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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미용 Jan 03. 2023

내 아이의 큰 바위 얼굴은 누구일까

너새니얼 호손 <큰 바위 얼굴>

 너새니얼 호손의 단편 <큰 바위 얼굴>의 주인공 어니스트는 큰 바위 얼굴이 선생님이라고 믿

으며 성숙하고 훌륭한 인물로 자란다. 어머니와 소년 어니스트는 오두막 앞에 앉아서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어머니, 큰 바위 얼굴이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렇게 얼굴이 다정하니 목소리도 아

주 좋을 것 같아요. 만약 저런 얼굴을 한 사람을 만난다면, 저는 그분을 정말 좋아하고 존경

할 거에요.”

어머니가 미소를 띠며 말한다.

“우리는 언젠가 저 얼굴과 꼭 닮은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 이 골짜기 주변에서 한 아이가 태

어나는데 그 아이가 자라면서 점점 큰 바위 얼굴을 닮아가게 되고, 나중에 운명적으로 훌륭한

인물이 된단다.”

어니스트는 하루 일을 마치면 몇 시간씩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대화를 나누며

자신이 더욱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믿으며 자라난다. 어니스트는 큰 바위 얼굴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며 성장하여 결국 모두의 존경을 받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학교 선생님, 학원 선생님, 방과후 선생님... 선생님이 난무하는 요즘에 바위 조각이 한 아이의 

훌륭한 선생님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어니스트와 어머니의 큰 바위 얼굴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해마다 학년이 시작하는 시기가 되면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누가 될지 촉각

을 곤두 세운다. 주변의 온갖 정보를 탐색하며 선생님에 대해 알아보고, 내 아이와 어떤 케미

가 형성될지 기대반 걱정반으로 노심초사한다.

초등학교에서 큰 바위 얼굴과 같은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면, 무엇보다 우리 선생님이 

내 아이에게 최고의 선생님이라고 여기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내 아이에게 딱 맞는 

맞춤형 선생님은 절대 만날 수 없다. 선생님도 나름의 성향과 기호가 있어 교사와 아이와 

부모가 어떻게 맞춰 가느냐에 따라 좋은 관계가 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는 교사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의 교사는 지극히 성실하며 책임감이 강하다.


 우선, 아이에게 교사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선생님은 너를 사랑한다’, ‘공부를 잘

가르친다’, ‘좋은 선생님이다’ 등 선생님을 좋아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내 아이는 늘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고 말하는 학부모는 부모가 먼저 선생님을 신뢰하고 기대

와 호의로 바라보는 자세를 갖춘 경우이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담임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다양한 통로(전화, 문자 등)로

직접 묻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다. 같은 반 아이 중 말을 잘 전달하는 어떤 아이를 찾아 궁금

한 사건의 전후좌우 사정을 묻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아무리 똑똑하게 말을 하는 아이도 자신의 

시각으로 각색해 전달하기 때문에 오해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궁금하고 서운한 것을 표현하지 않고 넘어갔을 때는 불신이 싹터 사소한 일이 돌이킬 수 없는

문제로 커지게 되기도 한다. 교사를 믿지 못해 아이의 책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보내는 부모의

심정이 오죽했을까 싶은 안타까움이 있다. 하지만 선생님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이는 얼마나 괴롭고 세상을 왜곡되게 바라보며 자라야 하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어니스트가 바라보며 자신을 성찰하고 선생님으로 삼은 큰 바위 얼굴은 아무 말 없이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존재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오는 선입견이 주어지지 않는 한 자신의 학

교와 교사, 친구들에 대해 기대하고 설레어 한다. 3월 첫날의 해맑고 순수하며 잘 해 보려는

의지에 찬 반짝이는 눈동자는 해마다 그대다. 그 눈동자에 부응하여 교사는 힘을 내고 최선을

다해 하루 하루를 살아가게 된다.

‘팩트풀니스’의 저자 한스 로슬링은 갈수록 세상이 엉망이고 절망적이라고 느끼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은 삶을 항해하는 데 더욱 유용하다.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볼 때

마음이 더 편안하다는 것이다.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면 세계는 생각만큼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각종 매체를 통해 경악할만한 교사 관련 소식들이 많지만, 사실은 묵묵히 아이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사명을 수행하는 참 좋은 선생님이 대부분이다. 그 사실을 믿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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