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석치기
비석치기는 손바닥 만한 납작한 돌을 땅에 세워, 다른 돌을 던져 쓰러뜨리는 놀이다. 초등학교 2학년 ‘여름’ 교과, ‘돌멩이는 내 친구’ 단원에 나온다. 학교에서는 네모 반듯하고 적당히 두툼한 나무 모양의 대체품을 쓴다.
이번 시간 경기 첫 번째 규칙은 내 비석을 배에 올려 걸어가다가 우리 편의 세워져 있는 비석을 넘어뜨려야 한다. 시범을 보인 나는 한 번도 떨어뜨리지 않고 안전하게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의 배는 너무 편평하다. 게다가 우리가 사용하는 비석은 울퉁불퉁 까칠한 재질이 아니라 미끌미끌해서 쭉 미끄러지기 쉽다. 몇 번씩이나 떨어뜨리고 그 자리에서 다시 배에 올린다. 이때, 기막히게 창의적인 아이가 나온다.
미끈한 배에 올려서 가다가는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 게 보인 것이다. 비석을 배에 든든하게 올리고 아예 드러누웠다. 앞을 봐야 하니 고개를 살짝 들고 엉덩이로 밀고 나오는 모습을 보는 순간 빵 터진다. 평소 온몸을 던져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일이 자주 있어 자제를 하는 편이지만 지금은 ‘오 , 창의적인데...’하는 놀람이 더 컸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다음 타자다. 이 아이의 안전(비석 떨어뜨리지 않기)하지만 너무 느린 애벌레 기법을 보고 바로 보완한다. 무릎을 세워 엉덩이와 발바닥을 함께 사용한다. 제법 빠르다.
아이들과 한바탕 웃으며 다양한 비석치기 놀이를 했다. 순간, 더 빠르고 능숙하고 편리한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 낸 아이들을 칭찬한다. 세상 이치도 이와 같은 게 아닐까. 앞세대와 같은 식으로 살아가기도 버겁고 힘들지만, 그 와중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이 과정은 특별한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 아닌가) 한번 해 보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눈치 따위 무시하고 해 보면 그 모습을 본 또 다른 사람은 더욱 발전된 것을 만들어낸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이노베이션(?)인가 생각이 든 놀이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