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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미용 Jan 10. 2024

기억할게, 지우야.

3번의 기억

늘 요리조리 재밋거리를 찾아 궁리하는 지우는 당당한 아이다. 자존감이 매우 높은 아이구나 싶은 적이 여러번이다. 자기 생각이나 입장을 아주 상세히 상대까지 고려하여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곤 한다. 대부분 누가 한 대 치고 지나갔다던지, 하지 않아야 할 한마디를 했을 경우다. 보통 자기가 피해를 당했다고 느끼면 아이들은 흥분하거나 감정적이 돼서 울먹이거나 전후좌우 없이 훅 들어오곤 하는데, 지우는 그런 적 없이 늘 객관적이다. 그러다보니 교사가 이해하기도 쉽고 상대 아이와 문제해결(미안해, 괜찮아.)도 빠르다.

 

 지우의 편지에 지우의 그런 당당함이 잘 드러난다. 종업식 날 건넨 진심 가득한 편지를 받았다. '선생님, 저를 기억해 주시고, 힘드실 때 저를 떠올려 주세요.' 얼마나 순수하고 직설적이고 흡입력있는 말인가. 난 지우를 기억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내가 힘들 때 지우를 떠올릴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지우는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기억해달라는 문구가 2번, 끝에선 선생님을 기억하겠다는 말도 있다. 이제 8살짜리 꼬맹이가 도대체 몇 살까지 초등 2학년 선생님을 기억할 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난 지우의 이 다짐이 고맙고 감동스럽다. 기억해보면 나도 초등 1,2,4,6학년 담임선생님의 얼굴과 이름이 기억난다. 아마도 나와 뚜렷한 에피소드가 있었기 때문일거다. 그러면서 편지 겉봉투에 자기 번호를 똭 적어뒀다. 난 바로 지우 번호를 저장했다. 지우의 강한 이끌림에 저절로 반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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