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즐겁지가 않아.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어." 친한 친구 중 하나는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친구를 보면 혹시라도 안 좋은 결심을 하진 않을까 걱정된다. 마음 같아서는 마음 챙김을 하고 습관을 만들라고 조언하고 싶지만, 자존심이 강한 친구라 말을 아낀다. 깊은 무기력에 빠진 친구에게 필요한 것이 내 조언일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늘 공감과 응원으로 친구와의 만남은 끝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친구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쓰는 거라 생각한다. 아직 그들에게 힘이 되기에는 멀었다. 그럼에도 꾸준히 내가 경험한 감정과 습관의 힘을 나눈다면, 언젠가 그들의 마음에 가닿지 않을까 또 친구에게 적절한 말을 건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행복하지 않다면, 즐거움에 너무 노출되지 않았는지 돌아보라.
행복을 즐거움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한 커플이 있다. 사랑에 빠진 둘은 만나면 설레고, 모든 것이 새롭고 놀랍다. 시간이 지나 둘은 결혼했다. 이제는 싸우기도 하고 현실적인 문제로 서로의 단점과 한계를 마주한다. 처음에 설렘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그들은 행복하다. 태어난 아이와 가정을 구성하고, 부모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이제 그들의 사랑은 새로운 챕터로 접어들었다. 아이가 중심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들은 사랑한다. 연애 때와는 다른 의미의 사랑과 경험을 그들을 특별하게 만든다. 설렘과 즐거움으로 시작된 사랑은 온갖 감정들을 만나며 성장하고 깊어진다. 처음 시작할 때의 사랑이 밝고 빛나는 사랑이었다면, 시간이 갈수록 사랑은 다양한 색을 품고, 여러 형태로 변주되며 깊어져 간다. 마치 인사이드 아웃에서 슬픔과 행복이 합쳐져 특별한 기억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행복이란 감정은 많은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온다.
우리 사회는 첫사랑과 같은 밝고 즐거운 삶의 측면만 강조한다. 마치 내 삶이 그런 것들로 채워져 있지 않다면 문제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사랑도 시간이 갈수록 다양한 감정들과 함께하듯, 우리의 인생도 시간이 감에 따라 여러 가지 감정들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 행복은 모든 감정들을 모두 감싸 안을 수 있을 때 다가온다. 어린아이에게 세상은 놀랍고 신기한 자극이다. 하지만 그런 시간을 지난 어른에게 세상은 더 이상 늘 새롭지 않다. 이것은 사랑이 시간이 지나며 변화하는 것처럼 아주 당연한 변화다. 하지만 이것을 인정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 여전히 새롭고 특별한 자극을 원한다. 그리고 세상에는 그런 자극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어른의 시간이 찾아왔다면, 이제 외부에 대한 탐구의 결과를 통해 내면에 집중할 시간이다. 삶에서 경험한 것들을 정리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내면화해야 할 단계다.
내면화를 위해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볼 지루한 시간이 필요하다.
딥워크의 저자 칼 뉴포트는 한 영상에서, SNS를 안 쓰는 장점을 이야기한다. 그는 첫 번째 장점으로 더 지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대인은 무언가에 집중하지 않는 모든 순간에 휴대폰을 집어든다. 그는 이런 행동이 조금도 지루한 것을 참지 못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그는 SNS와 휴대폰이 없는 지루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시간 속에서 홀로 세상에 대해 생각하길 권한다. 이런 과정이 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과정이라 강조한다.
행복하지 않다면 지루함을 선택해 보자.
당신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인생이 가진 일부분만 보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지루함 속에서 그동안 보지 않던 것들을 마주할 필요가 있다. 행복은 그런 것들을 감싸 안을 수 있을 때 온다. 인생은 늘 어린아이처럼 새롭게 놀라울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른의 삶이 놀랍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이미 알고 경험한 것들에서 새로운 의미를 해석해 내고, 다른 것들과 연결하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만날 수 있다. 그런 과정에서 삶은 더 깊어지고 특별해질 것이다. 어른답게 내 행복을 책임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