 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