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다루는 습관은 삶을 바꿉니다. 의지가 아닌 감정으로 습관을 만듭니다. 이완.
우는 아이는 선물도 주면 안 되는 나쁜 아이일까?
3번째 겨울을 만난 우리 집 공주님은 요즘 노래에 푹 빠졌다. 음만 따라 부르더니 이제는 제법 가사도 잘 따라 한다. 곰 세 마리, 산토끼, 나비 같은 동요를 주로 불렀는데, 연말이 다가오면서 캐롤을 부르기 시작했다. 유난히 거슬리는 노래가 있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는 선물을 안 주신대요 ‘ 왜 우는 아이는 선물을 주지 않는지 알 수 없어, 원곡도 같은 내용인지 찾아봤다.
You better watch out
You better not cry
Better not pout
I’m telling you why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He’s making a list
And checking it twice
Gonna find out
Who’s naughty and nice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He sees you when you’re sleeping
He knows when you’re awake
He knows if you’ve been bad or good
원곡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가사다. 가사 속 산타는 우는 아이, 짜증이 나서 입을 삐죽 내미는 아이를 나쁜 아이로 분류해 리스트를 만든다. 나쁜 아이가 누락되지 않게 더블 체크한다. 심지어 아이가 자고 있을 때에도 나쁜 아이인지 좋은 아이인지 지켜본다고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인자한 산타할아버지와는 사뭇 다른 이미지다.
감정은 억누르는 것은 올바른 반응이 아니다.
울고 떼쓰는 아이를 달래려는 노래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말은 무의식에 각인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 깔린 악성 앱처럼 의지와 관계없이 영향을 미친다. 노래를 반복해서 불렀던 아이는 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갖기 쉽다. 그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면 우는 아이는 나쁜 아이고, 울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하기 쉽다.
물론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소리 지르고, 울고, 난리 피는 것은 좋지 않다. 자신의 감정을 감당하지 못해 다른 사람들에게 표출이 아닌 분출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어린아이에게 울음은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이다. 문제적 행동이 포함된 울음과 울음은 구분되어야 한다. 더구나 감정에 대한 반응을 표출 혹은 억누르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법도 있다. 진짜 문제는 감정을 어떻게 다루는지 알려주지 않고, 억누르도록 강요하는 데 있다.
억눌린 감정은 정신적, 감정적 문제로만 연결된다.
예로 들었지만 캐롤은 감정을 억누르게 만드는 핵심 원인이라기보다, 우리 사회가 감정에 대해 가진 태도를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다. 우리 사회는 감정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른다. 스스로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다.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방법을 안다면, 다른 사람이 감당하지 못하는 감정을 받아들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도움을 주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의 어려움을 공감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감정을 다루는 법은 모른다. 캐롤이 어색하게 들리지 않을 만큼 감정을 억누르는데 익숙해졌다. 모두 문제없는 척 연기를 하며,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감정 억압은 신체의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높이며, 만성적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신체적으로 고혈압, 심장 질환, 소화기 장애, 그리고 면역 체계 약화와 같은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억압된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은 위궤양,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 특정 질환과도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정신적 장애를 겪는 인구는 2019년 기준으로 10억 명에 이른다. 2019년 세계 인구 77억 명이었으니, 8명 중 1명은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다는 뜻이다. 시간이 갈수록 정신적 장애 발병률을 올라가고 있다. 주요 원인을 직장에서 경험하는 과로와 차별, 따돌림 등으로 꼽았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감정을 어떻게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을 다루질 못하는 사람들이 왜곡된 방식으로 감정을 표출하면서 여러 갈등과 문제가 생겨난다.
우리는 감정을 억누르기를 강요하는 여러 가지 상황과 메시지에 노출되어 있다.
남자는 우는 것이 아니라는 믿음, 고객이 왕이라는 서비스 정신, 아이들은 순수하고 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공적인 자리에서는 감정을 드러내지 말라는 사회적 규범 등이 우리의 감정을 억압한다. 직접적이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 SNS다. 약속이라도 한 듯 SNS는 행복한 모습만 기록한다. 자신의 성공을 증명하거나, 행복한 상황이 주를 이룬다. 자신의 슬픔이나 어려움을 올리는 콘텐츠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받아 널리 퍼지지 못할 뿐이다. SNS 속의 행복과 성공만 가득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현실과의 괴리를 느낀다. SNS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자기 비하와 감정 억압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감정을 억누르지 마라.
감정과 반응은 인과관계가 없다. 즉 어떤 감정이 일어나더라도, 우리의 선택에 따라 반응을 할 수 있다. 감정에 대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불편한 감정이 찾아와도 스스로 그 감정에 책임을 다하며 감싸 안을 수 있다. 들숨과 날숨과 함께 감정을 온전히 바라봐주는 것으로도 감정은 내게 흡수된다. 억누르거나 표출할 필요가 없다. 물론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음 챙김의 과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